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입구에 결려 있는 벽화. 모두 산학교 아이들 작품이다.
산학교 입구에 결려 있는 벽화. 모두 산학교 아이들 작품이다.

부천시 성주로34번길 40(송내동 441-85)에 있는 산학교는 공동육아의 철학과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9년제 대안 초·중등학교이다. 학생 수 60여 명의 작은 학교이지만 역사는 깊다. 지난 2001,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대안학교로 개교했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중등 과정은 2015년에 개설되었다.

본래 이름은 산어린학교였으나 2년여간의 토론 끝에 2017, 산학교로 변경했다, 산학교라는 명칭에서 의 의미는 복합적, 중의적이다. 한자의 ()’일 수도 있고, 살아있다는 뜻의 관형어 일 수도 있다. 산학교의 다음 네 가지 교육목표 즉,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른다’, ‘이웃, 사회와 역사, 자연과 관계를 맺는다’, ‘통합교육으로 다름과 같음을 이해한다’, ‘기본적인 시민의식과 생활문화를 익힌다속에 의 의미가 잘 녹아있다.

산학교에 들어서면 건물 뒤편 운동장 너머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성주산이 자리하고 있다. 그 산자락에서 아이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꿀벌도 치면서 하루를 보낸다. 산학교의 교육과정에는 놀이’, ‘학교밖활동’, ‘공동체수업’, ‘반별프로젝트’, ‘들살이 프로젝트등의 용어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데 이는 보통의 공교육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산학교만의 장점이다.

산학교 운동장 뒷편의 텃밭. 
산학교 운동장 뒷편의 텃밭. 
산학교 교사. 외관은 다소 낡아보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다.
산학교 교사. 외관은 다소 낡아보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다.
아이들에게 목공을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고 계신 선생님. 산학교에서는 선생님도 배우고 아이들도 배운다.
아이들에게 목공을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고 계신 선생님. 산학교에서는 선생님도 배우고 아이들도 배운다.

 

산학교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산학교는 귀족학교인가?

음식점이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등으로 세분된 것처럼 학교도 교육 수요자에게 교육의 다양성과 선택권이 주어지면 좋겠어요. 지금의 공교육 제도는 너무나 획일적이잖아요. 물론, 혁신학교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안학교는 이름 그대로 현재의 공교육에 드러난 문제점들은 개선해보고자 만들어진 학교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건데, 지원은 없습니다. 모든 교육비를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므로 무상교육이 이루어지는 초·중학교에 비해 많은 교육비를 지불해야하는 게 현실이죠. 그렇게 하면서까지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신념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가정의 다른 예산을 조정해서라도 자녀에게 필요한 교육을 자녀가 선택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자녀가 7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부모의 설명이다. 그렇다. 산학교는 결코 돈 많은 집 자녀들이 다니는 귀족학교가 아니라, 공동육아의 철학과 이념을 지닌 학부모와 그 자녀들이 몸담고 있는 대안학교임이 분명하다. 산학교와 같은 대안학교가 향후 우리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현재의 공교육이 안고 있는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도 정부와 지자체는 학부모가 모든 비용을 책임져야 하는 현재의 모순이 시정되도록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산학교 탐구수업
산학교 탐구수업

 

산학교 학부모회, 부천 지역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산제로 상점을 열다

산학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다. 부모는 아이들의 보호자이면서 선생님이고 또한 동료이기에 학교에서의 배움이 가정과 사회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연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 산학교 학부모회가 대형 사고(?)를 쳤다. 사고라고 하니까 부정적인 의미일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한마디로 좋은 사고다. 산학교 학부모회가 부천 지역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산제로 상점을 설립한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란 모든 제품, 포장 및 자재를 태우지 않고,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토지, 해양, 공기로 배출하지 않으며, 책임 있는 생산, 소비, 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초반에 탄생한 제로 웨이스트는 주로 제조 및 생활폐기물 관리 관행을 나타낼 때 쓰이는 용어였는데 이것이 환경 선진국인 미국. 독일 영국 등에서 각 가정의 생활문화 운동으로 확산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의 일이다.

