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역 생협들의 연대에서 시작한 아이쿱생활협동조합의 역사가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겼다. 길을 가다 문득문득 눈에 띄는 아이쿱생협 매장을 보면서 ‘도대체 아이쿱이 뭐지?’, ‘협동조합이라는데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한두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생소한 듯하면서도 낯이 익고,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가까이 있는 듯한 이름 아이쿱생협, 이번 호 콩나물신문 「더 피플」은 부천시민아이쿱생협 원건형 이사장을 만나 그간 궁금했던 여러 가지 사항들을 질문해 보려 한다. 원건형 이사장은 우리 콩나물신문 조합원이기도 하다. 부흥초등학교 옆 은하마을아파트 527동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하기 전, 일단 아이쿱이 무슨 뜻인지부터 찾아봤다.

아이쿱(iCOOP)의 ‘아이(i)’는 일인칭 대명사 ‘I(나)’라는 뜻과 ideal(이상), innocence(순수), innovation(혁신) 등의 다양한 의미를 포괄한다. ‘쿱(COOP)’은 cooperative(협동조합)‘의 약자다. 그러므로 아이쿱생협의 뜻은 “수많은 아이(I)가 함께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혁신하는 협동조합”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설마 ‘아이’를 ‘어린아이’로 오해하는 독자는 없을 줄 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매장인 줄만 알았는데, 그 이름에 담긴 뜻이 심오하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아이쿱생협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 등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쿱생협은 단순히 더 안전한 농식품을 구매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먹거리의 안전을 다루고, 유통 과정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떻게 해야 서로 만족할 수 있는지 고민하여 이를 운동적 차원으로 확산하는 곳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에 중점을 둔 사회적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 살림집 같은 사무실에 도착하니 때마침 전라남도 함평에서 우리밀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배순조 씨가 와 있어서 함께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눠보았다.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THE PEOPLE입니다. 콩나물신문은 인권, 환경, 생명, 여성,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보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원건형 이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원건형 이사장님은 콩나물신문 조합원이시기도 한데 이렇게 직접 인터뷰를 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우선 먼저 부천시민아이쿱 생협은 어떤 조합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네, 우리 부천시민아이쿱생협은 나눔과 살림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시민단체 부천시민연합의 활동가들이 일상에서 협동의 삶을 실천하고자 창립하였습니다. 이후 식품안전, 도농상생, 생태보호를 지향하며 활동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일상의 윤리적 소비를 통해 생명체의 삶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부천에는 3,500명 정도의 아이쿱생협 조합원이 있는데 우리 부천시민아이쿱생협에 소속되어 있는 조합원은 1,200여명입니다. 아이쿱생협 매장은 부천과 시흥을 포함해 총 5개가 있습니다.(부천시청점/중동점/복사골점/소사점/시흥대야점)

83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부천시에 조합원이 3,500명 정도라고 하면 그 수가 대단히 미미하다고 할 수 있는데 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가 아쉬운 대목이군요. 그건 그렇고 먼저 부천시민아이쿱생협이 취급하는 제품들은 주로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중 인기 상품 몇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가장 사랑받는 물품은 유정란입니다. 자연드림 유정란은 시중 유정란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사양입니다. 무항생제 인증품이면서 Non-GMO 콩 사료를 먹여 키운 닭이 산란한 유정란입니다. 취급기준이 높고, 무항생제 인증기준 여부를 정기 점검을 통해 꼼꼼히 관리합니다. 그러나 동일 사양의 시중 유정란보다 가격은 훨씬 낮추었답니다.

두 번째 인기 물품은 공정무역 바나나입니다. 공정무역 바나나는 개발도상국의 농부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며,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환경을 만듭니다. 또한 공정무역 바나나에는 ‘국내친환경과일기금’이 책정되어 있어 바나나 소비와 동시에 국내산 친환경 과일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기금으로 쓰이게 됩니다. 바나나 1송이에 포함된 국내친환경과일기금은 50원이랍니다.

