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4

김양숙

 

 

횃불 416개를 앞세우고 광화문에서 배 한 척을 진수했다

 

횃불은 노랑나비가 되어 배를 인도했다

진실을 만나기 100미터 전까지 진출하였다

차벽에 막힌 나비들

날아오르지 못하고 모두 효자동 네거리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시계는 다시 20144월이 되었다

 

별의 말을 꿈꿨던

꽃의 말을 기록했던

새의 말을 노래했던

현재와 미래의 언어를 조합해 가며 카톡 옆구리에 끼우던

수식어가 없는 아이들의 생애는 남루했다

 

기울어지는 시간을 캡처해 애타게 엄마를 부르는 아이들에게

수장이라는 단어를 알려주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오래 묵힐수록 생생해지는 기억을 광화문네거리에 다시 소환했다

팽목항 근처가 제단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지 못한 죄

아이들에게 수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려 주지 못한 죄

세종과 이순신 사이에서 석고대죄 해야 하는 죄목들을 열거하지 못했다

 

왜 수장돼야 했는지 진실을 묻고 싶은 나비들

인양해야 될 진실의 뼈와 살은 모두 해체되어 바다를 흐르고

사실만 끌어 앉은 채 벙어리가 되었다

 

오래 묵혀서 균열되는 기억을 아무도 묻지 않았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효자동으로 살아 흐르는 시를 받아 적을 뿐이다

말라버린 웅덩이 같은 심장이 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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