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95]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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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종종 체험을 위해 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오는 유아동도 있고 초등학생도 가끔 있습니다. 맑은 날 유치원에서 온 아이들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체험을 진행할 선생님들이 세 군데에 나누어 게시고 각 장소에서 아이들은 일정한 시간동안 체험을 하고 이동합니다. 각 체험 장소는 나무나 언덕으로 서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있습니다. 한 곳의 체험을 진행하고 다음 장소로 가기에는 약속된 시간이 조금 남았는지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체험 장소 옆에 있는 미끄럼틀과 모래놀이터로 자석에 끌려가듯이 몰려갑니다. 자유시간이 끝나는 시간까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래와 미끄럼틀을 타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 표정은 신이 납니다. 주변의 거미, 나비, 꽃 등을 보는 아이는 극소수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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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숲에 체험 온 6세 정도 되는 아이가 숲에 딱 하나 뿐인 인공물인 플라스틱 미끄럼틀을 타고 있습니다. 미끄럼틀 옆에는 불편한 표정으로 엄마가 서 있고 다른 아이들과 부모들은 체험하는 선생님들과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한숨과 짜증 섞인 말투로 아이에게 이야기 합니다.

길동아. 넌 여기 까기 와서 미끄럼틀을 타냐.”

이리 어서와! 다음은 저기로 가야해!”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땅바닥을 보며 엄마에게 다가갑니다.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며 앞서 나갑니다. 손을 따라 아이의 발이 끌려갑니다.

숲에 처음 와서 미끄럼틀과 모래놀이터를 발견한 아이들은 반가워합니다. 얼굴에 화색이 돌고 그 안에서 신나게 놀이를 합니다. 두 번째 숲에 오면 출발한지 얼마 안돼서 놀이터 가요.”를 이야기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처음 왔던 숲에서 놀이터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었나 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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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왜 놀이터가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에게 놀이터는 즐거운 장소입니다.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는 장소입니다. 부모님이 그나마 안전하게 생각하고 자주 나가서 놀이하는 장소입니다. 아이는 놀이터가 그나마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나마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나마 활짝 열린 자연 속입니다. 아이에게 주어진 전체 시간 중에 놀이터만큼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공간은 없을 겁니다. <게임 인류>의 저자 김상균 교수는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에 집착하는 이유를 아이들 기준으로 마음껏 놀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아이에게 놀이터 보다 더 친구랑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면 지금의 놀이터만큼 찾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들은 환경에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들도 안전한 곳을 선호합니다. 엄마 아빠의 의 품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곳을 원합니다. 처음 가는 곳은 불안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불편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익숙하려면 자주 만나고 경험해 봐야 합니다. 다양함을 불편하지 않게 느낄 때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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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놀이터는 비슷비슷합니다. 다양성을 경험하기 힘듭니다. 아이가 만나는 놀이터가 흙, , 나무, , 언덕이 있는 자연 놀이터였다면 지금의 놀이터는 단순해서 시시했을 겁니다. 독일처럼 아이들 주변 50m 마다 다양한 놀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이왕이면 자연친화적인 놀이터가 필요합니다. 공터라도 아이들에게 제공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고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이면 더 좋겠습니다.

숲에 자주 오는 아이들은 미끄럼틀에서 놀지 않습니다. 미끄럼틀 옆에 밧줄놀이로, 밧줄놀이 옆에 나무 기둥으로 나무 기둥 옆에 비탈로 비탈 옆에 기울어진 나무로 기울어진 나무 옆에 공터로 놀이 공간이 확장됩니다. 도시의 놀이터는 아이들을 담기에 너무 좁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더 넓은 공간이 필요 합니다.

공터에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언덕, , 나무, 풀을 경험하는 자연놀이터가 많아지길 꿈꿉니다. 지금 없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아이와 주변 공원이나 숲을 찾아 함께 가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갈수록 익숙해져 숲의 편안함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 정문기(부천방과후숲학교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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