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지기가 읽은 만화책

도서: 이유 따윈 없_어 글. 그림 마메/김현화 옮김/RHK

 

봄이다. 봄비가 내리고 나니 여기저기 봄기운이 올라온다. 걸어서 다니던 출근길이지만 너무 가벼운 옷차림 덕분에 모처럼 마을버스를 타고 느긋하게 간다. 차창으로 마주하는 동네의 풍경을 보니 꽃망울들이 앞다투어 상기된 얼굴을 내보이고 있다. 서둘러 터뜨린 꽃망울이 아직은 살짝 안쓰러워 보인다. 햇빛 비치는 마을버스 안에 앉아 있으니 하우스같이 훈훈한 기운에 아침부터 나른해진다.

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두 번째 봄이다. 작년 이맘때 우리 모두 내년에는 코로나로 못한 꽃구경을 마음껏 하리라 기대했다. 원미산의 진달래동산, 도당동의 벚꽃 동산으로 돗자리와 주먹밥 하나 챙겨 이웃들과 나들이 갈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올해도 서로를 위해 ~!’ 참아야 할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으니 내년에는 분명 봄 소풍을 나갈 수 있으리라.

우리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쉬운 봄이고 정말 재미없는 봄인 것은 사실이다. 해서 요즘 즐거운 일이 별로 없다. 일상의 반복이 지루하다 느껴진다. 활력을 주던 다양한 활동이 위축되어 특별하지 않던 일상이 더욱더 단조로워지면서 그냥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가 되어 간다. 심심해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무력해지는 것 같다. 운동이라도 할까 싶지만, 미세먼지가 연일 최악이니 밖에 나가 공 한번 튕기기도 어렵다. 허나 이렇게 지내기에는 우리의 인생도, 봄기운도 너무 찬란하다. 그래, 봄에도 왕성한 입맛만큼이나 잃어버린 재미, 가출한 즐거움을 애써 찾아보자. 마음대로 나갈 수 없으니 우리의 관찰력을 최대로 끌어모아 보물찾기하듯 일상의 숨겨진 에피소드를 찾아 유쾌한 긴장과 활력을 선물하면 좋겠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하자. 일본인으로 삼 남매와 함께 사는 싱글맘이다. BTSK팝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허당끼 충만한 자신,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유쾌한 일상을 만화로 만들었다. 그 만화가 <이유 따윈 없_>. 도서관에 온 회원이 마메 작가의 만화를 들어 보이며 이 책은 어때요?” 하고 묻는다면 그냥 재밌어요.”’라고 말하겠다. 왜냐고 물으면 안 된다. 이미 제목에서 엄히 경고하고 있다. ‘이유 따윈 없~~. 이 만화는 읽으면서 전혀 피곤하지 않다. 왜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원인과 결과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날마다 어떤 사건의 이유를 찾아 밝혀야 하는 강박에 피곤함을 느낀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이 만화는 그걸 묻지 않는다. 원인을 찾아야 하는 피곤함에서 우리를 해방한다.

 

전철을 타고 가다가 앞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지만 앞에 앉은 분들을 우연히 보다가(굳이 주목하여 보지 않아도)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분들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오해받지 않게 조심하세요) 어디 그뿐일까? 5인 이상 집합 금지라 모이지는 못해도 장을 보다가, 서점에서, 식당에서, 카페에서,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면서 부딪히고 만나게 되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분들. 그리고 그 가운데 서 있는 나.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우리를 웃게 한다. 마스크로 입은 가렸지만, 눈만 좀 부지런히 돌리면 자칫 우울하기 쉬운 봄날에 나름 유쾌한 긴장과 활력을 셀프 선물할 수 있겠다 싶다. 이 만화가 이를 알려 준다. 중간중간 빵 터지는 부분이 있어 공개된 장소에서 볼 때는 조심해야 한다. 그 가운데 광장지기는 213쪽에서 완전히 뒤집어졌다. 궁금하면 사서 보던지 빌려 보자. 하하하 정말 웃긴 녀석이다. 물론 이유 따윈 없~~.

 

언덕위광장작은도서관 광장지기 ㄴㅌ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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