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테니스를 좋아하지만 축구를 무척 좋아해 공을 차는 것이 낙이었던 적이 있었다. 1999년 테니스 라켓을 잡기 적에 축구조기 팀에서 공을 차며 주말에는 막걸리 파티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격한 몸싸움, 승부욕 때문에 시합을 하다 보면 다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같이 운동하는 팀 동료가 시합 중 크게 다쳐, 공차는 것이 두려워 테니스 라켓을 잡게 된 것 같다. 네트를 두고 하는 경기는 다칠 일이 거의 없다.

2013년 2월 쯤 되는 것 같다. ‘최주철의 난장 톡’으로 지역에서 이슈를 끌고 다니는 분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곽경근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부천FC가 부천의 핫이슈였다. 곽감독의 선수 시절은 기억이 안 났지만 꽤 유명한 선수였음에는 틀림이 없었다.

 
곽감독은 겸손했다. 1시 정도의 인터뷰가 끝난 후 곽감독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경기장을 찾을 때 그의 늠름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부천FC 감독은 축구장에서만의 감독이 아니었다. 홍보를 위해 온갖 행사장을 쫓아다녔고,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시의원에게 낮은 자세를 보이는 모습이 처량하게 보일 때도 있었다. 시의원이 사인볼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사인볼까지 갖다 주는 것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요즘 말하는 ‘갑질’을 시의원이 한 것이다. 부천FC 축구단을 위해 곽감독은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했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만수 시장에게는 부천FC 운영에서 터지는 비리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었다. 낙하산 인사, 측근 비리로 여론이 악화될 수 있었는데 모든 책임을 곽경근 감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올해 초 곽감독이 기자회견을 할 때 기자회견장에 들렀다. 그를 응원하고 싶었다. 슈퍼갑의 시와 외롭게 싸우는 그에게 큰 힘이 되어 주지 못하지만 외롭게 싸우는 그를 아끼는 사람으로서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 나 역시 억울한 일에 소송이 진행 중이었기에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른 아침 곽감독이 누명을 벗었다는 기사를 보며 괜히 기분이 좋았다. 갑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한 모습이 아름답다. 그동안 그가 겪었던 정신적 고통을 누가 알겠는가. 최근 카톡으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멀리서라도 항상 응원을 하고 싶다.

부천은 15일 “곽감독이 낸 해임·감독계약 해지 무효 소송에서 곽감독의 경질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곽감독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감독직 복귀를 제안했지만 곽 감독이 이를 고사했다”고 밝혔다. 김만수 시장은 곽감독에게 사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천시민에게도 사과를 해야 한다. 구단주로서 책임이 있다. 책임 없다는 말 장난으로 부천시민을 우롱하지 않았으면 한다.

곽감독은 자신이 경질된 사이 다른 감독이 부임해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해 복귀는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축구를 진정 사랑하는 축구인의 결정으로 보인다. 부천FC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부천시민의 알권리 충족차원에서 공개를 했으면 한다. 비공개가 곽경근 전 감독의 명예를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부천FC 운영에는 혈세가 지원되고 있다. 합의 과정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낙하산 인사, 약자에게 뒤집어씌우는 일로 부천FC가 망가지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이 사건으로 부천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비밀스럽게 합의로 끝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천시민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사과를 했으면 한다. 부천시장이든, 낙하산 인사이든 분명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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