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에미》 글 그림 테리 리벤슨 / 황소연 옮김 / 비룡소

난해한 시로 유명한 엘리엇의 <황무지>, 엘리엇이나 황무지는 몰라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를 모르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겨울의 기운이 맴도는 3월이 지나고 4월에 들어서야 제대로 된 봄기운이 느껴진다. 그즈음 만우절과 함께 어김없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회자 된다. 시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한국 사회에서 4월은, 시구의 문자 그대로 가슴에 꽂힌다. 슬픔과 아픔이 많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기억해야 하는 4월의 날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5월보다 4월에 우리 청소년 친구들에 대한 마음이 커진다.

모진 겨울의 찬바람을 견디고 싹을 틔우는 여린 잎을 보면 생명의 위대함과 동시에 뭔지 모를 짠한 마음이 든다. 차가운 흙을 뚫고 나온 여린 잎을 맞아주는 것은 포근한 봄볕의 품이 아니고 생각보다 벅찬 변덕스러운 봄 날씨다.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하면 좋을 텐데 싶다. 새 학기를 시작하고 한 달 남짓 지났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이 어려운 가운데 애써 적응해 가는 어린 친구들을 보는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 중학교 새내기들을 보면 더욱더 그렇다. 그래도 다들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니 학교에서 소소한 해프닝도 있지 않았을까? 비록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다도 떨지 못하며 점심을 먹지만 지금쯤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으리라. 사춘기에 접어드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친구들은 외적으로 폭풍 성장을 하면서 내적으로도 무수한 갈등과 고민이 있겠다. 이 시기에는 친구와의 관계뿐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 설정이 혼란스러워진다. 주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외모에서 성격까지 비교하니, 때로는 부러워하고 가끔은 우쭐해지기도 한다. 여기서 어른들의 섣부른 개입보다는 믿고 지지하면서 무관심 같은 관심으로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롤러 걸(*) 작가 빅토리아 제이미슨은 그래픽 노블 투명인간 에미투명 인간이 된 듯한 감정을 느껴본 사람들을 위한 웃기고 진실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이 그래픽 노블은 여중생 에미와 케이티의 성장 이야기다. 에미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예술적인 친구이고, 케이티는 그 반대로 인기 많고, 외향적이며, 활동적이다. 하여 케이티는 학교생활에 있어 중심이고 친구들에 항상 둘러싸여 있다. 그에 비해 에미는 존재감이 거의 없고(실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서 더욱 행동이 움츠러든다) 유치원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와만 대화하며 내심 케이티를 부러워하고 그렇지 못한 자신을 투명인간 같다고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부끄러운 비밀이 가득 담긴 쪽지를 흘리고 그것을 같은 반 친구가 줍는다. 불길한 예상은 늘 빗나가지 않는 것처럼 쪽지를 주운 친구의 입은 수소보다 가볍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는 고삐 풀린 망아지보다 더 급하게 돌아다닌다. 독자들은 모두 이 장면에서 깊은 탄식을 터드릴 것이다. ‘에미, 이제 이 일을 어쩌지?’ 하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리고 결국 에미는.

 

특별한 친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아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가 모두 겪고 지나가는 과정이다. 어떤 친구는 독감처럼 앓기도 하고, 다른 친구는 가벼운 감기로 지나가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성장통을 제대로 겪어야 자신을 만나고, 이해하며, 소중하게 여기는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투명인간 에미는 청소년과 그들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읽어야 할 그래픽 노블이다. 가장 잔인한 달 4월이 가기 전에 읽어 보자.

 

(*)롤러 걸은 중학교에 올라오는 열두 살 사춘기 소녀의 성장 이야기. ‘롤러 더비라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유쾌한 그래픽 노블이다.

 

언덕위광장작은도서관 광장지기 ㄴㅌㅇ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