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94]

〇〇. 신발 벗겨줄까?”

〇〇. 덥지, 옷 벗을래?”

목마르지 물 먹을래?”

3살 아이의 엄마가 연신 아이에게 묻습니다. 아이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거절하거나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어 수락합니다. 엄마는 거절당하면 다시 묻고 수락하면 생각한 행동을 바로 진행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해준다면 아이는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말을 배울 동기도 움직일 동기도 없습니다. 엄마, 신발 벗겨줘요.”, “엄마, 더워요.”, “엄마, 물 주세요.” 아이가 원한다면 먼저 표현해야 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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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은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표현은 동물과 다른 인간다움의 시작이라 했습니다. , 행동, 표정 등을 스스로 선택해 표현하는 것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변화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주변을 관찰하고 모방하고 실행하는 것은 배움의 과정입니다. 배움의 과정을 통해 인간은 성장합니다. 부모의 선입관이 담긴 질문이 아이의 생각을 가두게 되면 배움의 과정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엄마! 물 줘요

엄마! 애가 뭐라고 해요.”

엄마! 옷이 떨어졌어요.”

엄마! 신발 신겨 주세요.”

옷에 흙이 붙었어요. 엄마

이거 해주세요. 엄마

5살 아이의 입이 바쁩니다. 연신 엄마를 부릅니다. 엄마는 대답하고 행동하느라 바쁩니다. 가방에서 물을 꺼내 건네주고 기다렸다 받아 다시 가방에 넣습니다. 달려온 아이의 말을 들어주느라 남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땅에 떨어진 아이의 옷을 주워서 털고 손에 걸칩니다. 쭈그리고 앉아 아이의 신발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 아이의 발을 잡아 신발에 넣습니다. 아이의 바지에 묻은 흙을 털려고 허리를 굽혀 손으로 연신 바지를 토닥이며 털어 줍니다. 아이가 지시한 내용을 잘 이해하려는 듯 유심히 듣고 그대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엄마는 바쁩니다. 아이도 엄마를 부르느라 바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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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엄마는 무엇일까요? 해결사인가요? 종인가요? 해결사는 어려운 일이나 상황을 잘 풀거나 벗어나게 해주는 사람이라 말합니다. 종은 다른 사람에게 얽매여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이가 일상적으로 맞이하는 일들은 어려운 일이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쉬운 것들입니다. 말을 하고 손과 발을 다루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해결사가 나서기에는 너무도 쉬운 일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상황을 해결하기보다 종을 부릅니다. 자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이용해 손쉬운 일도 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고마운 해결사가 아니라 아이에게 얽매여 있는 종이 되어 있습니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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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주인이 되고 종이 됩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대상의 주인이 되기도 종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신발 끈을 묶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가방에 물을 챙겨와 마십니다. 아이가 아이 손발과 대화하고 지시하고 움직일 때 아이는 몸의 주인이 됩니다. 아이가 자신의 옷을 챙깁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챙깁니다. 아이가 자신의 물건을 스스로 챙길 때 아이는 물건의 주인이 됩니다. 아이가 다툰 아이와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먼저 말을 겁니다. 아이가 스스로 소통하려 노력할 때 아이는 마음의 주인이 됩니다. 몸과 마음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으면 아이는 자신의 몸과 마음의 주인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삶의 주인이 됩니다. 돈도 시간도 모두 같은 이치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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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신체 발달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시기에는 유심히 관찰해서 도와주고 아이가 말이나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표현한 내용만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이는 일반적으로 부모의 질문을 상하관계로 느껴 수직적입니다. 부모의 수직적 질문은 부모가 바라는 방향으로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제한합니다. 부모가 원하는 삶이 아닌 아이의 삶을 살게 하려면 수평적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수평적 관계는 쉽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표현을 정확히 인식하고 들어준다고 아이가 느낄 때 수평적 관계는 시작할 수 있습니다. 유심히 관찰하고 잘 듣고 들은 대로 해주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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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표현하기 좋은 수평적 공간입니다. 소리치기도 달리기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식물과 동물은 사람을 수직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숲에 가셔서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세요. 수평적 관계를 만드는 시간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글 정문기 조합원(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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