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OPLE 7 - 부천이주민지원센터 김봉경 사무국장

바야흐로 외국인 주민 2백만 시대다. 2019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2019.11.1.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한국 국적을 갖지 않은 외국인근로자, 외국국적동포, 결혼이민자 등이 1778,918(80.3%), 한국 국적 취득자 185,728(8.4%), 외국인주민 자녀(출생) 251,966(11.4%) 등 총 2216,61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기준 2,054,621명 대비 161,991명이 증가(7.9%)한 것으로 이런 속도라면 수년 내에 2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OECD는 총인구 중 외국인, 이민 2, 귀화자 등 이주배경인구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총인구(2019.11.1.)5,770만여 명이니 우리나라도 곧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들어설 날이 머지않았다. 물론 최근 들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국인주민 숫자가 다소 줄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급격히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외국인 주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로,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임금 착취도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된다.

지금으로부터 120여 년 전 우리 동포들 역시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해외로 이주했다. 1903년부터 1905년까지 7,415명의 우리 동포가 하와이로 이주해서 노예처럼 일했다. 비인간적인 처우와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오직 고향에 있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가난한 조국 코리아를 위해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그처럼 아픈 이민사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기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너그럽고 관대하게 외국인 노동자를 대해야 하건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대한민국의 산업이 멈춰 설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비중이 크면서도 여전히 그들을 대하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콩나물신문 더 피플부천이주민지원센터(외국인노동자의 집)’ 김봉경 사무국장을 만나 부천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특히 노동자)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 그리고 부천이주민지원센터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부천이주민지원센터 활동가. 사진 왼쪽부터 도은아 상담팀장(베트남 상담), 황지연 통역사(베트남 통역), 한명진 운영팀장(정산 및 계획), 김봉경 사무국장(사업 총괄), 금광섭 주임( 일자리사업 담당), 한규림 간사(무료진료 및 한국어교실 담당), 윤수미 통역사(캄보디아 통역)
부천이주민지원센터 활동가. 사진 왼쪽부터 도은아 상담팀장(베트남 상담), 황지연 통역사(베트남 통역), 한명진 운영팀장(정산 및 계획), 김봉경 사무국장(사업 총괄), 금광섭 주임( 일자리사업 담당), 한규림 간사(무료진료 및 한국어교실 담당), 윤수미 통역사(캄보디아 통역)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더피플입니다. 먼저 우리나라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87년부터 1990년대 초반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의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미등록외국인 흔히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사회적 문제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인 외국인 산업 연수제라는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산업 연수제는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불릴 정도였으며, 장시간 노동, 저임금,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력, 욕설, 여권 압류 등의 인권 침해를 방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19941월 산업재해를 당한 이주 노동자 11명의 미등록외국인이 자신들의 인권유린 사실에 대하여 성토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계기로 이주 노동자들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2003731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지금의 고용허가제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개정되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부천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어느 정도인가요?

먼저, 용어의 정리를 하고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주노동자의 역사 속에서도 보면 이주노동자, 외국인근로자, 외국인노동자 등의 용어로 불리고 있고, 전반적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을 대신하는 표현으로 이주민, 외국인주민 등의 용어들이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외국인노동자와 외국인 주민으로 구분하여 앞으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2019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2019. 11. 1. 기준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에 따르면 부천시에는 총 46,807명의 외국인주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중 외국인노동자는 8,568명으로 18.3%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외국인주민의 인구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실 것 같아, 경기도의 외국인주민 인구수로 비교를 해보면 부천시는 경기도 내 5, 전국 7(안산, 수원, 화성, 시흥, 영등포, 구로구, 부천 순)의 순위에 있습니다. 전국에서도, 경기도 내에서도 결코 적은 수의 외국인주민과 외국인노동자가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천이주민지원센터(외국인노동자의 집)의 설립 배경과 하는 일은 어떤 것들인지 소개해주세요.

1번 질문의 답변에서 답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1994년 발생하였던 이주노동자들의 처절했던 현실과 인권유린의 현장이 우리 부천도 아니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부천에서도 똑같이 3D 영세 제조업체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노동 탄압과 노예 같은 삶을 살았던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부천지역에서도 1995년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이 개소하며, 본격적으로 부천지역 3D 영세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보호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1995년 설립된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은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 보호와 권익 증진을 위하여 활동해 왔으며 2013, 사단법인 부천이주민지원센터로 법인화하여 사업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상담(노동, 의료, 법률, 생활), 국가별 공동체 모임 지원, 무료진료소 및 쉼터 운영, 한국어교실 등 외국인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외국인주민이 대한민국 그리고 부천시에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외국인노동자 즉 외국인주민이 부천지역에 함께 살아감에 있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센터에서는 여러 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담도 하고, 한국어도 가르치고, 무료진료소에서 외상도 치료해주고 있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한국말을 모릅니다.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든 점을 회사 동료나 사장님에게 알려줄 수 없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고 병원을 가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외국인노동자가 우리 센터에 이런 상황을 알려주면 통역을 통해 회사 측에 사실을 알리고 병원 진료에 동행합니다. 만약 동행하지 않으면 또 문제가 생깁니다. 병원의 높은 문턱 앞에 외국인노동자는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 두 가지만으로도 노동상담과 의료상담이 병행되는 것입니다.