부천시민아이쿱생협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자연과 사람을 함께 생각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사람에게 좋은 먹을거리가 곧 자연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자연드림 물품은 화학첨가물, 농약, 환경오염물질 등 위험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 식품과 생활용품들을 만듭니다. 우리 밀 글루텐, 발암물질 없는 안심 캐러멜시럽, 화학물질(노말헥산) 걱정 없는 압착 유채유, GMO 곡물 수입 세계 1위 한국에서 국내 최초 전 축종의 사료를 Non-GMO 곡물로 키웁니다.

미세플라스틱 없는 소금을 출시하고, 가공식품에도 적용해 나가고 있습니다. 치유와 힐링에 적합한 HF 식품을 개발하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고자 종이팩에 든 해양심층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부천시민아이쿱생협이 표방하는 ‘나와 이웃과 지구를 살리는 윤리적 소비’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이쿱생협이 추구하는 윤리적 소비는 가족, 이웃을 넘어 우리가 사는 지구환경까지 아우릅니다. 친환경 먹거리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업, 땅, 생명과의 공생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건강해야 개인과 사회의 건강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식품, 친환경 유기농산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대체재들, 생산자에게 공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공정무역 등의 소비로 나와 이웃과 지구를 살리는 것이 윤리적 소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생수 ‘기픈물’을 출시했는데, 기존 제품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매일 마시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자연드림 ‘기픈물’은 조합원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안전한 식품을 원하는 조합원의 요구를 담아 연구하고 혁신을 거듭하며 미세플라스틱 없는 ‘기픈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팩에 담았습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합니다. 종이팩은 플라스틱보다 생산과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습니다. ‘기픈물’ 뚜껑은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만든 착한 뚜껑입니다. 이 뚜껑 또한 지속 가능한 사탕수수 생산을 지원하는 BONSUCRO 인증을 받은 원료입니다.

다 마신 종이팩은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재활용하면 건강한 자원입니다. ‘기픈물’에는 20원의 종이팩 재사용 보증금이 포함되어 있으며 전량 자연드림 전국 매장에서 100% 수거해 핸드타월 등으로 재탄생합니다. 생수 포장에 쓰이는 페트병은 대표적인 플라스틱 생산의 주범입니다. ‘기픈물’ 종이팩 생수를 통해 향후 우리 주변의 모든 플라스틱병을 재생 가능한 종이팩 포장으로 바뀔 수 있도록 범국민 차원의 지구 힐링 활동을 펼쳐 나가고자 합니다.

부천시민아이쿱생협은 제품 판매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활동들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이쿱생협은 소비자인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소비자생활협동조합입니다. 조합원은 나와 가족의 건강을 넘어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소비자 운동으로 사회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나와 이웃, 그리고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사업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교육을 통해 성장합니다. 신규조합원 교육, 리더 및 임원 교육, 이사와 이사장, 대의원 교육 등 조합원 성장 과정에 맞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나눔 사업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자연드림 씨앗재단과의 매칭 펀딩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살피고 나눔 합니다. 2020년에는 지역의 공익활동가 응원 프로젝트를 진행해 10개 단체에 치유와 힐링의 자연드림 물품을 지원했습니다. 나눔사업 진행을 위해 공익단체 활동가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곳에서 보이지 않게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지역활동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올해는 조합원, 시민들과 소비자 기후행동을 함께 펼쳐 나가고자 많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줄이기, 자원순환, 채식 확산을 위한 교육, 캠페인, 물품 활동을 일상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많은 조합원, 시민이 공감하고 참여해주셔서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부천시민아이쿱생협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며, 또 조합원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온라인과 자연드림 매장에서 가입이 가능합니다. 기초출자금(1회 납부, 탈퇴시 반환)이 5만 원, 매달 1만 원의 조합비(소모성)를 납부합니다.

아이쿱생협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고, 조합원들이 납부하는 출자금과 조합비를 통해 자연드림 매장을 운영하고 조합원들의 다양한 모임, 교육, 강좌를 진행합니다.

