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코로나19의 완전 퇴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위드코로나이다. 위드코로나 시대가 된다고 해서 코로나19 전염력이 줄어들었거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간 감염 경로 파악과 접촉자의 신속한 검사, 격리, 그리고 광범위 예방접종 등으로 그나마 위드코로나를 만들 수 있었다. 일선 공무원들과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위드코로나 시대를 시작하자마자 확진자는 다시 늘고, 위중증 환자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다. 비상 대책으로 얼마 전에는 수도권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허가 병상의 1%를 중환자 병상으로 지정해야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부천의 경우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이 이에 해당된다. 행정명령을 받은 종합병원은 4주 안에 공사를 완료하여야 한다. 민간병원에 행정명령을 내릴 때는 그에 따르는 보상이 필요하다. 먼저 코로나 병상 공사비를 지원해주고, 코로나 전담 병상으로 사용 시 평소 병상 단가의 10배를 보상하고 있으며, 인건비를 3배 올려준다고 한다. 행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온갖 불이익이 생기리라는 것을 알기에 받아들이기도 하겠지만 재정 수입에도 일정 정도 보탬이 된다고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할 때마다 정부에서는 10%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의 병상이 부족하여 민간병원에 행정명령을 5차례 내렸었다. 민간병원에서는 초기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협조하였지만, 점차 불만이 쌓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병상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인력과 장비가 없다는 것이다. 행정명령이 내린 병원의 간호사들이 사표를 내겠다고 하며 일반과의 의사들은 본인이 치료하던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또한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어 입원 환자가 없을 때 일반 환자로 음압병실 경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원상태로 재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원한 성남시의료원. 주민이 직접 발의하여 만든 최초의 시민 중심 공공병원이다.
지난해 개원한 성남시의료원. 주민이 직접 발의하여 만든 최초의 시민 중심 공공병원이다.

 

결국 코로나19 중환자를 전담해서 치료할 공공병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 정부는 대형병원에 손을 벌려 땜빵하려 할 뿐 공공병원 증축에 대한 획기적인 예산과 계획이 없다. 보건복지부에서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예산을 책정할 때는 향후 5년간 새로운 공공병원 신설 계획이 전무하다. 이에 지난 9월 보건의료노조의 노정 합의서에서 공공의료 강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첫 번째 합의안으로 하였고 지속적인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이 합의문에는 전국 70개 중진료권 중 안양권, 부천권, 남양주권, 제천권 등 20개 지역이 필수 의료 제공에 필요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지역주민의 강한 공공병원 설립 요청이 있는 지역의 공공병원 설립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재정 당국 등과 논의를 거쳐 추진한다라고 하였다. 부천시민의 공공병원 설립 요청이 강하게 표현될 때 논의 후 추진한다는 것이다.

공공병원의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많다 하여도 설립 비용과 매년 운영비가 걱정되기에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재원을 담뱃세 중 특별소비세 33%를 활용하면 일 년에 6천억 원씩 확보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매년 들어가는 공공병원 운영비도 무료진료, 비급여진료 차액, 공적 서비스 기회비용을 반영한다면 결코 적자 운영이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불평등이 점차 악화되고 이로 인해 건강 불평등도 심해지고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진 자의 입장에 서 있는 사회지도층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해야 한다. 의료 위기 상황에 안심하고 대응하고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것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을 우선하는 의지의 문제이다. 시민의 주장이 강할 때만이 공공병원 설립이 경제 정책보다 우선시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위해 여러 조건들이 있겠지만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핵심이다.

 

| 조규석 조합원(부천시민의원 원장)

조규석 원장
조규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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