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토와 소녀」 부천 베르네천에서 다섯 번째 시 낭독회 열어

신록으로 물든 6월의 베르네천.

배고픈 사람에게 시 한 줄이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마는 영혼이 가난한 자에게 그것은 세상 어떤 복음보다 강렬하다.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는 마스크는 사람과 사람의 단절이라는 고통을 낳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우리들 개인의 내면 속 고독이다.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시시때때로 겪는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배출되지 못하고 마스크에 걸려 몸 안에 축적되는 시대다. 우울감, 스트레스, 짜증의 강도가 전에 없이 높다. 사랑하는 사람과 정다운 벗과 차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보면 금방 사라지고 말 사소한 걱정거리도 켜켜이 쌓여 병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만남이다.

사회를 맡은 「센토와 소녀」 카페지기 시인화가 박정해
사회를 맡은 「센토와 소녀」 카페지기 시인화가 박정해

 

문학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모임, 센토와 소녀가 다섯 번째 시 낭독회를 부천 베르네천 야외무대에서 열었다. 야외무대라고 해봐야 베르네천 산책로 옆에 있는 아름드리 수양버들과 벤치가 전부지만, 자연이 배경이고 자연이 무대인 만큼 공연 장소로는 세상 어느 유명 콘서트홀 못지않다. 뒤로는 그림 같은 베르네 호수가 펼쳐져 있다. 파란 하늘을 나는(?) 잉어들의 유영(遊泳),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줄지어 수면을 가르는 오리 떼의 합창, 흡사 선정 삼매에 빠진 고승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 왜가리, 그리고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시와 음악.

센토앙상블의 연주. 만돌린(박정해), 팬플루트(김영란), 오카리나(박경순), 기타(최기만)
센토앙상블의 연주. 만돌린(박정해), 팬플루트(김영란), 오카리나(박경순), 기타(최기만)

물 위에서 노래함이라는 타이틀로 코로나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한 이번 시 낭독회에서 사회를 맡은 시인화가 박정해는, “시란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며 시 창작의 기쁨, 그리고 낭독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여러 시인들의 낭독도 뜻깊었지만, 낭독회 중간에 선보인 이선재 선생님의 풀피리 연주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나뭇잎 한 장으로 내는 자연의 소리, 진도아리랑도 되고 밀양아리랑도 되고 어메이징 그레이스도 되고 뻐꾸기 소리도 되는 풀피리. 이선재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마치고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8호 풀피리 이수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도아리랑을 연주하는 풀피리 연주가 이선재 선생님
진도아리랑을 연주하는 풀피리 연주가 이선재 선생님

화가, 신문사 주필, 성당의 수사님, 작곡가,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문학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인 센토와 소녀다섯 번째 시 낭독회는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부천의 생태 하천 베르네천을 찾은 시민들에게도 작은 기쁨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마스크에 의해 통제되고, 마스크에 의해 일상을 지배당하는 시대, 센토와 소녀시 낭독회가 꾸준히 이어져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와 위안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제5회 「센토와 소녀」 시 낭독회 참가자들. 기념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제5회 「센토와 소녀」 시 낭독회 참가자들. 기념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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