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숲에서 아이와 놀자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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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에요!”

숲에 놀러 온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여자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손가락으로 땅 아래를 가리킵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여자 아이의 비명소리를 듣고 하나 둘씩 주변으로 모여 듭니다. 아이들의 눈은 여자 아이의 손가락 끝에서 땅 쪽으로 향합니다. 땅을 열심히 보지만 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자 아이는 계속 거미가 보이는 것처럼 계속 땅바닥을 가리킵니다. 아이들 중 용감한 아이가 땅에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고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살펴봅니다. 눈만으로는 보이지 않자 낙엽도 들춰봅니다. 거미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거미를 본 기억이 선명한지 여자 아이는 아이들에게 무용담을 꺼내듯 거미를 묘사합니다. 아이들은 여자 아이의 말에 응하며 여러 가지 궁금증과 걱정의 말들을 쏟아 냅니다.

 

진짜 빨라. 독거미처럼 생겼어. 내 발 앞에서 쑥 나타나서 깜짝 놀랐어.”

대장, 진짜 독거미 아니에요?”

물리면 어떻게 해요?”

 

걱정하는 아이, 호기심이 생긴 아이, 아무 느낌 없는 아이 등등 다양한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아장아장 걸으며 혀 짧은 소리를 내는 어린 아이들이 거미줄을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살펴보니 어른 무릎 높이의 작은 나무의 잎과 가지에 거미줄이 얼기설기 쳐져 있습니다. 거미는 크기가 약1mm 정도로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매의 눈썰미로 거미를 발견하고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아이가 손을 뻗어 거미줄을 만집니다. 거미는 쏜살같이 사라지고 거미줄만 남았습니다. 거미줄을 만졌는데 손가락에 별다른 느낌이 없는지 조심스런 손놀림은 사라지고 과감하게 거미줄을 잡습니다. 손가락에 감긴 거미줄을 유심히 살피며 만지작거립니다. 아이들 행동에 거미에 대한 두려운 느낌은 보이지 않습니다.

거미줄을 만지는 아이의 옆에 있는 엄마는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마치 쓰거나 느끼한 음식을 먹은 표정입니다. 어깨는 움츠려 있고 쭈그린 무릎 위에 있는 손에 힘이 꽉 들어가 있습니다. 몸이 얼음이 된 듯 정지되어 있지만 눈동자는 아이의 손을 쫒고 있습니다. 걱정스런 것인지, 싫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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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거미줄을 만지다 엄마를 봅니다. 엄마의 표정에서 불편한 느낌을 읽었는지 아이의 표정도 불편해 집니다. 엄마가 모른 척 다른 주제로 말을 하자 아이도 다른 주제로 대화를 합니다. 아이는 거미줄을 엄마의 방해 없이 무사히 자신의 느낌으로 남겼습니다.

나쁜 기억은 두려움을 강화합니다. 최연호 성균관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책 <기억 안아주기>에서 나쁜기억은 두려움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안 생길지 모르는 손해를 피하기 위해 취한 합리적 행동이 통제 본능에 따라 어설픈 개입이 되어 나쁜 기억이 되어 점점 더 강화된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뇌 구조에는 기억의 흐름이 있습니다. 편도체, 측두엽, 후두엽, 두정엽 등에 저장된 감정, 단어, 색상, 촉각 등은 해마를 통해 전전두엽에 보내지고 기억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연결 관계를 미치오 카쿠는 미래를 기억 한다고 했고 제임스 맥거프 박사는 기억의 목적은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미래를 좌우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만들어진 나쁜 기억은 불행한 미래를 만듭니다.

근거 없는 두려움은 미래를 두렵게 합니다. 두려움은 행동을 위축시키고 경험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경험을 하지 못하면 기존의 느낌을 확대 재생산합니다. 재생산된 두려움을 기존의 두려움으로 강화하며 편향된 시각과 행동을 만듭니다. 이와 반대로 명확히 두려움을 인식하고 도전하면 경험하게 됩니다. 경험하며 새로운 느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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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호 교수는 망각을 능동적 기술이라 했습니다. 망각으로 비워진 공간을 즐거운 기억으로 적극적으로 채운다면 심리적 면역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거미도 자주 만지다 보면 친근해 집니다. 관심 있게 자세히 보면 호기심이 더 많이 생깁니다. 두렵다고 피하기보다 정확히 알고 도전하는 것이 더 다양하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 방법입니다.

현재의 상상 속 두려운 미래는 실제 미래에 두려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두려운 것이 있다면 현실을 정확히 확인하고 원한다면 도전해야 합니다. 자연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살아갑니다. 위험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잘 알지 못하면 위험하다 생각 합니다. 자연을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다 생각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안 간다고 생각한다면 많은 경험을 포기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습니다. 아이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도전하며 살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시작을 숲에서 해보시면 어떨까요?

참고로 한국 거미 중에는 독거미가 없습니다. 만져 보며 친해져 보세요.

 

글 정문기 조합원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 매월 숲교육 강의를 진행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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