, 언어 소통의 어려움에서 시작하는 문제들이 일상생활에서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 은행을 방문하는 것, 병원을 방문하는 것, 버스를 타는 것, 물건을 구매하는 것 등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정말 사소한 문제들이 외국인노동자에게는 높은 문턱일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노동자로 살아야 한다면?’이라고 생각을 해보면 그래도 쉽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외국인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2021년인 지금도 차별과 편견은 존재합니다. 태어난 국가가 다르다고, 피부색이 나와 같지 않다고, 종교가 우리와 다르다고 하는 등 모든 것에 차별과 편견이 존재합니다. 일부에서는 과거와 비교하여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계급적인 차별적 시선이 함께 살아가는 외국인노동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외국인노동자가 택시를 탄다면? 은행을 간다면? 관공서에 간다면? 병원을 간다면? 그 답은 본인과 비교를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위의 곳들을 가면 모두 존댓말을 쓰고, 친절히 응대해주고 민원을 해결해줍니다.

그러나 외국인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반말이 오고 가고, 외국인노동자는 존댓말을 쓰고, 안타까운 상황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억울함에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넣어보고, 답답함을 센터 사회복지사의 입장으로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차별과 편견이라는 인식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현재 사회 속에서, 정규 교육과정에 다문화학과가 개설되고, 다문화 또는 다양성이라는 수업들이 생겨나고 교육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큰 틀의 인식 개선 사업들이 수년간 지속되어 오면서, 청소년 또는 대학생의 나이 또래에게서는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것들이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30년 동안 계속 변화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현재까지 걸어오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제도의 개선이 우선입니다. 당당하게 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 함은, 외국인노동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사업주 혼자의 노력으로도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인과 사업주, 회사 모두의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제도라는 것이 법입니다. 지금도 외국인노동자의 관련 법률은 외국인근로자 고용에 관한 법률, 고용허가제입니다. 고용허가제가 변하지 않는 이상 외국인노동자의 차별은 불가피합니다.

이렇듯, 제도가 뒷받침되어 주고, 같은 직장 구성원과 사업주의 인식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외국인노동자도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인정받는 차별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외국인노동자의집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우리 센터는 부천시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지정받은, ‘부천시 지정 외국인주민 지원센터입니다. 그러나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더욱 엄밀히 말씀드리면, 인건비라는 항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매년 우리 센터는 후원자분들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후원금이 있어야 사업을 하고, 활동가들 급여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업이 비대면 사업으로 전환되고 외부 사업이 축소되어 기업의 후원들도 끊기고, 새로운 후원자분들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우리 센터의 사업이 공공의 이익을 실현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익인 것이죠.

1995년부터 지금까지 지난 26년간의 노력을 이제는 부천시가 인정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위탁 사업을 하는 기관들처럼 우리 센터도 재정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사회복지사와 통역사들의 역량을 부천시에 살아가는 어려운 환경의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모두 쏟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조기 예방적 사업을 실현하여, 문제 해결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그것에 대한 기대 비용을 투입하여 안정적인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옳은 판단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하나뿐입니다. 우리 부천에는 46천여 명의 외국인주민이 마음 편히 이용할 전용 시설 없습니다. 단지 우리 부천이주민지원센터가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 3층 한쪽에 있을 뿐입니다. 절실하고 꼭 필요합니다. 외국인주민들이 마음 편히 가서 교육고 받고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그런 전용 공간 마련을 위해 열심히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저는 대단한 인물도, 큰 역할을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단지 한 자리에서 외국인노동자 친구들을 도와주는 그냥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 말을 들어주는 신문사가 생겼습니다. 그것도 조합원들이 직접 만드는 신문입니다. 그동안 마음에 있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우리 외국인노동자 이야기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재미도 없습니다. 투표권도 없습니다. 그런데 함께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입니다. 저는 힘들어도 됩니다. 센터에 후원금이 없어도 됩니다. 그냥 부천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 외국인노동자 친구들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게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콩나물신문과 독자 여러분!! 보통 사람의 보통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만약, 주변에 피부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국가가 다른 우리가 있다면, 그냥 눈인사, 손 인사,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세요. 그러면 그게 우리 부천시를 차별 없는 세상으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그냥 그뿐입니다. 우리는 하나!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부평역 집회 장면(사진출처 부천외노 페이스북)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부평역 집회 장면(사진출처 부천외노 페이스북)
이주희 작가의 THE PEOPLE 7
이주희 작가의 THE PEOPLE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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