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탄생>(김보성, 김향수, 안미선, 오월의 봄 출판사, 2014) 서평

임신이란 걸 알자, 나는 곧바로 출산 준비에 돌입했다.

먼저, 친언니들에게 조언 구하기 : 십 년도 훨씬 전에 출산을 마친 언니들은 “기억도 안 난다.”라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음은, 둘째가 돌이 지난 친구에게 조언 구하기 : 출산 용품과 신생아 용품을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해 주었다.

끝으로 인터넷 검색 : 수많은 선배의 생생한 경험과 조언이 넘쳐나니, 여기서부터 나는 출산과 육아에 대해 비생산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적절한 정보 분석을 토대로 취사선택만 하면 남들처럼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한 의문은 끝이 없었다.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출산과 육아 환경에 대해 조금씩 반감이 생기던 즈음, 남편이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 바로 ‘엄마의 탄생’이었다.

지난 9개월간 생명을 잉태하고 고군분투하던 경험과 고민, 그리고 남은 임신 기간에 해야 할 일들, 소위 ‘헬 게이트’라 불리는 육아를 목전에 둔 상황이라 그런지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좋은 엄마가 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던진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만든 독특한 문화 ‘1장, 산후조리원, 엄마를 찍어내다.’는 출산을 앞둔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다. 임신 5개월 즈음 부지런히 산후조리원 투어를 하고, 예약금까지 냈지만, 지난 주말 우리는 산후조리원 예약을 취소하였다. 병원이 아닌 조산원 출산과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겠다는 우리 부부의 결정에 가족들과 친구, 지인들은 즉각적으로 ‘무슨 그리 유별을 떠니, 그냥 남들 하는 대로 하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모유 수유법, 신생아 목욕법, 마사지법을 배우고, 내 몸의 휴식을 위해서는 당연히 산후조리원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너무나 팽배해서 30년 전 출산을 한 부모님도, 15년 전 출산을 한 언니도, 2년 전 출산을 한 친구도 모두 우리 부부의 결정을 안타까워하였다. 하지만, 마치 공장제 기계 공업처럼 돌아가는 출산, 육아 시스템에 무작정 따라가고 싶지 않은 우리 부부의 첫 번째 결심이기도 했다.
 
막 태어난 아기를 항균 시스템을 갖춘 유리방 안에 격리해 두고 엄마는 2주 동안 아기 돌보는 방법을 배운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한 것은 소중한 내 아이를 가장 귀하게 맞이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의 말처럼 엄마 몸이 잠시나마 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의지하고 싶은 순간이 바로 그 2주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모난 플라스틱 박스와 엄마의 곁자리를 과연 비교할 수 있을까?
 
‘6장, 아기는 언제나 이벤트 중’은 성장앨범이나 돌잔치를 통해 자식의 성장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은 엄마의 욕망을 안타까워한다. 자식의 ‘사생팬’이 되어 버린 엄마, 만삭사진, 50일, 100일, 돌사진, 유치원 재롱잔치와 같은 일련의 역사를 성장앨범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 허전함을 강요받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물건과 서비스 고르기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
태아보험과 제대혈 보장을 못 해줘서, 풍부한 모유를 주지 못해, 큰 유모차에 태워주지 못해, 영어 유치원에 보내 주지 못해, 못해 준 게 너무 많아서 괴로워하는 엄마가 있다면 감히 한마디 던지고 싶다.
 
“당신은 남들 한다는 거 다 하고 사십니까? 왜 유독 아이에게는 남들이 한다는 걸 모두 해주어야 ‘사랑’이라고 자신을 압박하나요? 존재감을 가지고 스스로 선택해 봅시다. 그래야 우리의 아이도 존재감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어요.”
 
우리 아이에게 닥칠 모든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고, 남들 한다는 거 다하면서 산다는 건 존재감이 낮다는 뜻이다.
 
나는 시장의 논리가 제조해낸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탄생과 함께 자연스럽게 태어난 엄마가 되고 싶다. 넘쳐나는 물건과 서비스 고르기로 아이를 사랑하는 대신 내 곁을 더 많이 주는 것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다. 철저하게 상품화된 세상에서 녹록지 않은 일일 테지만.
 

<엄마의 탄생,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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