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YMCA 진단과 전망 5월 셋째주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대, 문화복지가 가지는 사회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 확산에 따라 정부는 문화를 통한 국민의 삶의 질 또는 행복 수준 향상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문화정책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불확실한 노후, 고용불안 등으로 인해 국민의 삶과 행복 수준이 저하되고, 소득수준세대별지역별 차이에 따른 국민의 문화 향유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소득수준․세대별․지역별 차이에 따른 국민의 문화 향유 격차 발생

 

이러한 문화예술의 불균형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재단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 지역 문화를 통해 지역 소통을 강화하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지역 문화를 보호하고, 풍부한 지역 문화예술을 폭넓게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문화재단은 운영위탁비와 사업수입금을 통해 운영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의존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때로는 수동적인 지역 문화발신자로서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일본: 국가에서 지방으로, 관에서 민으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일찍이 국가에서 지방으로’, ‘관에서 민으로의 흐름 아래 민간과 행정의 역할 분담의 재검토나 지방분권의 확대 추진 등을 적극적으로 도모하였다. 특히 민간부문에서는 규제 완화 등에 의해 새로운 문화복지 분야로의 진출을 확대해 왔으며, 비영리 활동이나 자원봉사 활동 등의 활성화에 따라 민간과 행정의 협력에 의한 대처가 진행되어 문화복지 차원에서 기업의 메세나 활동도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과소화와 고령화 등의 영향, 도시지역에서도 독신 세대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쇠퇴와 문화예술의 담당자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과 함께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뿐만 아니라 문화 소외 계층의 증가 현상이 지적되는 가운데, 지역의 문화예술복지를 지원하는 기반 취약성의 약화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메세나 활동, 문화민주주의에 기여

따라서 문화복지 사회 구현을 위한 지방정부의 문화복지 정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업 메세나 활동이 제시될 수 있다. 기업 메세나 활동은 정부의 직접적인 문화예술지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는 문화예술에 대한 민간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 문화복지 지원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메세나 활동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기업과 예술인 혹은 예술인 단체의 연계 과정을 중시하며, 역동성을 띠며 변화를 강조하고 사회적 질 제고 및 아마추어 중심의 창조 활동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문화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메세나(Mecenat)’란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총칭한다. 메세나는 프랑스어로 고대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트 황제의 대신이자 정치가·외교관·시인이었던 가이우스 마에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 BC 67AD 8)가 시인 호러스(Horace), 버질(Virgil) 등 당대 예술가들과 친교를 두텁게 하면서 그들의 예술·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비호해 예술 부국을 이끈 데서 유래한 말이다.


정부 중심의 수직적인 문화예술복지 지원에서 문화예술후원 매개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수평적 네트워크 문화예술체계로

한국의 메세나 활동은 199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1994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한국메세나협회’)가 출범하면서 대기업과 문화예술단체의 가교 역할로서 본격화되었다. 과거에는 정부주도의 직접적인 문화예술이 이루어졌다면 2014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일명 기업메세나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및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정부 중심의 수직적인 문화예술복지 지원에서 벗어나 문화예술후원 매개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수평적 네트워크 문화예술체계가 마련되었다.

우리나라 기업 메세나 활동의 주요 활동의 목적은 사회공헌전략으로서 지역사회 지원소외계층 지원이며, 실제 여러 대기업이 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예술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는 비영리법인인 한국메세나협회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과 예술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초기의 대기업 중심의 문화예술후원에서 벗어나 문예진흥기금을 통한 예술지원 매칭펀드, 지역 특성화 매칭펀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일본의 메세나 활동에 비해 지역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생태계 구축 및 저변 확대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생태계 구축 및 저변 확대가 이루어져야

일본의 메세나 활동은 1990년 초반에 민간기업과 예술단체, 그리고 예술가를 지원하는 측과 지원되는 측이라는 일방통행 관계를 중심으로, 지원 방법도 대부분이 금전적 지원이 중심을 이루었다. 2000년대 이후, 일본 메세나 활동은 기업과 예술단체 등과의 파트너십에 기초한 활동으로 변화하고, 지원 내용도 인력을 비롯해 장소나 제품 서비스, 기술·노하우 등 자금 이외의 부문으로 다양화되었다.

