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주에 재정경제국과 문화기획단, 그리고 홍보실, 감사실 등을 감사했습니다. 7월에 업무보고를 받기는 했지만 행정감사로는 처음 접해보는 일들이라 재미있게 공부하듯 감사를 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장학재단 출연, 야구장 재위탁 등 법적 근거가 없거나 법적용을 잘못한 사례를 찾아내서 지적했습니다. 올해 새로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문화도시’를 지정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부천시가 전국 최초의 ‘지정 문화도시’가 될 수 있게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시의회에서의 노력이 행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직 이틀이 남았습니다만 제가 속한 상임위원회만 놓고 보면 주요부서 감사는 거의 끝난 셈입니다. 원래 일정상 남은 감사부서는 각 구청의 세무과 뿐입니다만 체육진흥과 감사를 아직 종결짓지 않고 월요일에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부천시민프로축구단(부천FC) 문제를 더 따져 볼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 감사장에서 들은 부천FC 구단의 문제는 참으로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감독에 의한 선수 폭행, 유소년 선수단의 후배 선수 폭행, 모텔촌 인근에 유소년 축구단 숙소 배치, 구단공금의 이상한 집행, 공모주 모금액의 증발 등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행정사무감사가 아니라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할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천FC와 관련하여 그동안 소관상임위원이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질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시민으로서라도 관심을 가질 법 합니다만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았던 편이기도 했습니다. 부천FC와 멀어진 것은 2012년 가을에 프로축구 2부 리그로 승격하는 과정에서의 실망 때문이었습니다.

부천FC는 팬들이 팀을 만든 감동적인 창단스토리가 있는 팀입니다. 2006년, 부천을 연고로 하던 프로축구팀 부천SK가 아무런 상의 없이 제주도로 연고를 옮겨버리면서 감동의 스토리가 시작됐습니다.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던 스포터즈는 분노의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가 축구팀을 만들자는 엄청난 계획을 세우고, 마침내 2007년 12월에 팀을 만들어냈습니다. 비록 3부 리그에 해당하는 팀이지만 ‘부천FC1995’의 신화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언젠가는 1부 리그에 진입하겠다는 꿈을 안고 선수와 구단과 팬들이 한마음이 된 그런 팀이었습니다.

2012년에 프로축구연맹이 리그제를 변경하면서(구체적으로는 승강제를 만들면서) 2부 리그에 참가할 팀이 부족했습니다. 부천FC가 그 달갑지 않은 초대장을 한 장 받아들었습니다. 프로도 아닌 3부 리그에 있던 구단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기회의 초대장인지 몰라도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3부 리그에서도 중하위의 성적을 기록하던 팀이 갑자기 프로 2부 리그에 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기도 전에 부천시가 사실상 참가를 결정해 버렸습니다. 시의회 승인과정에서 이것저것 따져보고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정치적으로’ 결정난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눈물과 감동으로 팀을 창단한 그 마음으로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 성적을 올려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팀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바탕 위의 승격이라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맹의 구색을 맞춰주기 위한 벼락승격은 돈을 들여 선수들을 물갈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프로의 꿈을 안고 직장생활과 축구를 병행하던, 그야 말로 주경야독, 동고동락하던 선수들이 모두 떠난 구단에 창단정신이 남아있을까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시의회에서 2부 리그 참가가 결정된 이후부터 부천FC에 대해 관심을 끊었습니다.

두 시즌을 지나는 동안 성적은 최하위에 맴돌았고 각종 추문만 나돌았습니다. 창단과정에서 내세웠던 달콤한 약속들은 이미 허공에 사라지고 선수폭행, 사무국 내분, 감독경질과 송사 등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만 들려 왔습니다. 각종 언론노출로 부천시 이미지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와는 정반대였습니다. 프로축구 1부 리그조차 제대로 중계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기는커녕 각종 추문으로 스스로 외면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2부 리그 2년 만에 이 지경이 된 데는 부천시의 책임이 적지 않습니다. 부천FC는 법적으로는 부천시와 독립된 법인(주식회사)이지만 부천시와 지역연고를 맺고 지원조례를 만들었으며, 4년 간 5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된 ‘시민구단’입니다. 부천시장이 구단주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로축구 2부 리그 하나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부천시 체육행정의 현 주소인 것입니다.

미처 경험을 쌓기도 전에 갑작스런 승격을 선택한 후유증 아닐까요? 성적이 하위권에 있어도 창단신화를 가슴에 품고 있다면 행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그나마 시효가 다한 것이 아닐까싶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바닥에 다다른 지금이야말로 지역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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