THE PEOPLE 3 - 현무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 김수경 소장

얼마 전 지하철 7호선 상동역 장애인 화장실에서 숨진 고 유승훈 씨 사고를 보고 문득 우리 부천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의 대상이 되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박탈당한다면 그런 도시에 산다는 것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천시는 2020년 기준 등록 장애인 수가 37천여 명에 이른다. 등록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인구 81만의 도시에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부천의 장애인 정책은 올바르게 수립되고 추진되는지, 또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은 개선되고 있는지, 그리고 장애인의 목소리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며 그들의 만족도는 나아지고 있는지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모든 인간은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헌법 10조의 규정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 그런 세상이야말로 모두가 꿈꾸는 부천의 미래 모습이 아닐까 한다.

현무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 김수경 소장
현무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 김수경 소장

콩나물신문 더피플<현무 장애인 자립 생활센터> 김수경 소장을 만나 그동안의 살아온 이야기와 그녀가 꿈꾸는 세상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수경 소장은 소아마비 지체 장애 1급이며 결혼과 함께 부천으로 이주하여 35년째 부천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더 피플입니다. 최근 지하철 7호선 상동역 사고 후 대책위를 구성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책을 촉구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 유승훈 씨는 한 사람의 장애인이기 전에 우리 시의 시민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장애인도 엄연한 국민이고 모든 국민은 재난 상황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배전실에서 화재 사고가 났을 때 그 많은 출동 인원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장애인 화장실을 체크했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꼭 유승훈 씨가 아니라도 여러분 가족 중의 누군가가 장애인 화장실에 갔다가 그런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아직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과실이 있다면 책임자 처벌하고 또다시 이런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매뉴얼이나 시설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2020년 제2회 요리교실
2020년 제2회 요리교실

부천시에 생각보다 많은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현재의 장애인 정책이나 시설, 복지, 주거 환경 등에 대한 만족도를 점수로 계산하신다면?

솔직히 부천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최악이에요. 점수를 매겨달라는 요청은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다만 앞으로 장애인 정책을 추진하는 정책 담당자들이나 법률입안자들은 최대한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노력을 해야겠지요. 또 우리 장애인들 역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물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거나 사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은 금해야 합니다. 또 시민들도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다 같은 사람, 동등한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원의 나눔 밑반찬 배달
만원의 나눔 밑반찬 배달

<현무 장애인 자립센터>는 어떤 단체이며 하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부천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자립센터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부천 장애인 자립센터>이고 나머지 하나가 우리 <현무 장애인 자립센터>입니다. 2017년 설립되었고 회원은 장애인, 비장애인을 포함하여 150명가량 됩니다. 목적 사업으로는 자립생활, 동료 상담, 인권옹호 등이 있으며 요리 교실, 노래 교실, 스포츠 교실, 여행, 영화감상, 각종 정책 토론회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곳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힘을 합쳐서 요리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또 봉사활동도 합니다. 장애인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끼리 서로의 팔이 되고 다리가 되어 함께 살아나가는 삶,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자립[independent]입니다.

 

아버님이 유명한 농구선수셨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가족 관계, 어린 시절 이야기 등 살아온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 아버님 함자는 동녘 동()에 여름 하()자를 쓰시고 예전에 꽤 유명한 농구선수셨습니다. 산업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하셨고 포지션은 가드, 한 게임에서 혼자 삼십몇 득점인가를 올렸다는 기사도 스크랩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선수 생활을 마친 후에는 산업은행에서 직원으로 일하셨죠. 저는 어려서 돌 지나고 나서 소아마비를 앓고 주저앉았는데 제 손으로 돌떡을 돌렸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제 목소리가 이렇게 크고 당당한 것은 아마도 아버지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저한테 늘, “절대 기죽지 마라.”, “절대 거짓말하지 마라.”, “콩 한 쪽도 나눠 먹어라.”라고 가르치셨어요.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는데 언제나 제 목소리가 제일 컸어요. 그래도 밖에는 거의 안 나가고 집안에서만 틀어 박혀 지냈죠.

노래 교실
노래 교실

남편과는 언제 만나셨는지요? 또 현재는 장애인 활동가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20대에 봉천동에 있는 삼육재활원에 나갔던 게 제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거기 가서 많은 장애인을 만나고 여러 가지 기술도 배우고, 또 남편도 만났습니다. 남편도 소아마비 지체 장애 1급이에요. 부천에서 결혼생활을 하면서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 공공 영구 임대아파트 연합회 집회에 자주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아마도 제 인생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40대 때 일인데 열정적인 활동 탓인지 경찰서에 끌려갔다 나오기도 여러 번 했죠. 하지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것에 대해 저는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었어요.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콩나물신문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관한 법률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법의 보호를 받으니 좋을 거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사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 같은 법률이 없이도 장애인들이 충분히 권리를 보장받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나라입니다. 내 부모나 형제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또 장애인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생각, 즉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옵니다. 비장애인만 행복한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이 아닙니다.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콩나물 가족 여러분도 많이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왼쪽부터 현무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자조모임 박춘자 부반장, 이현주 반장, 김수경 소장
인터뷰를 마치며... 왼쪽부터 현무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자조모임 박춘자 부반장, 이현주 반장, 김수경 소장
이주희 작가의 THE PEOPLE 3
이주희 작가의 THE PEOPL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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