오늘날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는 특정 국가와 특정 지역을 넘어 전 세계 모든 인류의 당면과제가 되었고,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지구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을 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세제, 비누, 샴푸 등의 생활용품이 우리의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생각 없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 용기들이 쓰레기가 되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지금, 비록 부천 지역 최초라고는 해도 산제로 상점설립 역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아무쪼록 이번 산학교에 설립된 제로웨이스트샵 산제로상점을 계기로 부천 지역 곳곳에 제2, 3의 제로웨이스트샵이 설립되어 부천 지역 환경 운동의 대전환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콩나물신문도 제로웨이스트샵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약속한다. 다음은 산제로 협동조합 이하경 대표의 글이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깨끗한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산제로 협동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토끼(이하경)라고 합니다. 저희는 대안학교인 산학교 부모들로 이루어진 단체이며, 2년 전, 아이들이 프로젝트 수업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루면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느낀 아이들의 문제의식을 시작으로, 부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실천하다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코로나19의 비대면 상황이 만든 택배 및 배달 용기 쓰레기의 과다배출로 인한, 과 포장재의 심각성과 재활용 분리수거의 한계를 느낀 부모들은 우리가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의지를 모았고, 안 쓰고, 덜 쓰겠지만, 꼭 써야 하는 것들은 포장재 없는 물품과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하자 하여, 그런 제품들을 선택하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포장재가 많은 택배로 시키거나, 타 지역에 멀리까지 찾아가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동네에도 리필스테이션이 있으면 좋겠다. 쓰레기를 줄여보자, 그냥 우리가 만들자! 하며 의지를 만들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고, 마침 산학교의 창고처럼 쓰던 공간을 내어주셔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간부터 청소하여 살리고, 낡고 오래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문짝 없거나 고장 난 사물함을 살려서 공간을 만들고, 소비라는 뜻의 ’ ‘0’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의 제로’, 산을 살리는 소비를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를 가진 산제로 상점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상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위한 사업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저희는 부천 단비기업에서 주관하는 창업지원 사업에 지원하게 되었고, 저희의 뜻을 알아봐 주신 부천 사회적경제센터 단비기업에서 감사하게도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고, 조금이라도 깨끗한 미래를 주고 싶었던 부모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대상까지 받게 되어, 좋은 뜻을 펼치는데, 마중물이 되어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이 나눌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더 기뻤습니다.

저는 이 제로웨이스트샵이 동네 여기저기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 더 쉽게 포장재 없는 제품을 선택하고, 일상 속에서 실천을 생활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길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현재도 송내2동에 생기는 제로웨이스트샵 준비를 돕고 있으며, 아울러, 우리 상점이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함께 환경운동을 하고, 더불어 꿈도 이룰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저희가 시작할 때 부천 사회적경제센터의 지원이 마중물이 되었듯이. 저희 산제로 상점이 꿈을 키우고, 지원이 필요로 하는 이에게 마중물이 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그런 방향으로 가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 상점에는 취미로 수세미를 만드는 산학교 졸업생, 아이가 밥보다 빵을 잘 먹어서 유기농 쿠키와 빵 만들기 고수가 된 엄마, 아이와 본인의 아토피가 너무 심해, 천연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하여, 공방까지 차리게 된 엄마, 나무가 좋아서 IT 회사를 그만두고 나무 공방을 차린 아빠, 육아로 단절된 경력을 다시 이어가고자 시작한 보자기 포장을 배우고, 사업을 시작한 엄마 등등, 2의 직업을 시작하는 여러 마을 사람들이 만든 제품들이 모여 있습니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포장재 없는 저희 제로웨이스트샵이 이렇게 이야기가 있고 사람이 있고, 뜻이 있고, 꿈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가는 게 보람됩니다. 지금은 지구를 살리기 위해 모인 이곳이, 하고 싶은 걸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되어, 사람까지 살리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지구와 사람이 서로 상생하는 그 날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려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환경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일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사진출처(아이원 호야꽃 블로그)
사진출처(아이원 호야꽃 블로그)

 

산제로 상점의 정식 개점일은 619()이며, 판매 물품으로는 소창행주, 소창손수건, 광목행주, 광목손수건, 비누, 천연세제, 천연수세미, 면수세미, 칫솔, 양말목으로 만든 텀블럭가방, 받침대, 도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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