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특성화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인권 수업 시간에는 행복 밥상최저임금 밥상이라는 모둠활동(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개인 활동으로 진행)이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려면 한 달에 얼마가 필요한지를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서 작성하는 것이다.

활동지를 나누어주면 그때부터 생기가 돌며 행복한 상상을 시작한다. 원룸에서 전기세, 가스요금 걱정하지 않고 살며, 경차로 출퇴근을 하며, 한 달에 한 번은 뮤지컬, 콘서트, 공연 등을 관람하며, 식비 걱정하지 않고 외식도 하고, 가끔 친구들에게 밥 한 번 술 한번 기분 좋게 사고, 무엇보다 속도, 데이터 걱정하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등. 이렇게 꼽아본 행복 밥상의 평균은 월 250~300만 원 수준이다. 물론 가끔은 집세 1, 전자제품 구매 1, , 신발 구매 1천만 원 등등 한 달에 몇억이 필요하다는 모둠도 만나볼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반대로 집세 30만 원, 식비 15만 원, 교통비 5만 원 등으로 한 달 180만 원가량의 비용으로 작성하는 행복 밥상(?)도 있다. 그럴 때면 노파심에 한마디를 하곤 한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 아니고 261인 가구에요. 물론 행복이 임금 순은 아니지만 한 달 식비 15만 원이면, 하루 식비로 5천 원을 지출하는 건데. 아침·점심·저녁을 5천 원으로 해결할 수 있나요? 그래도 행복할까요???”라며 다시금 고민해보기를 권유해보기도 한다.

어쨌건 행복 밥상 활동이 끝나면 다시금 올해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서 행복 밥상을 최저임금 밥상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데 이때부터 표정들이 변하며 여기저기서 욕과 탄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정된 생계비로 차려진 최저임금 밥상에는 문화생활, 대인관계, 저축, 자기 계발비 지출은 거의 0원 수준으로 삭감시킨다. 이때의 기분은 비참해요, 사람에서 동물이 된 것 같아요. 절대 혼자 자취하면 안 되겠네요. 집에 계속 붙어있을 거예요. 엄카 사용해야죠.’ 등등의 소감들을 이야기한다.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 추이(2012~2022년)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 추이(2012~2022년)

 

그러면 마지막 결론으로 최저임금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말 그대로 최저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삶. 그것이 임금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여러분들이 노동자가 되었을 때는 최저의 생활이 아닌 인간다운삶을 보장하는 임금이 적용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달라질 수 있다며 수업을 마치곤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두 달여의 진통을 겪으며 내년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되었다. 올해보다 440원 인상되었는데 경총은 440원 인상이 중소·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이의제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음 수업 시간에도 나는 최저임금과 인간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행복은 임금 순이 아니지만, 임금은 인간의 존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 최현주(부천시 비정규직근로자 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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