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돌봄이 필요할 때가 온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그런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투자하고, 돈을 모으라고 말한다. 오직 개인의 노력만이 미래를 대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 방법밖에 없을까?

미래를 위해 돈이 아니라 관계를 모은다면? 이웃을 만들고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 사는 법을 익혀 나가는 것은 어떨까? 우리 사회에 공동체가 사라지고 마을이 사라지고 각박하다고 말하며 결국은 개인이 살아남는 방법밖에 없다는 불안이 여전히 우리를 감싸지만, 그런 관계와 이웃과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한 번 믿어 보고 지금부터 준비해 보면 어떨까.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부천시와 함께 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활동에서 공동체 돌봄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만날 수 있다. 나이 들어 허약해져도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내가 살던 곳에서 살아갈 수 있기 위한 지역사회 기반을 만드는 것이 바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다. 지역사회 돌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있는데, 우리 부천의료협동조합은 이웃이 이웃의 건강을 돌보는 건강리더 사업을 펼치고 있다.

10개 행정동에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팀이 건강이 악화될 위기의 어르신들을 만나면 우리 부천의료협동조합에 연락을 한다. 우리 주치의와 건강리더가 동의 주무관과 함께 어르신 집에 방문하여, 한 시간 넘도록 건강진단을 한다. 주치의가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건강 실천 계획을 수립하면, 어르신 집 가까이에 살고 있는 건강리더가 매주 어르신 집을 방문하여 건강을 체크하고 함께 운동을 한다.

이 사업을 2019년 하반기에 시작하여 20214월 지금까지 200여 명의 어르신을 방문 진료했고, 그중에 100여 명의 어르신을 50명의 건강리더가 만나고 있다. 건강리더는 매주 어르신의 건강을 살필 뿐 아니라 말벗이 되어 준다. 이 사업에서 건강리더가 하는 역할은 10가지 건강 수칙을 지켰는지 점검하고, 운동하거나 마사지를 도와주는 일이다.

건강리더의 기본적인 역할이 있지만, 건강리더와 어르신과의 만남. 그리고 그 관계에 따라 더 많은 다양한 돌봄이 펼쳐진다. 돌봄은 결국 돌봄을 받는 당사자의 목소리와 욕구를 반영하여 사례마다 각기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돌봄이 필요한 이유는 한 사람이 혼자서 자신을 돌볼 수 없을 때 누군가의 협력으로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돌봄을 받는 사람의 행복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아픈 어르신들을 방문하는 지역 주민 건강리더는 마음으로 어르신을 만나고 그렇게 펼쳐진 관계 안에서 어르신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어르신의 오래된 인생 이야기를 듣고 그분의 마음 변화를 살피기도 하고, 피부질환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자주 찾아가서 씻겨 드리고 로션을 발라 드리는 건강리더가 있는가 하면, 가까이 사는 어르신과 저녁에 산책하는 리더가 있다. 병원에 가기 어려운 어르신과 병원을 동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건강리더가 하는 추가적인 활동은 우리 부천의료사협의 건강리더사업에서 계획한 것이 아니며 그분들의 의무도 아니다. 이웃하여 살고 있는 어르신이 아픈 것을 살펴 드리고, 어려움이 있을 때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가능한 일이다. ‘관계가 만들어 낸 기적이다. 나이가 들어 허약해졌을 때 몸을 쉬고 움직이지 않으면 더 악화된다. 그런 위기의 상황에 건강리더가 매주 방문하여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여서 생기있는 하루를 보내시도록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말이면 통합돌봄 사업이 종료가 된다. 그 이후 이 사업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부천시민과 시의 노력으로 이웃이 돌보는 공동체 돌봄의 모델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건강은 건강하게 살아가겠다고 하는 한 사람의 의지에서 시작되며, 그 의지는 이웃이 함께 지키고 만들어 주고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이 아니라 관계로 지키는 것이며, 우리 안에 그런 능력이 있다. 공동체 돌봄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선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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