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아파트 민자고속도로 반대 비대위, 주민총회 및 천막농성 발대식 개최

지난 2019115일 자 콩나물신문에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가 뭉개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건설공사의 연내 착공이 임박한 가운데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가 고강동, 까치울역, 항동 등에서 릴레이 집회를 열었다는 내용이다. 다행히 그해에 공사는 착공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후인 2021113, 시공사인 SK건설이 고강 터널 출입구 주변 도로에 사전 협의도 없이 공사준비를 위한 펜스 가림막을 설치하면서 고강동에 다시 한번 전운이 감돌고 있다.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의 최대 피해자

 

고강터널이 아파트 지하를 관통함으로써 고강아파트 주민들은 졸지에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20186, 고강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반대 서명운동, 부천시의회 부천시청 청원서 제출, 청와대 항의 집회, 부천시장 면담, 국회의원 면담 등 다각적인 투쟁을 벌여왔으나 국토부와 서서울고속도로()의 밀어붙이기식 행정, 그리고 부천시의 미온적 대응으로 인해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올해 4, 부천시 주도로 실시한 고강아파트 5~6동과 옹벽에 대한 안전 점검에서 건축물의 노후화로 균열 및 누수 등의 하자가 발생하고 있고 옹벽의 균열폭은 통상의 관리치를 초과하였으며, 특히 1동 뒤 옹벽 벽체부가 변형되고 옹벽 하단부 밀림 현상이 발생하여 공사가 진행되면 발파와 진동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안전성 확보를 위한 모든 검토와 조치가 필요하다.”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렇다 할 대책 마련 없이 공사는 강행될 분위기다.

 

주민은 무엇을 요구하나?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주민의 안전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 건설공사를 철회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이주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고강아파트는 1986년에 준공된 노후 아파트입니다. 1987년 김포공항 신활주로가 생기면서 30년 이상을 소음피해에 시달리면서 살았습니다. 그동안 하늘길에 시달린 것만 해도 서러운데 이제 지하 30m 아래로 터널 두 개가 지나간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재건축도 물 건너가게 생겼으니 정신적, 물적 피해가 너무나 큽니다.”

 

20211128() 고강아파트 1단지에서 열린 주민총회 및 천막농성 발대식에 참석한 주민들은 한결같이 격앙된 모습이었다.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를 다한 국민을 이렇게 무시하고 푸대접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는 외침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동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단결 쟁취라고 쓴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비대위원들이 불을 보듯 뻔한 건물 붕괴 위험, 어처구니없는 공사 중단하라!”, “비행기도 벅차다. 민자고속도로까지,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하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동안에도 하늘에서는 거의 5분 간격으로 쉼 없이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공사가 진행되면 발파 진동 때문에 지하수 침출, 지반 침하, 싱크홀 발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수만 대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과 분진으로 주민들의 건강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겁니다.”

광명~서울고속도로는 2024년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한다. 총연장 20.2로 왕복 4~6차로로 건설되는 이 도로는 호남 내륙에서 충청을 거쳐 경기북부를 관통하는 연장 261의 익산문산 고속도로의 일부다. 수원광명 구간은 20164월 개통됐고, 서울문산 구간은 201610월 공사를 시작해 202011월 개통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로 거론되는 여야 정치인들도 한목소리로 주민들의 투쟁에 힘을 보탰다. 왼쪽부터 조용익(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서영석(현 국민의힘 부천시정 당협위원장), 한병환(문재인 정부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로 거론되는 여야 정치인들도 한목소리로 주민들의 투쟁에 힘을 보탰다. 왼쪽부터 조용익(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서영석(현 국민의힘 부천시정 당협위원장), 한병환(문재인 정부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하지만 국토의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일방적 공사강행은 극단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국가가 나서서 아무리 안전하다고 외쳐도 최근 제2외곽순환(인천~김포)고속도로 지하터널 공사로 아파트 균열, 지반 침하, 싱크홀 발생 등과 같은 사태를 겪고 있는 인천 삼두아파트 사례를 보면서 국민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무리한 공사강행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당 주민들과 대화하고 모두가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끌어낸 후에 공사해도 늦지 않다. 소 잃고 나서 외양간 고치는 일을 그동안 우리 국민은 수도 없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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