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숲에서 아이와 놀자

봄이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대리고 숲을 찾습니다. 아이들은 2열 종대 혹은 1열로 줄을 지어 걸어갑니다. 줄에서 선생님들의 위치는 보통 맨 앞과 중간 그리고 끝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 사이에서 줄을 맞춰 길을 따라 걷습니다.

걸으면서 아이들은 바쁩니다. 어떤 아이는 머리를 좌우 위아래로 움직이며 주변을 정신없이 살핍니다. 어떤 아이는 다른 아이와 수다를 떠느라 시끌시끌합니다. 어떤 아이는 바닥에 돌을 툭툭 차며 걷습니다. 어떤 친구는 도토리나 나무를 주워 쳐다보며 걷습니다. 어떤 아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합니다. 선두에 선 선생님이 멈추자 선생님에서 가까운 아이부터 차례로 발걸음을 멈춥니다. 선생님은 손가락을 위로 향하며 나무를 가리키며 메가폰으로 말을 합니다.

이건, 참나무라고 해요. 다 함께 따라해 볼까요? 참나무!”

걷는 것을 멈추고도 제자리에서 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놀이를 멈추고 따라 말합니다.

참나무!”

선생님은 몇 번 참나무를 반복시키고 다시 앞으로 걸어갑니다. 아이들도 따라 걷습니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자신만의 놀이로 다시 돌아갑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은 단체행동을 합니다. 한명이 아닌 다수가 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고 돌봐줄 사람도 적으니 개인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단체생활은 소속된 단체를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생활을 합니다. 아이들의 모습은 과거 휴전선에서 근무하던 군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휴전선에서는 탈영과 탈북 그리고 비상조치를 위해 이동 시 21, 31조를 기본으로 생활합니다. 군대라는 조직은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합니다. 군대는 국민을 지키기 위한 있는 조직으로 군인은 자신보다 국민을 우선하여 개인을 희생합니다. 아이들의 단체생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아이인가요? 시설인가요? 부모인가요?

존스홉킨스대 소아정신과 교수인 지나영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의 차이를 식사하는 모습에서 발견했습니다. 한국은 함께 밥 먹으러 가면 메뉴를 통일하는 반면에 미국인은 같은 음식도 개인에 따라 바싹 굽고 덜 굽고 하며 조리방법을 별도로 다양하게 주문해 먹습니다. 단체의 의견을 우선하는 한국, 개인의 의견을 우선하는 미국은 서로 다른 문화입니다. 무엇이 더 좋고 무엇이 더 옳은지는 모르지만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문화는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아이는 저마다 다양한 개성이 있습니다. 사회적 지시에 의한 획일적인 단체 생활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맞벌이 등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시설에 보내져 단체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부모의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 아이가 힘든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생활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합니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것은 책임지울 수 없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행동을 반복하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개인의 공동체는 연대할 수 없습니다.

좋은 관계는 서로 독립적일 때 맺어지는 것입니다. 각자의 책임을 다할 때 관계가 원활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기에 책임지지 못합니다. 아이는 책임지지 못합니다. 스스로 결정하기 힘들어 집니다. 부모도 아이도 어쩔 수 없는 환경이라면 어른이 먼저 결정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부모가 책임을 지면 아이도 책임질 수 있을 겁니다. 서로 책임지면 각각 독립적인 존재로 바로 설 수 있고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몸과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깁니다. 타인이 결정한 삶을 지속적으로 살다보면 자신의 모습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인형이 되어 살아가야 합니다. 숲에서 마음이 흐르는 데로 스스로 결정하는 놀이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자신감도 붙을 겁니다.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글 - 정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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