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부는 매서운 추운 날씨가 옷깃을 세우고 급하게 건물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추우니까 본능적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상쾌하고 청량한 가을이 지나면 어김없이 겨울이 온다. 춥고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이 누구는 좋으랴만 그것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다. 돈 있는 분들은 겨울을 피해 따뜻한 나라에서 2~3달 쉬고 온다고 한다. 부럽다.

커피숍에서 킬링타임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글을 쓴다. 시간 보내기는 이 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러브레터 보낸다면 더 시간이 잘 가겠지. 커피숍에 가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장식용으로 꽂혀있다. 책은 지식전달을 위한 용도도 있지만 장식용으로도 취급받아왔다.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눈에 들어오는 글을 옮겨본다.

"사랑의 빛은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랄 때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나오는 빛입니다. 민들레가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야생초가 만발한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도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온갖 꽃과 풀들이 서로 어울려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대권 저자는 이 세상의 꽃밭에 장미만 가득한다면 무척 재미없을 것이라고, 세상이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모습의 꽃들이 조화롭게 피어있기 때문이라고 적어놓았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글도 읽을 수 있었다. 민들레, 냉이, 지칭개, 꽃마리. 애기똥풀, 고들빼기 이들은 저마다 작고 예쁜 꽃을 피워내지만 장미꽃에 더 관심을 가졌다. 왜 그랬을까. 철이 없어서 그랬다고 말을 하고 싶다. 야생초는 늘 우리와 함께 있었는데 속물근성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신문을 펼치니 '콤플렉스'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 사람에게 저런 고민, 콤플렉스가 있구나 하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없는 척, 숨기고 있을 뿐이다.

영화<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마이클이 책 읽는 소리가 섹시하다며, 매일 책 읽기를 청하는 '한나'.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한나’에 대한 ‘마이클’의 마음은 점점 더 깊어지게 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한나는 마이클 곁에서 사라져버린다.

주인공 한나는 마이클에게 없는 또 한 가지의 비밀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가 문맹이란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센 그녀는 차마 누구에게도 자신이 문맹이란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2008년 영화지만 거의 기억이 난다. 게이트 윈슬렛이 한나 역을 맡았는데, 영화 '타이타닉'에서 보다 더 섹시했고 연기도 압권이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도회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원장과 친분을 가지며 그들의 고민을 알게 되었다. 사립 유치원 원장의 콤플렉스는 뭘까?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경쟁구도에서는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형 유치원, 생계형 유치원에 따라 다르고 운영의 주체에 따라 또 다르다.

사립유치원 90% 이상 아니 거의 여자이다. 미모, 나이 차이는 있지만 여자들이 지배하는 공간이 유아교육현장이다. 이사장은 남자인데, 잘 나가는 원장을 뒀다며 부럽다는 말을 듣지만 콤플렉스가 될 수 있다. 콤플렉스는 대단한 것에 있는 게 아니니 솔직히 무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본인 아니면 아무도 모르고 말을 한다고 해도 모든 것을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립유치원 원장은 많은 것을 가져 아쉬운 것도 없어 콤플렉스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재산이 있어, 명품, 외제차, 외국 여행을 즐기는 분류로 취급 받는다. 그러나 일부이다. 저출산, 과도경쟁에 의한 원아모집 스트레스, 화려함 속에 빈곤함을 느껴 콤플렉스로 적지 않은 고통을 받고 있다.

사립유치원 원장의 콤플렉스를 알고 치고 들어오는 나쁜 기관, 사람도 있다. 우화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나약한 여자일 때가 많다. 감시, 견제, 뒷말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 25년 유아교육현장에서 느낀 보람을 뒤로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원장도 볼 수 있었다.

사립유치원 원장은 더 이상 화려하고 예쁜 장미꽃이 아니다. 관심과 돌봄없이 생존을 위해 억척스럽게 사는 야생초일 뿐이다. 야생초의 아름다움을 쉽게 깨닫지 못했듯 사립유치원 원장을 잘 알지 못했지만 이젠 콤플렉스와 프라이드를 알 것 같다.

실질적으로 유아교육을 이끌고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이 콤플렉스,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교육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한다. 예산 부족으로 지원이 축소되었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안다고 하면서 삭감 대상에서는 늘 우선순위에 포함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투명성, 공공성을 위한 통제, 감시가 필요하지만 여느 기관과 형평성을 고려한 지원, 통제, 감시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유치원 원장은 갖고 있다. 유아교육 정책을 바라보는 원장은 추위를 더 느끼게 되는 겨울이다. 몸과 마음이 따뜻해야 유아교육자로서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고 또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과 눈길을 줄 수 있는데 말이다. 칼바람이 불어서 너무 춥다. 겨울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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