정직한 검사를 통해 조합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물품도 공급합니다. 매달 내는 조합비는 협동조합의 주인으로서 조합원 참여와 활동 의지의 표현입니다. 조합비를 통해 조합원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생협의 활동을 지지하고 후원하게 됩니다. 조합활동과 식품 안전, 상품개발 등에 사용될 뿐 아니라, 아이쿱 자연드림의 공익활동(플라스틱 줄이기, 종이와 같은 대체재 개발, 혼합플라스틱 혁신기술 양성, 세탁수의 미세플라스틱 제거기술 상용화 등)에 사용됩니다. 조합원으로 가입을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조합원 상호부조 혜택, 괴산, 구례 자연드림파크, 제휴 브랜드 할인 혜택 등이 있습니다.

부천시민아이쿱생협 조합원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제 일상의 화두는 기후위기와 윤리적 소비입니다. 최근에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시민들과 진행하면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활동, 일상을 살았나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생협에서 조합원들과 매일매일 펼치고 고민했던 제 일상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활동 그 자체였습니다.

친환경 유기식품 구매, 나와 지구를 위해 채식 식단을 늘리는 것,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 이동, 분리수거는 최대한 정확하고 바르게, 조합원 시민과 기후위기를 어떻게 더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하루를 돌아보며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런 행동과 실천을 일상으로 살고 있었는데, 미처 그 가치를 생각하지 못하고 살고 있었던 거지요. 그 순간 조합원이며 활동가로서 자긍심과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20대에 야학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녁마다 모여서 야학교실을 열고, 지역의 일하는 청년들과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주부교실,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며 치열하면서도 의미 있는 20대를 보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더 많이 배운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침을 주고받으며, 따뜻함과 정을 나누던 곳~

제가 부천시민아이쿱생협 조합원이 된 것은 우리 조합이 주관한 대중 강좌가 진행되던 날이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며 나들이 삼아 강의를 들었는데 강의 내용도 좋았지만 ‘윤리적 소비’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어차피 매일 하는 소비라면 윤리적인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조합원이 되어 관심 있는 동아리에 나오고 조합원 교육에 참여하고 생협의 가치와 물품을 알아가면서 저도 모르게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변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지냈던 내 청춘의 절반인 야학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며 열심히, 즐겁게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사가 되고 활동 국장 역할도 해 보고 이사장이라는 소임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능력의 한계, 변화의 어려움, 활동의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과 벌이는 의미 있는 작당이 삶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생협은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매력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의학은 발전하고 있는데 현대인은 더 아프고, 국민 1인당 의료비는 10년 전에 비해 2배를 훌쩍 넘겼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들은 지금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푸드와 식품첨가물 섭취 증가, 생활환경 속 유해 물질 노출 증가, 업무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러한 바쁜 일상 속에서 몸에 좋은 것을 찾아서 먹기 어렵고, 시간을 내어 운동하기도 어렵고, 스트레스 없이 좋은 생각만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우리는 치유, 힐링이 필요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친환경 유기식품으로 생활의 동반자가 되어 왔던 자연드림은 이제, 친환경 유기식품을 넘어 치유와 힐링을 위한 자연드림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치유와 힐링, 거창하고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일상 같은 것! 자연드림과 함께한다는 것은 이미 치유와 힐링을 위한 건강한 발걸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1년 부천시민아이쿱생협은 조합원, 시민의 치유와 힐링은 물론, 아픈 지구를 위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지속되는 상반기 동안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양한 활동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활동들을 조합원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조합원의 삶에 자연스럽게 실천들이 젖어 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기후위기와 함께 일상에서 조합원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한 활동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부천시민아이쿱과 함께 지구의 ‘치유와 힐링’을 위한 여정에도 함께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역할과 사명을 다하는 콩나물신문의 조합원들도 관심 가져 주시고, 함께 해 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참여와 성원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