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OPLE 5 - 2020 세계 브레이킹 연말 시상식 ‘최고의 팀’ 상 수상에 빛나는 진조크루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시작되었던 비보잉이 어느덧 대한민국 부천을 알리는 대표 브랜드가 되어 세계 무대를 강타하고 있다. 비보잉은 일명 브레이크댄스, 또는 브레이킹으로도 불리며, 미국 뉴욕 브롱크스 DJ 쿨헉의 파티에서 브레이크 비트에 맞춰 춤을 추던 사람들을 일컬으며 시작되었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독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미, 동남아시아, 이스라엘 등 전 세계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호응 속에 범세계적인 문화로 입지를 굳힌 비보잉은 한국의 비보이들에 의해 보다 더 높은 차원의 예술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인의 우월한 문화 DNA와 창의성, 근면성 등이 발휘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오늘날 한국의 비보이들은 비보잉에 음악, 무용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도입하기도 하고 태권도, 케이팝 등 다양한 분야와의 콜라보를 시도하기도 하면서 비보잉을 단순한 경연 예술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공연예술로 승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진조크루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진조크루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비보잉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부천은 오늘날 세계적인 비보잉 도시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비보이 그룹 진조크루가 부천에 둥지를 튼 덕분이다. 진조크루는 지난 2012년 부천시의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인 라온으로 부천시와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2015년에 부천으로 근거지를 옮겨 정착했다. 올해 2, 비보이 월드랭킹 집계사이트 비보이 랭킹즈에 따르면 한국의 비보이 국가 랭킹은 미국에 이어 2, 팀 랭킹은 진조크루가 단일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2020 세계 브레이킹 연말 시상식에서 최고의 팀상을 수상한 진조크루의 역사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불사르며 오른다는 의미의 진조크루는 그야말로 지난 20년간 세계를 무대로 활활 타올랐다. 지난 2001년 김헌준, 김헌우 형제를 주축으로 탄생한 진조크루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 열린 5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한 차례 이상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는 세계 비보잉 역사상 최초의 그랜드 슬램이다.

2010년 R-16 World Master Championships 퍼포먼스, 크루배틀 두 부분우승
2010년 R-16 World Master Championships 퍼포먼스, 크루배틀 두 부분우승
2008년 Red Bull Bc One  월드 파이널우승
2008년 Red Bull Bc One  월드 파이널우승
2010년 Battle Of The Year Final in France 우승
2010년 Battle Of The Year Final in France 우승
2012 UK B-boy Championship World Final 우승
2012 UK B-boy Championship World Final 우승
프리스타일세션 우승
2011 미국 Freestyle Session 우승

 

콩나물신문 더 피플은 최근 상동호수공원에 세워진 비보이 브론즈 조형물을 계기로 부천 비보잉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 부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비보잉 그룹 진조크루를 인터뷰했다.

 

2001년 시작한 진조크루, 20인의 대 그룹으로 성장하다

 

562, 인터뷰를 위해 지하철 7호선 상동역 근처에 있는 진조댄스스튜디오를 찾았다. 진조크루를 대표하여 인터뷰에 나선 멤버는 소마(soma) 김우중. 소마는 지난 2011년 진조크루 역사상 처음으로 오디션을 통해 입단한 멤버다. 지난해 결혼해 부천에 신혼살림을 차린 소마는 한 달 전 사랑스런 아기까지 태어나 얼굴이 온통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다. 소마를 보자 어쩔 수 없는 꼰대 기질이 발동하여 혹시 학교 다닐 때 말썽 좀 부리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전혀 아니라고 한다.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고 단지 브레이크댄스가 좋아서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고 동작을 익히다 보니 그 일이 자연스럽게 대학까지 이어졌단다. 학창 시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여 마침내 진조크루의 멤버가 된 소마를 보며 진정한 프로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마에게 진조크루의 역사와 그간의 활약상을 간단히 소개해달라고 했다.

