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 선생님과 함께 하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독서지도 13

가을이 오면 빠트리지 않고 하던 행사가 있습니다. 밤도 삶고 달걀도 삶고 김밥도 싸고 온 동네잔치가 되는 날입니다. 학교 하늘마다 펄럭이던 만국기와 온종일 뛰고 뒹굴고 했던 아이들의 함성이 귀에 쟁쟁해집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목청 높여 소리 질러 대던 바로 가을 운동회 날이지요. 그 기억을 되살리는 책이 있어서 같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임광희 작가의 가을 운동회라는 책입니다.

책 표지를 보고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얘들아, 너희들은 지금껏 가을 운동회를 몇 번이나 해봤니?” “안 해봤어요.” 새로 입학한 아이들은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하지요. “한 번인가 두 번인가 해봤어요.” 고학년이 된 아이들은 체육대회를 해봤다고는 하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해봤던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며, 처음인 아이들에게는 곧 이 책처럼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책을 같이 보자고 해보세요.

책 속의 주인공은 가을 운동회를 하는 같은 초등학교 단짝 친구인 봄이와 여름이입니다. 둘은 백팀, 청팀으로 나뉘어 운동회에 참석하게 되지요. 책의 면지에는 만국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세요. “이 만국기의 나라 이름을 알겠니?” 아이들은 나라 이름과 국기 이름을 외웠다면서 자랑삼아 국기를 짚어가며 말합니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스위스, 캐나다, 브라질등을 줄줄이 말해줍니다.

이 책은 온통 축제 분위기의 아이들과 가을 운동회의 놀이 이야기로 가득 차서 보는 내내 웃음을 떠나지 않게 해줍니다. 학교 입구부터 솜사탕 아저씨며, 병아리 파는 아줌마, 사진사 아저씨 등이 학교 축제임을 잘 말해줍니다. 운동회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는 어린이들 그림에서는, “다 같이 체조하는 것 같네. 왼손 오른손을 바꿔서 하는 아이를 찾아볼 수 있겠니?” 하면 아이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바로바로 짚어냅니다. 귀엽고 깜찍하면서도 그림이 주는 강한 색감이 주위를 환기해주는 그런 그림책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응원전이 시작되죠. “얘들아 어느 팀이 이길까?”

'가을 운동회' 표지
'가을 운동회' 표지

 

첫 번째 경기는 단체경기인 모자 뺏기입니다. 이어 공굴리기 경기까지 나오는데, 경기에 이기고 환한 얼굴과 지고 화가 난 얼굴이 대조적으로 보여 아이들도 같이 웃게 만드는 그림이 나옵니다. 그리고는 신입생인 1학년 아이들의 꼭두각시 춤을 보고 있자니 너무 앙증맞은 그림에 넋을 놓게 됩니다.

이어지는 아이들의 협동게임에서는 놀이 이름을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이 게임은 게임 이름이 뭘까?” 아이들은 이기고 신이 나는 표정들을 보면서 막, 말해줍니다. “짝 줄넘기요.” “협동 줄넘기요.” “그래. 다 맞는 거 같다.”

이렇게 즐거운 가을 운동회를 보면서 이 책에서는 게임 이름을 살짝 가리고 이름 맞히기를 하면서 봐도 아주 즐겁습니다. “얘들아, 이번 게임 이름은 뭐니?” 이번 그림의 힌트는 오자미 던지기라는 이름에서 우리말로 바꾼 이름이라고 해도 아이들은 다르게 말하니 재미가 더 배가 되는 게임입니다.

원래 일제 강점기 때 학교 운동회가 실시되면서 함께 들어온 일본 놀이 문화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하여, 일본어에서 유래된 오쟈미(お‐じゃみ)’라는 말이 사라지면서 이름이 많이 바뀌긴 했지요. 아이들은 콩을 넣으니 콩주머니 놀이다, 모래를 넣으니 모래주머니 놀이라고 하는데요, 책에서는 뭐라 그러는지 아이들과 함께 보시면 금방 아실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운동회 때 쓸 소품을 만들어가는 게 숙제여서, 운동회가 되면 만들어야 할 게 참 많았습니다. 부채에 깃털도 붙여야 하고, 모래주머니도 만들어야 하고, 모자마다 운동복마다 백팀이면 백팀, 청팀이면 청팀, 스티커도 붙여야 되었지요. 그때는 그런 일들이 귀찮기도 하고 재료 구하기도 마땅치 않았는데 지나고 나니 너무 많이 아쉽고 다시 하고 싶은 놀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전 단체경기들이 끝나고 나면 동네 어르신들이 다 모이고 또 가족 단위로 모인 식구들이 그늘 밑이나, 학교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 부근 심지어 학교 교실에서까지 점심을 펼쳐놓고 먹는데요, 뛰고 나서 먹는 점심이 얼마나 꿀맛인지 요즘 아이들은 아마 모를 맛이지요.

점심을 먹고 나면 어른들도 게임에 참여하여 힘을 발휘하는데요, 아이들은 아빠 응원하느라 정신이 없지요. 그다음은 입도 즐겁고 놀이 자체도 흥겨운 게임이지요. “얘들아, 이 게임 이름은 뭘까?” “또 달리면서 주고받는 저것은 이름이 뭘까?” 저학년 아이들은 모른다고 하지만 고학년 아이들은 해봤다고 자랑하면서 맞출 테지요.

, 어느 팀이 이겼든 이제는 활동지를 펼쳐놓고 만국기에 나온 국기들의 나라 이름도 맞춰보고 해보고 싶은 게임도 적어보고 책을 본 소감도 적어보게 하세요. 아이들은 저마다 코로나가 없어지면 꼭 운동회를 해보고 싶다고, 다시 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하는데 어쩐지 짠해지기까지 한 책입니다.

이 책은 다 읽었다고 그냥 덮어놓지 마시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종이컵에 담아놓고 고무줄에 실을 대 여섯 줄 묶어서 단체종이컵 나르기경기도 해보시고,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지렁이 젤리를 사다가 엄지와 검지를 사용한 손가락 줄다리기 게임을 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함께 느끼셔도 좋습니다.

외출이 어려운 요즘, 아이들과 모처럼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과 더불어 웃어보는 즐거운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 령(시인, 부천시 아동복지교사, 독서지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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