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동네 의원 주치의로,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아는 의사로 다시 살아간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최근에 코로나 백신접종이 많아지면서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멀리서 찾아오시는 환자분께 충분히 상담을 못 해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과 조합원분께 부천 시민의원을 포함한 동네 의원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사인 저는 당연히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 동네 의원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팁을 공개합니다.

 

충분한 상담과 편안한 진료를 위해 한가한 시간대를 이용하세요!

 

통증이 심하거나 급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특히 처음으로 방문해서 본인의 질병 과거력과 현재 복용 중인 약에 대해서 충분한 상담을 하고자 한다면 한가한 시간대에 방문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환자가 몰릴 때는 의료인도 피곤하지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다른 환자분들의 눈치가 보여 진료실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루 중 환자가 많은 때는 주로 오전 진료를 시작하는 9~11, 오후 진료를 시작하는 2~4시 사이입니다. 그래서 충분한 면담을 원하신다면 오전 11~1230, 오후 430- 630분 사이가 가장 좋습니다. 한가한 시간대에 오시면 저도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하고 여기저기 아픈 곳을 다 풀어놓으셔도 됩니다. 그러면 마사지, 스트레칭, 운동까지 진료실에서 다 알려드립니다. 그때 만나는 환자분은 왠지 친밀해져서 어떻게 사시는지,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지 여쭤보기도 하고 가족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 들어갈 때는 선글라스, 모자, 가방 등을 벗어주세요!

 

진료실의 의사는 환자를 파악함에 있어서 환자분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유심히 관찰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작, 걸음걸이, 눈빛, 얼굴 표정 등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동자와 선녀가 됩니다. 그리고 말투가 어떤지, 어느 질문에 눈동자가 흔들리는지, 전체적인 몸의 균형은 어떠한지를 보고 환자분이 말하는 불편한 곳과 연결하여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간혹 선글라스와 모자를 깊이 눌러쓴 채로 진료를 보려 합니다. 벗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지만 바쁠 때는 제가 몸을 숙여 모자 밑의 얼굴을 찾아봐야 하고 선글라스 너머의 눈동자를 찾으려고 노려보곤 합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안 벗으시면 이분은 의사에 대한 상처가 있으신가 생각합니다.

환자분들이 호소하시는 증상과 원인이 항상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환자분은 심장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타 병원에서도 그렇다고 말했지만, 그때와 다른 증상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원인이 발생했을 수도 있기에 진찰을 하는 의사는 오감을 다 동원해서 판단합니다. 본인을 가릴 수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진료를 본다면 좀 더 정확하고 편안한 상담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의사가 청진기를 귀에 꽂고 있을 때는 말을 걸지 말아주세요!

 

진료 시간이 짧아서 마음이 급하고 하고 싶은 말을 못할까 봐 걱정되기도 해서 의사가 청진기를 사용할 때 질문을 하거나 아픈 데를 말하기도 하십니다. 그때가 의사가 말을 안 하는 타이밍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청진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귀에 손가락을 깊이 집어넣는 것과 똑같은 상황입니다. 누구나 귀에 손가락을 깊이 넣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의사가 청진기를 사용할 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소통이 잘 안 되면 오해를 낳을 수 있어서 의사가 청진기를 사용할 때는 모든 것을 잠시 멈춰주시는 것이 현명합니다.

궁금한 것을 다 말하지 못할 것 같은 걱정이 있다면 핸드폰이나 메모지에 질문 내용을 사전에 메모해 놓았다가 가져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는 동네 의원만의 팁이 아니라 대형병원에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원을 옮기고 싶다면 꼭 챙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사를 하거나 지인의 소개로 병·의원을 옮기고 싶다면 꼭 챙겨야 할 것 있습니다. 중요한 질병이나 어려운 치료를 해야 한다면 챙겨야 할 것이 많겠지만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는 처방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혈압과 혈당 수치는 옮긴 의원에서 측정하면 되지만 그 수치가 어떤 약물로 어느 정도 용량과 복용 횟수로 유지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약봉지에도 약 이름과 용량이 인쇄되어 있는데 없는 경우도 있어 병·의원의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처방전을 받으면 꼭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놓고 다른 의원으로 옮길 시에는 그 사진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사진을 보관하지 못했다면 다음 방법은 다니시는 약국에 전화해서 약사께 물어보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약사님은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약국이 어디인지도 모른다면 마지막 방법으로 드시고 있는 약이라도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약에 쓰여 있는 약자를 의약품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하여 찾아내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반쪽짜리 알약을 찾을 수도 없기 때문에 처방전을 저장해 놓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동네 의원에 한번을 가더라도 충분히 상담하고 최대한 진료 서비스를 받고자 한다면 위 팁들을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 평소에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아프시지 마시고 혹시 아프시다면 위 팁으로 가까운 동네 의원을 찾아주세요.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조규석 원장
조규석 원장

 

| 조규석(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시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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