소마(soma) 김우중
소마(soma) 김우중

 

진조크루는 20명의 멤버로 구성되었으며 비보이 역사상 최초로 세계 5대 메이저 대회인 ‘R16 Korea’(한국), ‘Battle of the Year’(독일), ‘Freestyle Session’(미국), ‘UK B-Boy Championship’(영국), ‘Red Bull BC One’을 석권한 세계 최고의 비보이 그룹입니다. 2001년 창단 이후 지금껏 20여 년 동안 180여 회 이상의 대회 우승 경력을 자랑하며 대회뿐만 아니라 각종 공연, 방송 활동, 영상물 제작, 모델, 광고 촬영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이나믹 비보이’, ‘코리아 비보이’, ‘콜라보 비보이등의 공연을 통해 진조크루는 비보잉의 역동성과 함께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원년 멤버들이 아직 그대로 현역에서 활동할 정도로 진조크루는 멤버들 간의 팀워크와 유대감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라온이 맺어준 인연으로 2015, 부천에 둥지를 틀다

 

진조크루가 부천과 인연을 맺은 것은 청소년 문화예술 프로그램 라온’(‘즐겁다의 순우리말) 덕분이다. 지난 20122, 부천시는 진조크루를 '부천시 청소년 문화예술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라온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을 지도하게 했는데 이것이 진조크루가 부천에 둥지를 틀게 된 계기가 됐다. ‘라온은 비보이, 힙합댄스, 마술, 기타·밴드 등 5개 장르의 전문가들이 412월 매주 1회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교육하는 문화예술 멘토 사업으로 부천 지역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라온프로그램의 수강생인 김예리(Yell)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 부천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했다.

한편 진조크루는 지난 2016년부터 부천시와 함께 매년 부천 세계 비보이 대회(BBIC)’를 개최하며 부천을 세계 비보이 메카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부천시가 주최하고 진조크루가 주관하는 부천 세계 비보이 대회(BBIC)’는 비보이 배틀, 팝핀 배틀, 올장르퍼포먼스대회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해마다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1,500명 이상의 댄서들이 참가합니다. 유럽, 아시아, 한국 등 지역 예선을 거쳐 부천에서 열리는 결선에는 15천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릴 정도로 부천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대회 비보이 배틀 결선에서는 싱가폴, 유럽, 한국 예선 우승팀 세팀과 초청팀 다섯 팀 등 모두 여덟 팀이 경쟁을 벌였는데 세계 5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Red Bull BC One 우승팀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20BBIC는 코로나19로 인해 안타깝게도 온라인으로 개최되었고, 오는 9월에 열리는 2021BBIC도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부천역 앞 마루 광장에서 세계 최고 기량의 비보이와 비걸들을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2018 BBIC 우승팀 - 유러피안 올스타
2018 BBIC 우승팀 - 유러피안 올스타

 

비보잉,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 공식 명칭은 브레이킹

 

비보이, 비걸들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댄스가 이제는 예술의 경지를 넘어 스포츠로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지난해 128,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브레이킹이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고 밝혔다. 비보잉 세계 랭킹 1~2위를 다투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세계 최고 기량의 그룹 진조크루를 홍보대사로 둔 부천시로서는 세계적인 비보잉 도시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부천시는 지난 2014년 부천전국비보이대회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는 국내 유일의 세계대회인 부천세계비보이대회(BBIC)’를 개최해 오고 있다.

사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비보잉의 열기가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시기에 비해 기술적인 부분은 더욱 진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의 관심도는 조금 약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당시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치고 브레이크댄스 한 번 춰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이번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계기로 비보잉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시 한번 활활 불타올랐으면 좋겠네요.”

이번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계기로 비보잉 열기가 고조되어 상동호수공원, 심곡천, 베르네천, 부천역 광장 어느 곳에서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브레이크댄스를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진정한 비보잉 메카로서 부천시의 모습이 아닐까? 그때는 나도 기꺼이 식스스텝을 배워보리라.

 

영원한 1위는 없다. 체계적인 후진 양성 시스템 갖춰야!

 

진조크루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금 1위가 올림픽 1위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국가적으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후진 양성 프로그램이 시급한 이유다. 서울, 전주, 울산 등에서는 일찍부터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 다른 도시에서도 더 많은 프로그램이 생기고 학교에서도 다만 몇 시간이라도 아이들에게 비보잉을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난해 심곡동에 있는 깊은골 문화사업단에서 펄벅을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요지인즉, 부천시가 펄벅의 도시를 꿈꾸면서도 정작 펄벅이 누구인지? 그녀의 생애, 사상, 정신은 무엇인지? 등은 학교 교육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축제 한 두 번 한다고 해서 펄벅의 도시가 되지 않듯, ‘BBIC’ 개최만으로 부천이 비보잉 메카가 되지 않는다. 이번 상동호수공원 비보이 조형물 건립을 계기로 정치와 행정, 교육,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좀 더 머리를 맞대고 비보잉 메카로서 부천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기를 기대한다.

이주희 작가의 THE PEOPLE 5
이주희 작가의 THE PEOPL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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