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이야기

한 사람이 달걀을 일 년에 250개쯤 먹는다고 한다. 깜짝 놀랄 수도 있겠지만 아이스크림, 과자, , 파스타, 각종 면에 달걀이 들어가는 걸 생각해 본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달걀을 탁 깨서 지글지글 후딱 먹는 계란 프라이, 고소한 맛의 도톰한 계란말이, 뭉글뭉글 계란찜이 떠오른다. 익숙한 달걀 말고 달걀의 다른 모습을 만나는 탐험을 해보려고 한다. 주변 사물이나 현상에 새로운 발견을 한다면 삶이 좀 더 생기있지 않을까? 나만의 의미가 생긴다면 일상 주변 사물에 호기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겠다. 그리고 작은 것에 호기심과 애정을 느낀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지지 않을까? 이런 계기로 생활에서 자주 보고 만나는 먹기 딱 좋은 달걀을 탐구 주제로 삼아보았다. 수업 명은 달걀로 보는 세상이다. 달걀을 탐구한다는 것은 익숙한 것을 다시 보는 것이고, 관찰해 보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계란과 달걀 말의 차이를 물어보았다. 계란은 한자어 (:), (:)이고 달걀은 닭이 낳은 알을 줄여 순우리말 달걀로 부르고 있다. 그래서 계란과 달걀 중 달걀로 불러보기로 했다. 달걀을 자주 먹는 탓에 완전식품, 영양 만점, 고소하고 맛있는 요리 재료로 생각했다면 달걀 주제 탐구 시간에는 달걀의 다양한 점들을 발견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수업 설명을 꼼꼼히 듣고 내용을 잘 이해한 아이들이 수업을 신청했다.

첫 번째 시간 달걀을 깨뜨려 달걀 속에 무엇이 있는지 관찰해보기로 했다.

깨기 전 달걀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노른자, 흰자요. 삶은 달걀의 노른자는 퍽퍽해서 잘 안 먹어요. 흰자는 쫄깃하고 부드러워서 좋아하구요.”

삶은 달걀엔 소금을 찍어 먹어야죠.”

 

프라이팬에 깨뜨리는 게 아니라 샬레에 깨뜨려서 먹지 않고 관찰해 볼 것이다. 설레는 탐구 시간, 달걀 껍데기를 깨서 넓은 접시 위에 살짝 떨어뜨렸다. 노른자. 흰자는 당연하고 몇 초 뒤,

노른자에 흰색 덩어리 끈 양쪽에 붙어 있어요.”

우리 엄마는 음식할 때 이거 빼던데. 이게 뭐예요?”

흰자도 노른자 주변에 있는 덩어리로 있는데 바깥으로 갈수록 묽어지고 잘 퍼져요.”

노른자 주변에 얇은 막이 있어요.”

노른자에 흰색의 작은 점이 있어요.”

달걀 껍데기에 얇은 막이 있어요.”

달걀 껍데기 얇은 막 속에 뽁뽁이처럼 불룩한 공간이 있어요.”

 평소 보지 못했는데 관찰을 통해 발견한 것들이다.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보기도 했다.

알끈은 왜 있는 걸까? 달걀 껍데기에 붙은 흰색 막은 난 각막이라고 해. 난 각막은 왜 있는 걸까? 뽁뽁이처럼 불룩하게 생긴 공간을 기실이라고 하는데 기실은 어떤 기능을 하는 곳일까?”

관찰을 통해 발견한 것들을 가지고 질문을 시작했다.

노른자의 흰색 점은 무엇일까? 배반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혹시 달걀 먹을 때 이것 본 적 있니?”

 

아이들은 잠시 생각을 해본다. 본 적이 있을까? 사람 몸속에 있는 수정란은 보지 못했지만, 닭의 수정란을 볼 수 있다. 짜잔~~ 이것이 바로 암탉과 수탉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한 수정란이다. 수정란이 온전히 성장하면 병아리가 된다. 유정란에서 흰색 점이 두 겹으로 뚜렷이 보인다. 무정란과도 비교해보았다. 이렇게 달걀을 깨뜨려 프라이 해 먹던 행동에서 관찰을 해보았다.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달걀 관찰 후 손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교실은 비린내가 진동하면서 탐구와 배움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텁텁한 노른자, 말캉한 흰자 맛이 아닌 달걀 속 구조들은 생명을 탄생 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알끈은 노른자가 항상 중앙에 위치하도록 잡아준다. 암탉의 열전달을 골고루 받기 위함이다. 기실은 공기가 드나드는 공간으로 달걀 속 병아리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산소를 모아둔다. 노른자는 배반의 영양분이다.

 

노른자 속 배반을 본 아이들은 병아리를 부화시켜 보자고 제안했고 부화기를 마련해서 달걀과 메추리알을 넣었다. 메추리알은 17, 달걀은 21일 기다리면서 하루 4번씩 전란을 했다. 파각하는 과정, 육추실 만들기, 온도의 중요성을 경험하며 메추라기와 병아리가 부화해서 학교에서 키우고 있다. 병아리부터 성체가 되는 과정을 보니 애정이 남다르다. 길고양이와 들개에게 잡아 먹히지 않도록 낡은 닭장을 보수했다. 또 조류들의 알 중에서 가장 큰 알 타조알을 만져보았다. 단단한 껍데기는 망치로 두드려야 깨질 정도이다. 큰 그릇에 쏟아보았다. 양이 어마어마했다. 달걀 30개 합친 양. 요리해서 먹어 보았다. 타조알, 달걀, 메추리알 크기가 달라도 알 속 구조는 동일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달걀을 재료로 다양한 과학실험을 했다. 난 각막의 반투과성막 특성 실험, 달걀 낙하 실험, 원심력을 이용한 노란 달걀 만들기, 머랭 쿠키 요리 등등이다. ‘달걀로 보는 세상수업은 닭의 알만이 아닌, 조류들의 알로 확장되었고 알을 재료로 다양한 과학실험을 하면서 두 달 동안 진행되었다. 아이들에게 탐구와 과학의 의미를 실감나게 느끼는 수업으로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 박은애 (산학교 생활교사 말랑)

 

*산학교는 공동육아의 철학과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초,중등 9년제 대안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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