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이야기

준비... 시이~ !”

“OO! 너 여기 서봐. 아니 거기 말고!”

, 대사가 안 외워져~”

촬영 중이니까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이 음악 말고 다른 음악 좀 찾아봐.”

우리 반은 드라마를 만드는 산학교 'SBS(San Bang Song)' 반이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드라마’? 맞다. 아이들과 함께 2부작 추리물 드라마를 만들어 낸 그동안의 이야기를 이번 지면에 풀어보고자 한다.

1. 같이하자, 소통하자, 즐기자!

2021년 산학교 5, 6학년은 교사가 주제학습을 열면 본인이 원하는 주제학습을 선택했다. 그리고 선택하는 주제학습에 따라 반을 정했다. 이번에 나는 영상 만들기를 주제로 잡았다. 일단 교사인 내가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수업으로 제일 잘 할 수 있는 콘텐츠였고, ‘영상 만들기라는 주제 하나로 많은 배움들을 녹여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영상을 협업하여 만들며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0명의 아이들이 내가 연 주제학습에 들어왔고, 그렇게 우리는 SBS 반이 되었다.

첫 주제학습 수업 때 수업 설명을 한 후, SBS 반의 전체약속을 정했다. 회복적 서클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했으며, 모두가 모두에게 원하는 반의 모습은 무엇일지 감정 카드, 동사 카드를 통해 알아보았다. 자기가 걱정되거나 싫어하는 걸 정리해보니 아주 단순했다. ‘나를 포함한 혼자만 일하게 될까 봐 걱정돼.’, ‘비난하지 말고 내 얘기를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 ‘재미없는 수업은 싫어. 난 재밌게 수업 듣고 싶어.’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걱정되거나 싫어하는 걸 확인 했으니 이렇게 반의 분위기가 안 만들어지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 점에 대해 아이들도 동의하여 같이하자. 소통하자. 즐기자.’라는 간단하면서도 함축적인 약속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약속은 드라마 준비와 촬영 기간 아이들이 모두 지키려고 노력하였으며, 지켜지지 않아 생기는 문제에서는 교사인 내가 아이들에게 이 약속들을 상기시켜주곤 했다.

 

2. “로다, 애들이 우리말 안 들어!”

촬영을 위해서는 팀을 나눠야 했다. 편집+대본팀, 촬영팀, 연기자팀 역할을 주니 아이들이 판단해서 자기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역할에 들어갔다. 편집+대본팀이 의외로 인기가 많았다. 연기자팀도 곧장 꾸려져서 놀랐다. 팀이 다 꾸려진 후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보았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추리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학교에서 있을 법한 재미난 추리물은 무엇이 있을지 의견을 모아 내용을 만들고 영화가 좋을지, 드라마가 좋을지 논의 끝에 추리물 드라마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대본이 만들어지고 나서 우리는 더더욱 몸과 마음이 바빠졌다. 편집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촬영 기간도 정해진 기간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대략 3주 정도 촬영 기간을 잡을 수 있었는데 아이들은 너무 기간이 짧다고 느껴 초반에는 우리가 정말 다 찍고 편집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본 수업 시간 말고도 아침, 점심시간, 방과 후, 주말까지 시간을 확보한 끝에 겨우 기간을 맞출 수 있었다.

상황은 어렵지만, 열심히 촬영을 하던 도중 연기자팀 vs 촬영팀, 편집+대본팀으로 갈등 구도가 잡혔다. 이유인즉슨 교사인 내가 있을 때는 연기자팀이 촬영에 협조를 잘하는 편인데 교사 없이 촬영해야 하는 때는 연기자팀 아이들이 촬영팀, 편집+대본팀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확인해보니 연기자팀 아이들이 대본을 다 외워오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순간에 가만히 있지 않거나 촬영 장소 외에 다른 데에 가서 놀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촬영 시간이 늘어나고, 연기자팀을 다시 불러와야 하는 촬영팀, 편집+대본팀의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갈등 구도가 더 크게 심화되기 전에 다행히 편집+대본팀 중의 한 명이 이 문제를 학급 회의 때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그래서 연기자팀 아이들에게 부탁하는 약속들을 다시 정해보고 이 약속을 연기자팀에게 잘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 회의 이후부터는 연기자팀 아이들이 눈에 띄게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탄력받은 아이들은 폭풍처럼 촬영을 마쳤고 그렇게 편집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3. “로다, 나 너무 뿌듯해!”

