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의 음식과 건강 3

나는 아주 오랫동안 알레르기 비염 환자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감기에 걸리면 코부터 훌쩍거렸고 나을 때가 되면 누런색의 콧물과 진한 색의 가래가 나오는 것으로 감기가 종료되었다. 추측건대 당시에는 알레르기라는 말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아마도 의료인들이나 사용하는 용어였을 듯싶다.

. 시작부터 추접한 내용으로 시작되니, 콩나물신문 독자님들께 대단히 죄송하다.

여하튼 나는 감기와 함께 나이를 먹었다. 돌도 소화시킨다는 20대에도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으며, 결혼 후 자연분만이 어려워서 제왕절개로 출산하게 되었을 때도 심한 감기에 걸려서 반신 마취 상태에서 날카로운 메스 소리를 들으며 출산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둘째 출산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대한민국의 출산 억제정책의 훌륭한 실천가가 되었다.

한여름에도 목에 찬바람만 스치면 재채기를 하고,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콧물 때문에 항상 휴지를 옆에 두고 사는 생활은 고단한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용기를 내서 내 증상을 진찰받기로 결심하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대학병원에 예약을 했다. 5개월쯤 된 아기를 포대기로 업고 가서 검사를 받았다. 30여만 원의 거금을 들여서 받은 진료 결과는,

진드기, 먼지 등에 민감한 알레르기 비염

당장 청소기를 샀다. 35년 전쯤 일이다.

30여만 원의 검사비와 당시에는 흔치 않은 청소기 구입에 거금을 투자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계절과 상관없이 나와 함께 존재하는 감기는 항상 코 주변을 빨갛게 헐게 만들었고, ’소화불량과 만성피로, 거친 피부, 매일 기운 없음등 나를 괴롭히는 불건강의 징후들은 항상 나와 함께 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지금 알레르기 비염환자가 아니다.

어떻게 비염이 낫게 되었어요?”라고 묻지만,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그냥 감기가 걸리지 않게 되었고, 코를 훌쩍이지 않게 되었고, 여름에는 찬물로 샤워가 가능하게 되었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들과 비슷해졌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건강하다는 것은 면역력이 강하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장내세균은 100조 개, 무게 만해도 1kg이라고 한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해야 하는 것이고, 장내세균은 유익균과 유해균,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 중간균이 조화롭게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내 몸을 스스로 돌보기 위한 스스로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 여하튼 알레르기 비염 진단을 받은 후에 건강 관련 책을 찾아 읽고, 내게 맞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기적의 야채수프 만들어 먹기, 냉증 해소를 위해 365일 양말 신고 잠자기, 인스턴트 식품 먹지 않기, 공짜 음료수 마시지 않기, 고기는 조금만 먹고 채소 많이 먹기, 통곡물 먹기 등이다. 운동하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던 게으름을 물리치고 수영장 강습 등록을 하고, 산에 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등산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일이 분명하다. 내가 만일 그때, ‘스스로 내 몸 돌보기를 시도하지 않고, 병원과 한의원을 들락거리면서 항히스타민제 같은 양약과 녹용, 인삼과 같은 보약만으로 치료하고자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본다.

음식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고, 우리는 무엇인가를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 잘못된 음식 습관은 우리 몸의 항상성(평형)을 깨뜨려서 면역력을 약하게 하고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약식동원(藥食同原)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이 때문에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주재료인 곡류나 채소, 과일, 열매도 미약하지만 약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반면에 고추, 마늘, 설탕, , 밀가루, , , 부추, 녹두 등은 약성이 강해서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는 것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고추나 마늘의 약성은 인삼이나 황기, 감초 같은 한약재보다 약성이 더 강하다. 만병통치약처럼 보이는 마늘도 많은 양을 장복하면 오히려 해롭다. 동의보감에 마늘을 오래 먹으면 간과 눈이 손상된다는 내용이 있다. 체질을 막론하고 마늘을 매일 먹으면 뜨거운 기운이 쌓여 결국에는 열병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하루에 3~5쪽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다.

 

내 몸 안의 진짜 의사 찾아내기!

지금의 내 모습은 최소한 지난 2년 동안 내가 먹은 음식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내가 무엇을 먹는가에 따라서 나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적어도 나의 노후를 만성질환과 함께 침대에 누워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좋은 것을 찾아 먹기보다는 나쁜 것을 먹지 않는 생활, 제철 재료로 만든 자연의 음식,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는 것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일이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과식, 야식, 급식(急食, 빨리 먹기)을 하지 말자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콩나물신문 독자님이 계시다면, 지켜야 할 두 가지,

첫째, 단 음식을 먹지 말자. 정제 설탕이 듬뿍 들어간 인스턴트 식품은 비염 증상 악화의 최고봉이다.

둘째, 깻잎을 다양하게 조리해서 많이 먹도록 하자. 깻잎은 알레르기 증상 및 염증반응 완화에 매우 좋은 채소다. 제철에는 생으로 요리하고, 싸고 풍성할 때 깻잎장아찌를 듬뿍 담아서 일 년 내내 먹어도 좋은 채소다. 특히 알레르기, 아토피, 비염으로 고생하는 분들 모두에게 말이다.

 

| 이영주(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부천시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센터장)

 
이영주 이사장
이영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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