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99]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모래 놀이터에서 대략 3~5세 아이들이 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몇 명이 함께하거나 따로 혼자 있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는 모래를 모아 쌓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모래에 손을 묻고 어떤 아이는 모래에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들은 모래를 가지고 각자가 원하는 놀이를 하는 듯합니다.

한 아이가 나뭇가지를 이용해 모래를 찍어 옆으로 밀다 옆에 있던 아이에게 모래가 튀었습니다. 모래를 맞은 아이는 갑자기 날아온 모래에 깜짝 놀라 눈을 꼭 감았다 뜹니다.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니 옷에 모래가 여기저기 묻어 있습니다. 모래를 뿌린 아이는 슬금슬금 모래 묻은 아이를 살피며 계속 모래를 팝니다. 모래 묻은 아이가 말합니다.

모래가 튀잖아 이리로 하지 마.”

“...”

모래 뿌린 아이는 대답이 없이 계속 모래를 팝니다. 모래 묻은 아이는 화가 났는지 모래 뿌린 아이 머리에 모래를 뿌립니다. 머리에 모래가 뿌려진 아이가 벌떡 일어나 모래 묻은 아이에게 모래를 뿌립니다. 이제 서로 경쟁하듯 모래를 뿌립니다. 서로 모래를 뿌리는 행동이 더 격해집니다. 급기야 손으로 밀고 당기다가 한 명이 울음을 터트리며 모래 뿌리기가 끝이 납니다. 싸움이 끝납니다. 놀이도 끝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이기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밀기도 하고 손으로 때리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격해지면 서로 손발이 오가며 감정이 생기고 싸움으로 번지게 됩니다. 싸우면 놀이는 중단됩니다. 놀이가 중단되면 서로 토라져 거리를 두게 되고 감정이 가라앉는 시간이 마련됩니다. 감정이 충분히 가라앉으면 스스로 감정을 잊거나 받아들여 다른 놀이를 할 준비를 합니다. 감정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놀이를 할 수 없기에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합니다. 다시 놀이를 해야 하니까요.

놀기 > 싸우기 > 거리두기 > 받아들이기 > 놀기의 과정을 반복해서 겪은 아이는 덜 밀고 덜 때리고 덜 차며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나 선생님 등 제삼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조절 하는 것이 덜 싸우고 더 오래 놀 수 있는 방법임을 알게 됩니다. 상대에 따라 힘을 조절하며 배려하는 것이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려를 몸에 익힙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위해 정치를 합니다. 정치는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라는 뜻도 있지만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과 권력을 얻거나 늘이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정략적으로 활동하는 일.’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라는 이익을 늘리기 위해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활동합니다. 놀이가 필요한 아이들은 싸운 상대라도 다시 서로 말을 걸고 함께 합니다. 오로지 지금 더 재미있게 놀기 위해 모든 장애를 이겨냅니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사진출처 - 넷플릭스

 

요즘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드라마에선 성인들이 돈을 위해 목숨을 걸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등등 어린이 게임을 합니다. 왜 목숨을 건 위험한 게임에 하필이면 어린이 게임일까요? 어린 시절의 놀이가 인생에서 가장 진심이기 때문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놀이를 할 때 아이의 표정과 행동은 몰입 그 자체입니다. 진심으로 현재에 집중합니다. 수많은 자기개발서에는 현재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오징어 게임>은 게임에 참여한 성인들에게 어린 시절 놀이처럼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되묻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모래를 뿌린 아이모래가 묻은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신가요? 둘이 서로 말도 안 하고 더 이상 서로 쳐 다도 안 봤을까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둘은 함께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영리합니다.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합니다. 잘 놀기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찾습니다. 어른들이 참견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하늘은 더욱 맑고 바람도 더 상쾌하고 시원한 것 같네요. 모든 아이들이 근처 공원이나 숲으로 가서 마음껏 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놀고 더 싸우고 더 오래 놀이하는 순간이 진심이길 기원합니다.

 

| 정문기 조합원(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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