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소각장과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예술 제의

"우린 순한 여자들이여, 기쎄다 그러지 마."

"여기서 45년을 살았어. 허허벌판이고 뻘밭이라 장화 없이는 못 살았어. 하룻밤 자고 나면 땅값이 뛰고, 건물이 쭉쭉 올라가. 벽돌공장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일했어. 빨간 벽돌 잘 팔렸지. 그때가 1970년대 중반인데 여기가 논이 평당 이백 원이고, 밭이 천 원에서 천 오백원이었어."

"우리 이름은 우리가 말할게. 여긴 쎄. 우린 거센 사람들이여. 이거 차리느라 돈 좀 썼어. 어제 종일 준비를 씨끌벅적하게 했어."

어떤 어르신은 자신들은 순한 여자들이라 말하고, 어떤 분은 거센 사람들이라 한다. 이런 농담을 술술 던지는 어르신들과 지난 3년간 지내온 까닭일까? 아트포럼리 이훈희 대표는 전시회를 소개하면서 웃다가 눈물을 흘렸다.

<12월 12일 12시 12초,  삼정동 마을지킴이 어르신들과 레지던시 사슴사냥 작가들이 행사 커팅식을 준비중이다. 삼정동 소각장은 지역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하게 되었고 이번 행사는 그 시작을 여는 전시회다.>

<삼정동 마을지킴이 어르신들과와 작가들이 준비한 전시회 제목은 '시비시비, 걸어주세요. 네?' 이다.  왜 하필 시비일까? 12일 이라? >

<삼정동 마을지킴이 어르신들이 배추전과 오징어가 들어간 부추전을 지지신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레지던시 사슴사냥에 박상덕 작가가 직접 제작한 드럼통에 고구마를 굽고 있다. 부천문화재단 김용수 대표가 노란 군고구마를 맛 본다.>

<박궁자, 석점숙, 신영옥, 이연리, 정혜영, 조성남, 홍수임, 홍영주, 황하자 9명의 삼정동 마을지킴이들이 자화상을 그렸다. 태어나 처음으로 그린 자기 얼굴들. 이연리 어르신은 자신의 그림을 보고 '울굴 있는 얼굴' 같지 않냐고 물으셨다.>

<레지던시 사슴사냥에 이상미 작가의 작품, 핑크빛 기류. 소각장 굴뚝에서 핑크가 퐁.>

<삼정동 마을 지킴이와 레지던시 사슴사냥 작가들 그리고 부천문화재단 직원들과 지역 활동가, 아트포럼리 이훈희 대표, 이들은 소각장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모두들 직업과 삶터가 다르지만, 순간 모두들 예술가로 보였다.>

<쓰레기를 태워 다이옥신을 내뿜던 굴뚝에서, 이제 뭐가 나올까?> 

멈춘 소각장에 예술가들이 들어가 작업을 하고, 소각장을 멈추게 한 마을 어르신들은 예술을 배운다. 한 마을 어르신은 마음이 반쪽으로 다르다고 하셨다. 삼정동 주민들이 그 동안 받은 서러움을 생각하면, 과연 이런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 낼지 마을 주민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을까 두렵고, 다른 반쪽은 자랑스럽단다.

이훈희 대표는 마을지킴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지낸 시간 속에 무언가를 본 것만 같다. 그랬기에, 눈물을 보였겠지. 이 공간엔 그 추억들이 이미 스몄다. 

참, 지나가면서 시비(?)를 걸진 않고, 혼잣말 한 마을 분이 계셨는데, 이 말 이었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이 젤 원하는 건 수영장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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