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업무상 사고를 이유로 산재보상을 신청하는 것을 도와주었던 노동자에게서 산재가 승인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노동자는 회식에서 술을 먹던 중 술을 좀 깨기 위해서 잠시 밖에 나갔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였는데, 회식을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개최하였고 회식 비용 일체를 결제하였다는 점에서 사업주의 지배관리 밑에 있었다는 것이 인정되어 승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을 신청하면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신청에 대하여 사업주의 의견서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주가 산재를 부정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면 근로복지공단은 그 의견서를 노동자에게 보내고, 노동자는 사업주의 의견서에 대하여 추가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산재를 당한 이 노동자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사업주의 의견서를 받았고, 그 결과 해당 의견서를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의견서에는 정말 엉뚱한 주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업주가 이 노동자가 프리랜서라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최근 노동계의 화두는 플랫폼노동 종사자와 같이 사실상의 종속관계 하에서 일을 하면서도 법망의 허점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속칭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들을 어떻게 보호할까입니다. 이러한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들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일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속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제조업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제조업 생산 라인의 업무는 당연히 사용 종속성이 인정되는 업무이고, 그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경우 당연히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서 인정을 받기 때문입니다.

추측건대, 아마도 이 사업주는 산재를 당한 근로자에게 산재보험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산재보험 미가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요량으로 프리랜서운운하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사업주는 산재를 당한 노동자에게 노동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여 교부하지도 않았고, 산재보험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보험(4대 보험) 역시 들어주지 않았습니다(산재를 당한 근로자는 1주일에 5일 출근하여 8시간 일하고 매달 임금으로 150~16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 사업장의 노동자 수는 15명가량 되는데, 이 사업장의 고용산재가입정보를 조회해 봤을 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의 숫자는 9명이었습니다. 이를 보았을 때, 이 사업주는 4대 보험에 대해 잘 몰라서 산재를 당한 근로자를 가입시켜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험료 납부를 회피할 요량으로 산재를 당한 노동자를 비롯한 다른 노동자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켜주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4대 보험은 준조세적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누군가가 4대 보험 가입을 회피하면 4대 보험에 가입하여 있고 보험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말도 안 되는 프리랜서같은 주장을 하며 4대 보험을 일부러 가입하지 않는 행태는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강선묵(공인노무사,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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