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인간관계 심리학’

일반적으로 소통(疏通)과 대화(對話)는 동일어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나 한자어로 보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대화는 서로 마주 보면서 말을 주고받는 것을 표현하고, 소통은 말이 통해서 서로 막힌 것을 뚫어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소통과 대화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대화가 되어도 소통은 안 될 수도 있는 거죠. 소통이 잘 되려면 단순한 대화를 넘어 '이해'를 해야 합니다. 영어에 이해라는 단어는 understand입니다. under + stand의 합성어입니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밑바탕에 나도 같이 서서 생각하는 것, 이것이 곧 이해라는 겁니다. 그래서 진짜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하는가 보다,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어떻게 듣느냐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이렇게 놓고 따져보면 소통은 참 어려운 단어처럼 와 닿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말이 가끔 상처가 될 때도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친구와 친구 사이에, 상사와 직원 사이에.

개인마다 소속된 곳에 각자의 위치(position)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은 자신이 보는 위치에서는 잘 보이지만, 상대방의 위치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위치의 배려가 없는 말들이 상처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죠. 설득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소통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통의 핵심

자녀를 둔 부모나 부모를 가진 자녀(?)나 모두 한결같이 말합니다. "우리 애들하고는 소통이 전혀 안 돼!" "우리 아빠(엄마)하고는 말이 안 통해!" 사회생활에서도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인간관계'라고 대답합니다. 이것은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반영합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기억하면 도움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내게 긍정적이거나 호의적일 수는 없습니다

가족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남편이, 자녀가 내게 항상 긍정적이거나 호의적일 수는 없습니다. 항상 그렇게 피드백이 온다면 그것은 거절하는 것에 민감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건강한 사람은 '자아'가 말하는 자기 생각이 있고,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혹, 가족 중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극히 정상입니다. 내가 한 말과 행동에 대해 감동을 받을 수도 있지만, 짜증을 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 사실이 상식임을 기억한다면 불통에 화가 나는 일들은 줄어들 것입니다. 불통이 줄어들면 소통이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불통' 될 수도 있는 관계가 인간관계임을 인식할 때 자연스러운 '소통'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소통의 관계는 진정성으로 이루어집니다

소통의 뜻이 막힌 것을 뚫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가장 좋은 도구는 '진정성'입니다. 진정한 마음을 전하는 것에는 화려한 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꾸밀수록 오히려 희석됩니다. 소소한 태도와 자세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 그리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받아들이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굴복이 될 수 있습니다. 소통은 서로의 권리를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단번에 뚫리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겠지만 관계라는 것은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소통의 또 다른 미덕은 '여유'입니다.

 

사소한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신뢰 관계는 소통(疏通)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요소를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로 보았는데 그 중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의 성품, 매력, 진실성을 의미합니다. 화자(話者)의 이 부분들을 청중이 신뢰해야만 설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말솜씨가 조금 없어도, 상황이 조금 납득이 어려워도 신뢰할 수 있는 진실성이 보인다면 설득당한다는 뜻이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입니다.

신뢰는 작은 일에서부터 쌓이게 됩니다. 소소한 약속의 말이지만 그 말이 지켜지는 관계, 상대를 배려하는 말투,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의 언어 등이 평소에 오고 간다면 소통(疏通)되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말로 표현되어 나오고 그 말 한마디는 관계에서 신뢰를 만들어갑니다. 소통(疏通)할 수 있는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참 멋진 사람입니다.

 

| 김현주(심리상담학 학사, 독서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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