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곡천 복원 관련 토론회를 마치고

심곡천 복원에 대해 시민단체가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시민연합 백선기 이사장이 이 사업에 대한 기본 문제의식을 발제했으며, 중앙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김진홍 교수와 서울시 공무원으로서 청계천 복원사업을 담당했던 분이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부천시의 재정현황에 대한 설명을 요청받은 저도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발제자는 심곡천 복원사업이 생태하천이라기 보다는 도심조경을 목적으로 하는 제한적인 친수공간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취지와 당위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측면과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통합적 접근과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경과 교통, 예산, 상인들의 생계 등이 얽힌 복합적인 사안이므로 민관 거버넌스를 통한 통합과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김진홍 교수 역시 도심에서 생태하천 복원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 동의를 했습니다. 부천시와 환경부가 사용하는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용어가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형 하천 정도가 올바른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용어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복개구간을 철거하고 햇빛과 바람을 통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기본 전제였습니다. 이 사업을 반대하는 저 역시 동의하는 일입니다. 다만 백 이사장이 이야기하는 ‘복합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했을 때도 선택해야 하는 일인지 따져보아야 하고, 그랬을 때 반대한다는 것이 제 주장인 것입니다.
 
김 교수는 홍수대비능력을 따졌습니다. 복원대상 구간에서 물이 흐르는 통수단면을 넓히더라도 하류가 그대로라면 치수사업으로서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저류조 설치 등 침수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교통, 주차, 천변상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해결해 가는 것이 결국은 빠른 길이라는 의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2003년 청계천 복원 당시 담당 공무원이었던 김경오씨는 상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시의 노력을 이야기했습니다. 62,000여 개의 상가를 모두 방문했으며 서울시 예산으로 상가 손실을 추정하는 용역도 했다고 합니다. 문정동 이주단지 분양, 생업자금 및 자녀 장학금 지원, 임시 무료주차장 설치, 공사기간 단축 등 사안별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며 협의를 했다고 합니다. 4,200번 만났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천시는 왜 앞선 경험들을 연구하지 않았을까요? 서울시에서 시도했던 소통을 흉내도 내 보지 않았을까요? 답답한 노릇입니다. 설계에 착수한 이후 2년이 흘렀건만 그 많은 시간들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공사착수를 선언했습니다. 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이해 당사자들과 대화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명박보다 못한 행정’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상인들은 공사가 끝나도 현 업종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공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대답만 하고 있습니다. 2년 안에 공사를 끝낸다는 이야기도 뜬구름 같은 약속입니다. 내년 국비예산이 51억 원 밖에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계획된 국비 210억의 25%에 불과합니다. 2년에 끝내려면 100억 원은 확보했어야 합니다. 경기도 지원은 더 암담합니다. 결국 부천시 부담이 커지거나 공사가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둘 다에 해당될 것입니다.
 
부천시 재정 현실에 대한 제 이야기를 듣더니 중앙대 김진홍 교수는 이렇게 힘든데 왜 사업을 강행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국비가 70% 지원될 때도 지자체들이 신청을 잘 안하던 사업인데, 심곡천의 경우는 국비 지원이 60%에 불과합니다. 국비가 70% 지원될 때 시작한 의정부 백석천은 완공예정 기일을 2년 넘기고도 63% 공정에 머무르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시민이 결정할 일이라는 말로 맺었지만 시민은 아무 권한도 없이 대상화 되어 있을 뿐입니다.
 
오늘도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광고판을 단 시내버스들이 복개천 위를 달립니다.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시민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광고 세례만 퍼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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