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96]

나무 그늘 아래에 가족이 보입니다. 아빠, 엄마, 아이 세 가족이 나무 아래에 작은 길을 따라 그늘에 들어섰습니다. 아이는 나무 아래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습니다. 그 옆에 보이는 도토리도 주워 봅니다. 도토리를 손에 들고 엄마에게 다가갑니다. 엄마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습니다.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핸드폰을 향해 말없이 웃음 짓습니다. 아이는 엄마를 등지고 뒤로 돌아 도토리를 줍던 곳으로 향합니다. 아빠는 엄마 옆에서 아이와 엄마를 바라보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가 이번엔 나무에 붙은 버섯을 발견하고 엄마에게 다가옵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 손에 들어 있는 버섯과 아이를 핸드폰에 담습니다. 돌을 들고 와도 찍고, 꽃을 들고 와도 찍고, 곤충을 만나도 찍습니다. 부모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고 눈은 핸드폰 화면에 붙잡혀 있습니다. 부모는 지금 순간을 사진으로 붙잡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의 놀이와 행동이 사진으로 끝이 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아이는 카메라 렌즈가 아니라 부모의 눈을 원합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 미래에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은 남지만 지금 아이와의 느낌은 만들지 못합니다. 아이가 지금 보고 싶은 것은 미래의 사진이 아니라 부모의 눈입니다. 아이가 듣고 싶은 것은 카메라가 찍히는 찰칵 소리가 아니라 부모와의 대화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지금 함께 하는 겁니다. 계속 놀이하는 겁니다.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숲에 왔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아이는 대장 옆에 붙어 계속 말을 겁니다. “저 집에 닌** 게임기 있어요.”, “대장님 일본 가봤어요?”, “끝나고 식당가서 밥 먹는데요.”, “엄마가 지난주에 터닝*** 장난감 사줬어요.” 등등 숲 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가 숲학교에 오려면 첫 번째 규칙이 있습니다. 부모가 숲에 가고 싶은지 물어보고 아이가 스스로 가고 싶다는 말을 해야 올 수 있습니다. 아이는 숲에 올 때 숲에 가고 싶다고 해서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숲에 관심이 없습니다. 숲에 왔는데 숲 밖 이야기로 시간을 보냅니다. 지금이 아닌 과거 이야기와 미래의 예상으로 현재를 느끼지 못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지금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에게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예상이 가치가 있을까요? 과거는 당시의 내 느낌이고, 미래는 지금 내 느낌의 발전입니다. 과거도 미래도 내가 느끼지 못하면 나의 것이 아닙니다. 나의 것이 아니라면 나에게 가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을 느끼지 못하면 스스로 가치 없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를 자랑하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경쟁적 사회문화 때문입니다. 과거 부모의 삶은 상대와 경쟁해 우위에 서는 것을 가치로 두었습니다. 아이는 부모와 사회의 삶을 닮아갑니다. 아이는 경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경쟁해 이기는 것이 자신을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경쟁에 지면 언제든 가치는 사라집니다. 살아남기 위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계속 남과 경쟁해야 합니다. 남과 경쟁하는 삶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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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행복의 척도가 코로나로 인해 원트(Want)에서 라이크(Like)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적정한 삶을 통해 경쟁이 아닌 공존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라이크한 삶은 남과의 비교가 아닌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더 정확히 깊이 있게 보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삶이 행복할 때는 자신이 가치 있게 느껴질 때입니다. 아이가 자신을 가치 있게 보기 위해 소속과 관계가 필요합니다. 손을 뻗는 순간 잡아줄 손이 있고, 눈을 바라볼 때 마주할 눈이 있고, 말을 걸 때 대답할 입이 있으면 됩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는 순간을 집중할 때 아이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도시가 덥습니다. 숲은 선선한 바람의 기쁨을 알게 해줍니다. 아이와 함께 손잡고 숲에 가셔서 시원한 나무 그늘이나 바위에 앉아 눈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 정문기(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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