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이야기

산학교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직접 선택하고 진행하는 선택 수업 시간이 있습니다. 올해 선택 수업에는 피아노, 건반, 드럼, 기타 등 악기를 연주하고 함께 밴드음악으로 합주를 하는 밴드 수업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스케치하고 미술작품을 만들어내는 미술 수업도 있고, 미디어와 컴퓨터를 이용해 진행하는 코딩 수업도 있습니다. 나무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목공수업, 아이들의 눈으로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진행하는 사진 수업, 아이들과 놀이를 하며 마음도 돌보는 놀이의 달인이라는 동아리도 있어요. 플라스틱 방앗간이라는 수업도 있습니다. 학교에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계를 활용해서 진행합니다.

제가 진행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동아리는 밴드 동아리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는 시간에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영혼이 가득한 연주를 해내진 않지만, 아이들의 연주에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날 것 그대로의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매력인 아이들의 연주들, 그리고 조금씩 연습해가고 그 안에 성취감을 느끼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안에서 소박한 마에스트로가 되어 아이들의 연주를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나의 모습 등은 제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곳에 있는 이유와 기쁨과 만족을 누리기에 충분한 시간들입니다.

 

처음 산학교에 왔을 때는 이곳은 음악과 그렇게 친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음악은 수동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주로 듣거나 보게 됩니다. 그런데 미술은 어떤 면에선 직접 하기에도 수월하고 결과물도 그래도 쉽게 얻을 수 있기도 하고, 수업자료 또한 더 다양하고 자원이 많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동아리를 만들어 진행도 해보고, 공연을 하고, 직접 노래를 만들어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나면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불러서 같이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하기도 합니다. 부모들과 학생, 교사들이 함께 공연을 해보기도 하구요.

학교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빈 공간을 옮겨 다니며 연습하기도 하고 학교 장비가 없어서 대부분의 제 장비를 사용하거나 사비를 털어 구입하며 이래저래 명색을 유지했습니다. 올해는 학교 내에 밴드실이 생겼습니다. 졸업 부모님들이 후원해주셔서 스피커도 마련했습니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밴드실에 이래저래 세팅을 하고 아이들과 매주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밴드하겠다며, 연주하겠다는 아이들이 생기면 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작년에 편입한 하원이는 그동안 학교에서 보지 못했던 기타를 매우 사랑하는 것 같은 아이입니다. 해솔이는 축구만 좋아할 것 같았는데 밴드를 해보겠다며 들어와서 엄청난 박자 감각을 보여주며 보컬을 했습니다. 채원이랑 정우, 하경이는 같이 하고 싶었는데 꽉 차서 못 들어왔다며 내가 없으니 아쉽죠라는 말을 하면 그것 또한 반가움입니다. 예준이는 제 작년 공연 때 피아노 연주를 그렇게 싫어해서 눈물도 흘리고 겨우 공연도 했었는데 지금은 피아노를 꾸준히 배우고 그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대부분의 곡을 연주할 수 있고 자유롭게 피아노를 칠 수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밴드실에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합니다. 3학년인 현우는 형, 누나들과 함께해보겠다며 함께 드럼을 치고 저학년이더라고 함께 협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9학년 현우는 본인의 성격처럼 묵묵히 베이스를 치고 있습니다. 감각이 뛰어난 신우는 드럼을 치고, 준우는 주말에도 연락하며 연습을 해오겠다며 의지를 보여줍니다. 민성이는 멜로디언도 불고 어깨를 흔들며 잘 들리지 않는 우쿨렐레를 열심히 칩니다. 혜주는 처음에 기타를 한다고 했는데 도저히 어려웠던 건지 우쿨렐레를 하겠다고 합니다. 상민이는 변성기의 걸걸한 목소리로 뛰어난 음감으로 꽥꽥 노래를 부릅니다.

 

그 외에도 다른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찾아와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쉬운 시도는 아니지만, 음악 또한 모두에게 놀잇감이 될 수 있고 즐거운 활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네요.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월간산학교공연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매달 1, 2곡씩 작은 손으로 함께 합주하고 준비하는 이 과정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혼자는 불가능하고 함께해야 가능한 이 과학적인 밴드의 구성들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가고 협동을 배워가는 과정의 시간들이 되길 바랍니다.

 

| 박진우(산학교 교사)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