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OPLE 11 - 부천 청소년 인권공동체 ‘세움’

청소년들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 대한민국 <헌법> 111항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아직 미성숙한 인격체로서 가르침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사회에서는 단지 어리다’, ‘미숙하다등만의 이유로 인권 침해를 당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과거와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 청소년들의 인권 현실은 갈 길이 멀다. 콩나물신문 더 피플, 이번 회에는 부천지역의 청소년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천 청소년 인권공동체 세움을 소개한다.

2016민중총궐기 참여
2016민중총궐기 참여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THE PEOPLE입니다. 콩나물신문은 인권, 환경, 생명, 여성,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더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부천시 청소년 인권공동체 세움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부천 청소년 인권공동체 세움은 어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 반갑습니다. 세움은 부천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우리 동네에서부터 세상을 바꾸자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무너진 청소년공동체를 세우며 인권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자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람을 사람으로 마주 볼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와 청소년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꿈꾼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의 이름을 세움이라고 한 데에는 세상을 세운다’, ‘청소년들의 공동체를 세운다’, ‘청소년 인권을 세우는 동시에 청소년이 세상을 움직인다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2016 청소년참정권집회
2016 청소년참정권집회

 

세움의 역사가 어느덧 5년이 되었는데요, 그동안 펼쳐온 활동들이 궁금합니다. 세움의 역사와 함께 그간의 여러 가지 활동들을 소개해 주세요.

그동안 세움의 활동 상황을 소개하면, 먼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습니다. 퇴진 집회 당시 세움은 작은 청소년 동아리 수준이었는데 이후에 더 영향력 있는 청소년 집단이 되기 위해 지난 2017, 부천 청소년 인권공동체 세움을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에는 세움인권활동가교실을 열어 청소년 인권활동가를 양성함으로써 본격적인 청소년 인권단체로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네트워크에 참여하였습니다. 6.13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에는 중앙 및 지역에서 청소년참정권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세움의 활동과 회원들의 생각을 담은 문집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에는 방학 중 청소년 페미니즘 수다모임과 한반도 평화 상상하기라는 주제로 토스트를 3일간 진행했습니다. 토스트란 토론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건강한 트집쟁이들이라는 뜻으로 정치적 권리뿐만 아니라 알 권리마저도 빼앗긴 청소년들에게 시민으로서 배움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청소년 교양 캠프입니다. 113일에는 역곡다행광장에서 학생의 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2020년에는 참정권을 주제로 한 토스트와 청소년 인문학 캠프 인문세끼를 진행했으며, 17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 앞에서 청소년참정권 요구 1인시위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2017 세움 창립 선포식
2017 세움 창립 선포식
2017세움창립선포식
2017세움창립선포식

 

1991년 제정된 청소년기본법에는 법적 청소년을 9세 이상 2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모든 상황에서 청소년의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데 청소년 인권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지 궁금합니다.

청소년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청소년들을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고 있을까요? 우선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의 권리가 아직도 제한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16세 선거권을 실현하고 있는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에서야 만 18세 선거권이 부여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참정권을 제한당한 채 가혹한 입시경쟁에 내몰리기도 하고 또 노동 현장에서는 임금과 노동력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청소년 인권이란 청소년이 자신을 둘러싼 사회 구조에 목소리 내고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2017 청소년 페미니즘 행사
2017 청소년 페미니즘 행사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인권 의식은 어느 정도 수준이며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학생인권조례의 확산으로 학교 내 복장규제 및 체벌 실태는 많이 개선되어 학교 내 개성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는 실현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학교 내 의사결정 과정이 학생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인 방식인지에 관해서는 미지수입니다. 학생참여의 좋은 사례로는 부천 소명여중의 경우가 있는데요, 지난 2018년 학생을 포함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복 자율 및 두발 자유 안건을 상정해 학내 구성원이 모두 모여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 두발 자유 정책을 결정해 실행했습니다. 이처럼 학생 인권의 다음 의제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인권교육이 의무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밖에 탈학교 청소년과 일하는 청소년 등 청소년이 처한 현실이 각기 다른 만큼 다양한 현장 청소년들의 인권 실태 점검과 네트워크 공동체 형성이 필요합니다.

2018 지방선거 청소년 선거인단 모집
2018 지방선거 청소년 선거인단 모집

 

청소년 인권을 위해서는 기성세대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청소년들을 단순히 어린 것들이 아니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존중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을 교육과 평가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 기울여야 합니다. “존중받아야 존중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른들이 먼저 청소년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들도 곧 따라 배우고 실천합니다. 처음 만나는 청소년들에게 반말이 아닌 존댓말을 하는 것, 이해할 수 없는 청소년의 행동에 대해 무작정 훈계보다는 섬세하게 이유를 물어봐 주는 것이 실천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 노동자들이 과도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한다든지, 또 임금 체불이나 미지급 등의 피해를 겪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는 합니다. 청소년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청소년들은 일터에서 보호받기는커녕, 어리다는 이유로 저임금, 부당노동행위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 배달 노동자들의 위험천만한 노동 현실,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 산업재해 문제 등, 1970년대 산업현장에서 일하던 청소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이 2021년 현재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문제가 곧 청소년 노동 이슈와 상당히 중첩되어 있습니다.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부당행위 문제 개선이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2020 총선 투표소 앞에서 1인시위 중인 이계은 운영위원장
2020 총선 투표소 앞에서 1인시위 중인 이계은 운영위원장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 그리고 세움을 이끌어가면서 겪는 어려움, 기쁨, 보람 등등을 말씀해 주세요.

올해 하반기 세움은 113일 학생의 날을 앞두고 시민 대상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천 내 특성화고와 일반고 직업위탁반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지역사회에 이들의 삶을 알리고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움은 인권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세움은 지역 내 청소년공동체를 표방하는 만큼,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삶을 나누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서 모임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활동력도 위축되고 회원 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세움에서 자신과 사회공동체를 위한 이타적인 실천을 한 뒤에 얻는 보람과 기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 운영자 입장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자신의 역량을 펼칠 공간이 더욱 많아지길 바랍니다. 저희의 꿈은 세움 같은 공간이 동네마다 지역마다 어느 곳에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공부 외에도 자기 자신의 존재감과 자긍심을 느끼고 시민으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주희 작
이주희 작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