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때문에 지구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갈 곳을 잃고 굶주리고 있고, 건조한 기후가 증가하여 지난해 호주에서는 대형산불이 발생하여 코알라, 캥거루 등 야생동물 30억 마리가 죽거나 다쳤다. 인간에 의해 발생한 환경변화로 야생동물이 피해를 보는 매우 애석하고 슬픈 일이다. 그런데,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먼 이야기로 들린다고 말하는 분도 여전히 많다.

그럼, 최근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떤가.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모두 박쥐에게서 온 것이다. 최근 박쥐들이 지구온난화로 열대에서 온대로 서식처를 넓히고 있다 보니, 온대에 주로 모여 사는 우리 인간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졌다. 박쥐가 사는 동굴 바로 앞까지 숲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괴롭히다 보니 바이러스가 결국 인간에게 옮겨 퍼지고 있다.

생물의 멸종은 자연적인 원인보다 인간에 의해 1,000배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기후 위기는 생물다양성 파괴를 일으키는 무분별한 토건개발과 생물남획 등의 영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기후가 변화면 토양이 산성화되고, 홍수·가뭄·폭풍·화재 등 극한 기후 현상이 증가하여 생물 종의 생존과 번영에 있어 혹독한 시련이 발생한다. 생물의 계절성이 변화하고, 서식지 분포 및 이동 경로가 변경됨에 따라 서식 환경의 질이 악화되고, 외래 생물 종의 유입에 따라 생물다양성이 달라진다.

올해 벚꽃은 유난히도 빨랐다. 서울의 벚꽃은 기상청에서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일찍 폈다고 한다. 서울 남산에서 산개구리가 예전보다 한 달 일찍 1월에 산란하기 시작했다. 산에서 흔하게 보는 박새의 번식도 빨라졌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봄꽃과 동물번식을 일찍 접할 수 있어 토픽으로 다뤄지는 등 흥밋거리일 수도 있어도 생물에게는 가혹한 시련이다! 수분을 시켜줄 곤충들을 만나지 못하고, 새끼에게 먹일 애벌레를 충분히 구하지 못해 생존과 번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물계절 변화로 인한 생태적 엇박자는 식물과 동물의 상호관계와 먹이사슬을 교란하여 개체군을 감소시키고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 종은 멸종에 이르는 길을 걷게 된다.

식물은 기후변화에 따라 계절성과 생육환경의 변화로 건강성과 분포범위에 영향을 받는다. 절기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잎이 나고 꽃이 피던 시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기후 온난화에 취약한 분비나무,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등 아고산대 식생이 감소하고, 소나무 생육 분포범위가 축소하고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동백나무, 대나무 등 상록활엽수 및 난온대성 식물 분포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숲 생태계의 근간인 생산자 집단이 교란되고 변화되고 있다.

동물은 극한 기후 현상의 증가에 따라 생활사가 변화되고 서식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기온상승, 장마시기 및 강우량 변화로 양서·파충류의 산란 시기가 빨라지고 산란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기후변화는 조류에게도 번식·이주·털갈이 시기 등 생활사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곤충류도 출현·우화·발생 시기 등 생물 계절성이 변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에 서식지와 이동 경로 범위 변화에 영향을 주고, 개체군의 밀도 변화, 생존율과 체형 크기의 감소, 암수 성비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동물 질병이 증가하고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 최근 주홍날개꽃매미, 미국선녀벌레 등 아열대성 돌발해충이 대발생하여 숲 생태계와 농업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생태계 보전은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생물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생활 터전이 바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산림, 하천, 습지, 갯벌, 해양인 자연(Nature) 이라는 곳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도 자연의 공간과 기능을 최대한 확보하여 회복력 있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 국제사회는 이를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기후변화, 인간의 건강, 재난 위험 등 사회·경제 발전 문제를 해결하면서 물리적·사회적 회복력을 위한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야생생물 서식처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과 더불어 주변의 산림과 하천, 습지를 온전하게 보전해야 한다. 야생생물에 위협 및 교란이 되는 요인을 규제하고, 충분한 면적과 자연적인 구조를 갖춘 서식공간이 연결될 수 있도록 서식처를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야생생물 먹이터 및 먹이를 제공하고, 이동의 용이성을 위해 유도공간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탄소저장고로 월등한 가치가 확인된 논 습지와 갯벌을 보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도시를 확장하고 공장을 짓겠다고 탄소저장고인 습지를 메워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에는 나무를 많이 심어 탄소흡수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어린나무를 심고자 오래된 나무를 베는 무지몽매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무를 얼마나 많이 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나뭇가지와 잎을 많이 달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 무분별한 벌목과 과도한 가지치기는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자연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이 도시녹지를 보전하고 생명을 지키는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보통의 생명을 돌보고 아껴줄 수 있는 생명공동체 문화가 확대되어야 한다. 저 멀리 있는 북극곰의 눈물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집 앞에서 무자비하게 잘려 나가는 가로수, 갈 곳을 잃어 헤매고 있는 주변의 새들과 개구리에 마음을 내어주고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을 아껴주고 보살펴 줄 수 있는 생태 감수성과 실천 행동이 필요하다.

원미산 갈참나무숲에서 「도시숲 시민모임」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최진우 박사.
원미산 갈참나무숲에서 「도시숲 시민모임」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최진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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