최근 일본 메세나 활동은 지역과의 연계 및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사용되지 않는 건물(점포나 창고) 등을 지역 문화포럼장으로 전용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예술·문화 기반을 지탱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은 메세나를 중요한 지역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로 인식하여 기업 및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지역 기업으로서의 ‘신뢰’를 더욱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지역 문화예술에 기여하는 지역 기업의 활동과 성과를 공공기관 홈페이지나 관보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국내는 직·간접 지원, 일본은 기업주민지역 NPO 파트너십 구축

국내 기업의 메세나 활동 역시 사회공헌을 위한 지역 문화예술지원을 독자적으로 기획추진하거나 한국메세나협의회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경향이 많은 반면에 일본은 지역의 문화복지 활성화를 위해 기업주민지역 NPO가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지역 문화복지의 창의성과 창조성을 증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지역 문화예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공공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자본 유입과 활용, 그리고 기업 메세나 자원 활용 등은 지역 문화복지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써,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기업 메세나 활동에 대해 법률적제도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특히 지역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에 있어 지방세와 같은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통해 다양한 민간 자금의 추가 활용을 촉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세금 혜택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재와 시설 등을 활용한 인적·물적 지원을 가진 기업에 의한 문화복지사업이 이루어지도록 다각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천시 삼정동에 위치한 ㈜디포그 김창홍 대표는 자비를 들여 본사 건물의 1층과 4층을 스튜디오와 작가 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 한 후 지난 2012년부터 벌써 10년째 예술가들에게 이를 무료로 제공해오고 있다. (사진 : 콩나물신문편집위원회, 출처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부천시 삼정동에 위치한 ㈜디포그 김창홍 대표는 자비를 들여 본사 건물의 1층과 4층을 스튜디오와 작가 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 한 후 지난 2012년부터 벌써 10년째 예술가들에게 이를 무료로 제공해오고 있다. (사진 : 콩나물신문편집위원회, 출처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다주체간 파트너십 구축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해야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첫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지역 문화예술 진흥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이지만, 최근의 재정 상황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 충분한 지원을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과거의 수직적이고 직접적인 재정 지원역할에서 다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설정하고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협력관계를 생산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의회는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지방조례(일명 지역 메세나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여 지역 기업지역 주민지역 NPO 등 다 주체간 파트너십이 구축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둘째, 지역 기업은 지역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에는 초기의 기부 대상이었던 보건, 복지, 종교, 교육 등의 분야에서 이후에는 문화예술 분야와 지역사회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는 있으나,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와 대기업 위주로 활동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중요시되고 기존의 생색내기식 사회공헌과는 달리, 지역 기업이 지역의 메세나 가치와 사회적 책임성을 인식하고 지역의 일원으로 꾸준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금전적 지원 이외에도 문화예술 활동의 발표제작연습의 공간으로서 건물(사옥, 창고, 장비 등)과 부대 시설, 전문인력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회사의 직원과 가족을 위한 문화예술행사(강연 및 워크숍)에 지역주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문화예술 및 기부 행사에 참여하는 직원의 봉사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일부 적립을 인정하는 특별휴가제도를 도입한 기업들도 있다. 이는 기업 자체가 지역 문화예술 활동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뿐만 아니라 그 기업의 직원들이 자신의 생활에 여유를 가지고 문화예술을 비롯한 지역의 사회봉사 활동에 참가하기 기회구조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셋째, 기업 외에 개인에 의한 기부 인센티브(동기부여)를 적극적으로 활용제공해야 한다. 개인 단위의 작은 도움이라도 참가하려는 주민이나 단체가 늘어남에 따라 더 큰 지원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 등이 자신의 의지로 지원함으로써 지역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참여 의식을 높일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역주민이 자신들의 지역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자부심을 갖는 것은 지역 문화의 진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문화예술을 위한 지방조례제정과 더불어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실행제도들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과 행정이 동등한 책임을 완수하기도

일본 가스가이시(春日井市)의 사례를 보면 문화진흥 기본조례 및 문화진흥 마스터 플랜을 제정하고, 시민·기업 등에 의한 문화예술지원을 촉진하기 위해 시민 메세나 기금을 설치하여 경제적인 지원 방안을 도모하였다. 또한 행정이 그 지원을 보완하는 가산 기여 제도를 도입하여 주민과 행정이 동등한 책임을 완수하게 하였다. 이처럼 주민과 기업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경제적 제도와 인적 제도를 정비하여 주민·기업 등 민간의 참여를 촉진해 나가는 방안이 지역 문화예술행정에서 요구된다.

향후, 지역 메세나 활동을 더욱 다각화하고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를 통한 직·간접 지원을 통한 메세나 활동 강화 노력이 더욱 가속화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지역 중심 메세나 활동은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발전 및 지역주민 문화권 강화를 통한 문화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주성돈. 명지전문대 행정과 교수. 부천 YMCA 회원.

농업산림정책, 환경정책에 관심을 가지며 최근에는 도시행정과 지역개발을 강의하면서 점차 도시경영, 도시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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