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참 많은 다양한 삶들이 있구나!

담쟁이 -한제이 감독 

관계, 그리고 교통 공간

독립, 예술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 참 많은 다양한 삶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많은 삶들이 바로 내 옆의 가까운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고, 다름 아닌 우리 이웃의 누군가가 살아내고 있는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관계! 마르크스는 사회를 관계들의 앙상블이라 말했지! 그리고, 실제 우리들의 삶은 그 수많은 관계들의 연속이지!

그 관계들의 시초는 대개 초기 증상을 겪는다. 일본의 철학자 고진은 공동체와 공동체의 사이 공간교통 공간이라 말하며 그 공간을 사회라 명명한다. 고진은 이 교통 공간에 대한 해석을 외부, 타자, 무한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낯선 인간들, 타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접촉하는 공간, 그 곳에서 관계는 발생하고, 어떤 증상들이 일어나고, 타자()은 교통하고, 곧 하나의 다른 사회성이 개시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게다. 하기야 그 수많은 무한의 외부가 있으니 사람도 관계도 하나같지 않고, 우리가 모르는 그 모든 특이한 삶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타자, 그리고 무너지거나 도약하거나, 그리고 배우 문혜인

이런 의미에서 영화 <에듀케이션>(김덕중, 2019)은 낯선 이들의 교통 공간이 교육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고등학생 현목이는 생활고를 이기기 위해 알바를 하며 살지만 미성년자라 하여 알바비도 제대로 다 받지 못한다. “숨 좀 쉬고 살려고스페인으로 떠나고 싶어 여비를 마련하려 장애인 활동 지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성희는 사회복지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이 둘이 얽히고설키며 사회적으로 엮이는 모습과 그 효과를 정말 잘 그려내고 있지 않나 싶다. 둘의 불을 보듯 뻔한 고단한 삶, 닫혀 있는, 창구 없는 삶들이 교통하며 부딪힐 때 일어나는 효과들을 영화는 섬세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에듀케이션이지 않을까 싶다. 놀라운 것은 두 젊은 배우의 연기가 마치 실사를 찍은 듯 자연스러워, 마치 옆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담 너머 보이는 듯, 완벽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 감각은 그랬다. 특히 성희 역을 맡은 배우 문혜인의 연기는 정말 탁월하다.

영화의 압권은 현목이의 말 없는 도움에 파문이 일어주체할 수 없었던 성희가 현목이를 찾아가 무너지는 장면이다. 관계가 이전의 삶과 주체를 파고들며, 흔들고 무너트리는 경험은 흔하지 않다.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낯선 이들의 상호 교통이 결국에는 주체를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명장면이지 않나 싶다.

 

사랑, 가족; just a love, a family

영화 <담쟁이>(한제이, 2020)는 동성애 영화이자 가족영화다. 이유 없이, 조건 없이 눈빛만으로 사랑하기 힘든 세상,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불구가 되어 떠나려는 연인 은수, 그런 은수에게 내가 괜찮다고 내가 상관없다고외치는 예원, 그리고 이 두 사람 사이에 남겨진 은수의 어린 조카 수민이; 영화는 이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조명한다. 이 세 사람의 관계를 조형하면서 영화는, 이제 우리 사회는 사랑도, 가족도 유일한, 전형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형태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the love(이성애)the family(가부장제)처럼 전형적인 지위를 누리며 다른 형태를 비정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은 이제는 사라져야 할 낡은 것들이라고. 때가 되면 성인이 되어 19()에서 풀려나고, 남녀는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고, 아득바득 집을 마련하고, 퇴직을 하고, 요양원에서 마지막 삶을 준비해야 하는, 삶의 양식들, 생애 주기들이 이제는 제도적 차원에서든, 실제 개인들의 삶에서도 재검토 되고 있다는 것을. 실제 우리는 지금 여기서기술 변화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삶들이 인생들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보고 있지 않은가!. 두 남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에 대한 해체, 영화 <담쟁이>는 그 변화의 와중에서 우리의 가족 관계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그 미래의 가치를 선취한 것은 아닌지. 그것은 다름 아닌 그저(just) 좋다고; 사랑하고, 아껴주고, 가꿔주는...... 오래된 가치들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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