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소각장과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예술 제의
"우린 순한 여자들이여, 기쎄다 그러지 마."
"여기서 45년을 살았어. 허허벌판이고 뻘밭이라 장화 없이는 못 살았어. 하룻밤 자고 나면 땅값이 뛰고, 건물이 쭉쭉 올라가. 벽돌공장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일했어. 빨간 벽돌 잘 팔렸지. 그때가 1970년대 중반인데 여기가 논이 평당 이백 원이고, 밭이 천 원에서 천 오백원이었어."
"우리 이름은 우리가 말할게. 여긴 쎄. 우린 거센 사람들이여. 이거 차리느라 돈 좀 썼어. 어제 종일 준비를 씨끌벅적하게 했어."
어떤 어르신은 자신들은 순한 여자들이라 말하고, 어떤 분은 거센 사람들이라 한다. 이런 농담을 술술 던지는 어르신들과 지난 3년간 지내온 까닭일까? 아트포럼리 이훈희 대표는 전시회를 소개하면서 웃다가 눈물을 흘렸다.
멈춘 소각장에 예술가들이 들어가 작업을 하고, 소각장을 멈추게 한 마을 어르신들은 예술을 배운다. 한 마을 어르신은 마음이 반쪽으로 다르다고 하셨다. 삼정동 주민들이 그 동안 받은 서러움을 생각하면, 과연 이런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 낼지 마을 주민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을까 두렵고, 다른 반쪽은 자랑스럽단다.
이훈희 대표는 마을지킴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지낸 시간 속에 무언가를 본 것만 같다. 그랬기에, 눈물을 보였겠지. 이 공간엔 그 추억들이 이미 스몄다.
참, 지나가면서 시비(?)를 걸진 않고, 혼잣말 한 마을 분이 계셨는데, 이 말 이었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이 젤 원하는 건 수영장 아니었어?"
최정우 조합원
aone_at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