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지기가 읽은 만화책 -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 마스다 미리(益田ミリ) 글 ‧ 그림 / 이봄

이쁜 노란색 바탕에 작가이자 주인공인 마스마 미리의 그림, 게다가 갓 구워낸 부드럽고 향긋한 시나몬 롤이 있는 표지를 보고 서둘러 서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점 과장님께 재고가 없으면 주문을 부탁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재고가 없는 것 같다고 하더니 잠시 후에 한 권 남았다고 해서 찜해 두고 오후에 서점에 들렀다. 읽고 싶은 책이 서점에 있으면 마음이 설렌다. 빨리 읽고 싶은 책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해서 찜해 둔 책을 사러 가는 퇴근길은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

서점에 도착하니 계산대 위에 다소곳이 올려져 기다리고 있다. 연인의 손을 잡는 마음으로 책을 들고 표지 앞뒤를 살펴본다. 정말 곱다. 기억 속에 있는 시나몬 롤 향이 훅 올라온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책을 펼친다. ? 만화가 아니다. 작가가 마스다 미리 씨라 당연히 만화겠다 싶었지만 그림 에세이다. 만화로만 만났던 작가인지라 살짝 당황했지만, 그녀의 에세이라니 색다른 기대가 된다. 물론 이 꼭지의 타이틀인 광장지기가 읽은 만화책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림 에세이이니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고, 우리 콩나물 신문 독자들은 분명 괜찮다고 하실 것 같은 믿음이 있다.

 

책의 앞부분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나몬 롤을 시작으로 다양한 음식 사진, 걸으며 만난 핀란드 골목과 소박하지만 멋스러운 건물들, 핀란드의 자랑인 곳곳의 공원 사진이 읽기보다는 볼거리를 먼저 제공한다. 찬찬히 사진을 살펴보니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202, 6명의 아이와 함께 핀란드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떠오른다. 헬싱키에서 7, 밤 기차로 12시간을 북으로 이동하여 소위 산타 마을이라고 불리는 로바니에미에서 4일을 보내고 다시 헬싱키로 내려와 귀국하는 2주간의 일정이었다. 꿈빚여행(꿈을 빚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계획해서 아이들과 6개월 정도를 준비하고 다녀왔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해마다 북유럽 5개국을 차례대로 청소년 친구들과 다녀올 계획이었고, 그 첫 여행이 바로 핀란드 여행이었다. 사진을 보니 아이들과 여행했던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책을 보는 내내(사실 책이 얇아서 시내 다녀오는 전철 안에서 다 읽었다.)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누군가 광장지기를 봤다면 무척 감동적이거나 재미난 책을 읽는 줄 알았을 것이다. 물론 흥미로운 책이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특히 북유럽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있을 법하다. 허나 핀란드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다. 책 분량의 1/2은 식당과 카페에서 음식을 먹은 이야기다. 음식에 대한 설명이 자세한 것도 아니다. ‘맛있다. 바삭하다정도의 단순한 설명이다. 그런데도 광장지기가 재밌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마스다 미리 작가와 추억이 공유되기 때문이었다. 작가가 간 장소, 식당, 미술관과 박물관이 상당히 겹친다. 하긴 헬싱키 자체가 크지 않고 우리도 대중교통으로 다녔기 때문에 마스다 작가와 동선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이 제목이지만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싶었는지 책을 다 읽고서도 모르겠다. 생각할 것이 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그냥 여행에 집중하자고 마스다 작가는 스스로 다짐한다.

이 책은 핀란드를 다녀온 분에게 추천한다. 확신하건대 당신의 핀란드 여행의 추억을 선명하게 소환해주고,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타는 목마름을 선사할 것이다. 해서 유로 환율도 살피고, 백신도 서둘러 맞고 싶어질 것이다. 콩나물 신문 조합원 가운데 혹 내년 2월에 가실 분 안 계십니까? 연락해주세요. 같이 가십시다.

 

| 남태일(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 광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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