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원의 노동칼럼

과학기술이 가져온 풍요로움은 언제나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인간은 편리해지고 상상할 수 없었던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세탁기가 처음 나왔을 때, 세상은 우리에게 속삭였습니다.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최근 인공지능(AI)기술은 죽음 너머에 있는 사람을 구현하여 죽음에 대한 인간의 감각도 바꿀 수 있다는 실험을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평균 수명이 120살이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인간의 무한성에 대해서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은 노동환경을 바꾸고 산업을 재편하고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상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초기 자본주의 시기, 근면 성실한 노동이 가져다줄 미래를 둘러싼 치열한 이데올로기 논쟁이 있었고(집시족, 부랑자로 표현된 게으른 자들을 제거하고 복지의 이름으로 병원에 가두는 등),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정의의 전쟁 속에서 수많은 인간이 선과 악의 경계와 무관하게 죽어갔지만(1, 2차 세계대전), 대량생산을 통한 물질적 풍요로움에 묻혀 잊혀져 갔습니다. 대량생산을 통한 완전고용과 보편적 복지국가의 지향은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시장의 폭력에 의해 무너져갔지만, 각자도생을 위한 자기 계발 열풍은 멈추지 않았고, 풍요로움을 위한 사적 소유의 크기를 둘러싼 경쟁은 구조적 폭력에 의해 더욱더 정당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구조의 문제도 있으나 자본주의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 자본의 달콤한 유혹인 풍요로움은 누려야 하지 않을까? 가난하다는 것, 고졸이라는 것, 5인 이하 사업장에 다닌다는 것은 공정한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할 숙명 아닌가? 물론 존중받아야 하지만.

중학생들과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약한 인공지능(한 가지 수행성을 높여 제작한)을 내가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 라는 질문에 크게 돈 버는 용도로 사용하여 엄청난 돈을 번다. 또는 시험공부에 활용한다고 이야기하거나 게임하는 파트너 혹은 친구로 대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또한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사용할까?” 에 대해서는 성생활과 전쟁이란 용어를 다수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 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강한 인공지능이(신념과 자아와 의지가 있는 인간의 모습을 한) 나에게 감정을 느끼고 좋아한다고 이야기 한다면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란 질문에 인간이 아니기에 절대적으로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학생이 다수였습니다. 이에, “이 경우 차별이 작동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인공지능들이 인권 단체를 만들어 싸우지 않을까요?” 라는 답변을 합니다. 물론 사귈 수 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은행 광고모델 ‘로지’. 실제 인간이 아닌 가상 인간, 그중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은행 광고모델 ‘로지’. 실제 인간이 아닌 가상 인간, 그중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세 번째로 미래엔 인간이 기계를 지배할까 ?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까 ? 아니면 제 3의 상황이 올까 ?” 라고 질문해 보았습니다. 인간이 창조 했기에 인간이 지배할 것이다. 아니다, 기계가 지배할 것이다. 인간보다 더 완벽하기에. 스마트 폰이 인간을 지배 하는 것처럼 기계가 지배할 것 같다. 3의 상황이 있을 것이다. 모두 멸망 할 것이다(인간이 사라지고 기계만 남을 것인데 이 경우 기계가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멸망 할 것이다). 등등 하지만 인간이 지배할 것 같다는 의견이 조금 더 우세합니다.


우리가 플랫폼에서 놀면서 남기는 수많은 흔적이 빅데이터로 작동되어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인간에게 객관적, 중립적, 유용한 시스템이 구축되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나의 취향과 감각을 바탕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와 상품과 놀이를 제공하는 현실이 나에겐 맞춤형 마케팅으로 불리면서 소비자의 위치에서 굉장히 편리한 일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일상의 바쁨 속에서 새벽에 내 집 앞에 와있는 싱싱한 먹거리는 나의 하루를 상큼하게 출발하게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에겐 배달플랫폼은 우호적인 친구입니다.

과학기술의 혁명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노동에서 벗어나 무언가 멋진 것을 추구할 수 있게 만드는 유토피아로 속삭입니다.

치매에 걸린, 죽음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희망의 줄기입니다. 인간의 유한함과 불편함이 가져다준 공포와 차별은 과학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노동자는 어떻게 입력되고 있을까요?

 

글   천성원 | 부천시 비정규직 근로자지원센터 안심알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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