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갖고 그래”

 <사>한국예총부천지회 홈페이지에서
‘성(性) 갑질’ ‘오너 갑질’로 약자는 모욕, 수치심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갑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 권력을 쥐면 모든 게 가능한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요지경이다. 갑은 ‘갑질’을 해서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아도 추락은커녕 그냥 갑이다. 영원한 갑도 없다고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갑은 쉽게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을로 내려올 일은 별로 없다.

전직 국회의장에 전직 검찰총장, 국립대 교수에 군 장성까지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유력 인사들이 성범죄 혐의로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라 가십거리에 올랐다. ‘성(性) 갑질’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와 국민적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성(性) 갑질은 진행 중이다.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공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은 전형적인 ‘오너 갑질’을 보여줬다. 재벌 오너 가족들이 그들 회사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자세를 그대로 노출한 사건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오너 경영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기 쉬워진 환경에 재벌 오너 3세들이 처신을 잘못하면 개망신을 당하게 돼 있다. 언론장악으로 입막음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일요일 아침 단체카톡으로 “부천 예총 ‘복사골예술제 전면 보이콧’ 선언”이라는 기사를 받았다. 읽어보았다. 부천 예총의 예산 낭비에 대한 지적, 예산 삭감에 대한 내용이었다. ‘성(性) 갑질’ ‘오너 갑질’로 분노하며 국민은 한해를 마무리 하게 되는데, 부천 지역예술인들이자 부천예총 관계자들은 연말에 ‘시의원 갑질’에 반기를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시의원의 예산 낭비에 대한 지적, 예산 편성은 ‘갑질’이기보다는 혈세를 받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그런데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오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부천 예총에서 “ 왜 예총만 갖고 그래”라면 시의원이 무슨 말을 할까? 부천예총 관계자들이 의전에 소홀해서, 아니면 뭘까? 시의원 스스로도 혈세를 낭비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예산 절감을 위해 시의원들은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묻는다면 명쾌하게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학연, 지연, 혈연, 위주의 사적인 네트워크는 나눠먹기식 예산분배가 어제오늘 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단체를 지지하는 정치인, 같은 종교를 가진 정치인을 배지 달게 해야 하는 이유는 예산을 가져오기 위함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이익 단체는 끊임없이 로비를 한다. 예산 로비, 입법 로비가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문화 권력자의 네트워크 속에 포함돼 문화권력을 누리는 지역예술인이 있는 반면에 문화예술만을 고집하는 순수 예술인도 있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다 필요한 문화예술인이다. 문화권력자가 명예와 사익을 떠나 문화예술인을 위한 권력 행세를 한다면 말이다.
 
정권을 잡으면 자신의 코드에 맞는 인사들을 문화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집중 배치한다. 문화를 장악하여 부드러운 정치선전을 꾀하자는 의도가 있다. 문민정부 때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이창동 감독을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국민이 많았다. 딴따라 출신이 어떻게 장관을 하느냐는 목소리도 있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예총 같은 기득권을 누린 단체들은 발을 못 붙이게 하고 민예총(민족예술인총연합) 등 진보세력을 전진 배치해 개력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2003년 1월 16일에 열린 ‘새 정부 문화정책 관련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층으로 나누고, 계급의식에 입각해 문화계를 장악하겠다는 말로 받아들 수 있었다.
 
부천의 문화 권력자는 누구일까? 문화예술 관계자는 자기가 무슨 문화 권력자냐고 손사래를 칠 수 있다. 그냥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평가해 달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은'문고리 권력 3인방'을 권력자로 보고 있는 반면에 대통령은 "이들이 무슨 권력자냐"라며 인사개입 등 이들의 권력남용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들이 무슨 권력자냐. 도대체 말이 되느냐"면서 "그들은 일개 내 비서관이고 심부름꾼일 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데서 현저한 시각차를 느낄 수 있다.
 
부천의 문화권력자는 김만수 시장하고 친하다고 할 수 있다. 코드 맞는 사람에게 문화권력을 주는 게 인지장정이다. 김만수 시장에게 재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단체에게 예산을 아끼지 않을 수 있다. 고마움의 표시로 뭔들 못해주게냐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관행처럼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터진 것일까. 부천의 문화 권력자들이 반성할 일, 자성할 일이 없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김만수 시장의 측근이나 수발들 든 지인들이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면 왜 그들이 지역예술인들이 들고 일어나게 했을까? 시의원들이 지적질을 잘해 혈세를 아끼겠다는데 반감을 가질 시민은 없다. 부천예총에서 혈세 낭비를 했다면 자성하고 부천시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복사골예술제 전면 보이콧'선언에 아웃사이드 지역예술인과 부천시민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표를 의식하는 선출직 공무원 시의원이 칼을 뽑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천예총이 밝힌 입장 전문 중에 “만약 예산 삭감이 부천시 전체의 예산절감 차원에서 시행되었다면 고통분담 차원에서 동참할 의사가 있으나, 특정 단체를 지목해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임을 밝히는 바이다.” 라는 말에는 부천시민이 호응을 할 수 있다.
 
재원 부족으로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면 형평성,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 왜 나만 갖고 그래” 라는 말이 나온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힘에 따라 예산이 춤춰서는 안 된다. ‘끼리끼리 예산’, ‘우리가 남이가 하는 예산’편성으로 혈세가 낭비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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