편집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편집은 보통 디테일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영상소스의 길이 조절부터 시작해서 소리, 배경음악, 자막 등등 여러 작은 것들이 모여 멋진 하나의 영상이 되는 것이다.

이 지점 때문에 사실 드라마 편집 들어가기 전 개인적으로 걱정이 많았다. 아이들이 신경 쓸 게 이제 진짜 한두 가지가 아닐텐데 그걸 다 캐치해 낼 수 있을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늘 내 예상을 뛰어넘는다. 영상 프로그램 기능을 몇 가지 안 알려 줬는데도 아이들이 직접 추가적으로 기능을 찾아내 영상 디테일을 살려 편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편집 결과는 꽤나 괜찮았다. 배경음악 담당 학생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음악들을 찾아내 영상 소스들을 더욱 빛내주었다. 교사와 상의하며 아이들이 몇 번의 수정을 거듭한 결과 2부작 드라마를 만들어냈고 티저 영상도 완성했다. 1부가 먼저 완성되어 아이들과 같이 보았는데 보는 내내 아이들의 뿌듯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지막까지 편집을 맡았던 학생의 말을 옮겨본다.

드라마 편집하고 만들면서 엄청 힘들었거든? 그런데 이거 다 완성하고 내보내기 버튼 누르잖아? 그러면 힘든 거 다 잊고 뿌듯한 것만 기억에 남을 것 같아

그렇게 드라마는 완성이 되었고, 드라마는 산학교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를 했다. 호평이 자자한 드라마이니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촬영 현장을 담아본 영상도 있으니 재미뿐만 아니라 우리의 숨은 노력들도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은 계속 내게 드라마 조회 수 1천은 넘기고 싶다고 한다. 과연 넘길 수 있을까?

 

[아이들이 느낀 점]

- 솔직히 이 영상 주제학습에 잘 들어온 것 같다. 할 일이 많아서 촬영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이 수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은 어렵지만 계속 도전하고 해보니 잘 할 수 있다. 또 영상을 만들면 좋겠다.

- 주제학습은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수업이다. 드라마를 다 완성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럽고 뿌듯했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맞추는 게 힘들어서 갈등도 생기고 촬영 계획이 조금 늦어지는 것도 있었다.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이런 일들 때문에 예전보다는 더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일도 있었지만 재밌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 영상편집을 그동안 취미로 해 봤는데 더 멋있게 해보고 싶었고 영상에 평소에도 관심이 있어서 영상 주제학습을 신청했다. 편집 프로그램이 방송국에서 쓰는 것처럼 생겨서 당황스러웠지만 이제 조금은 실력이 나아졌다. 내가 원래 쓰던 편집 프로그램을 더 잘 쓰지만 새로운 프로그램 기능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많은 역할들을 해내다 보니 힘들었지만 뿌듯하고 보람차다. 나중에 영상을 만들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 주제학습을 하면서 영상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시작해서 완성하는 일이 노력과 시간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느꼈고 배웠다. 영상을 시작해서 끝내는 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다. 그 안에서 모두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고, 모두가 모두의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어 낸 게 지금 완성된 영상이다. 그 과정에서 시간을 투자하고 주말에도 나가는 게 힘든 점이었지만 힘들었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한 거라고 더 잘 느꼈다. 나랑 같이하는 팀원들 때문이라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모든 일상에는 영상 수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만큼 참여도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

| 로다(5, 6학년 통합반 생활교사)

*산학교는 공동육아의 철학과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초,중등 9년제 대안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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