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미화노동자 건강권 심층 실태조사&간담회를 마치며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올해 공동주택 미화노동자의 건강권 심층 실태조사와 당신의 노동을 응원합니다한 끼 나눔 간담회, 미화노동자 건강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말 그대로 아파트 미화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건강프로그램을 2회에 걸쳐 진행한 것인데 올 12월 실태조사에 대한 최종 보고회와 토론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오늘 마지막 건강지원 프로그램과 심층 면접을 진행하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무거운 것은 이분들에게 그래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라는 희망 고문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스트레칭도 하고 마사지도 하니까 한결 좋은데. 왜 두 번밖에 안 하는데? 나는 계속하는 줄 알았네.”

그래도 우리 아파트 휴게실은 그나마 괜찮은 거야. 지하에 있어서 환기 안 되고 습한 거 빼고는.”

지금 내 나이가 몇인데 아픈 게 당연하지. 그래도 이 일 하기 전에는 없던 병이 생기긴 했지

산재 신청하는 걸 몰라서 안 하나? 산재 신청하면 그 뒤엔 일을 그만둬야 하니까 그냥 아파도 파스 붙이고 맨날 찜질하고 그러고 마는 거지.”

이 나이에 청소일 안 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디 일할 데나 있나. 그래도 안 짤리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거지.”

일 년에 계약서를 두 번씩 쓰는데 왜 용역을 끼는지 모르겠어. 아파트가 우리를 직접 고용하면 좋겠구만. 그러니 용역 눈치 봐야지, 아파트 관리사무실 눈치 봐야지, 주민들 눈치 봐야지.”

아프다고 하면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 하겄지. 그래서 병원 가기도 무섭다니까.”

퇴근하고 나면? , 집에 가서 영감 밥해주고, 집안일 해야지. 여자들 일이라는 게 끝이 있나? , 그러니까 얼른얼른 해!”

 

약 세 달간 300명이 넘는 아파트 미화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들었던 이야기들은 마치 사전에 짠 것처럼 위와 같은 얘기들이 대부분이다.

 

평균 60대 후반에서 70대의 고령의 여성 노동자.

20~25층 아파트를 매일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양손에는 청소도구를 들고 오르내리면서 쓸고 닦고를 무한반복 하다 보면 어느새 손가락 마디마디는 변형이 되고, 손목, 팔꿈치, 어깨, 허리, 무릎, 발목. 어느새 진짜 골병이 들어있다. 그렇게 힘든 몸을 간신히 이끌고 집에 가서는 여기저기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또다시 수십 년 무한 반복해온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가사노동을 시작한다.

 

이렇게 평생을 여성으로, 노동자로 살아오신 분들께 그래도 자꾸 목소리를 높이고, 요구를 해야 어머님들 얘기를 들어주지요. 그렇게 안 아프신 데가 없으시면서 무조건 괜찮다고 하시면 안 되지요.’라며 안타까운 마음에 흥분해서 얘기하는 내게 오히려 어머님들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래도 참 고맙고 좋은 일 하네요. 이런 데가 있는 줄 몰랐어요. 우리 같은 사람을 도와주고, 우리 고생한다고 응원도 해주고, 진짜 고마워요.”라고.

 

한두 번의 도움, 응원이 아니라 미화노동자 분들이 긍지를 갖고 일하실 수 있도록,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실 수 있도록,

아니 아파도 당당히 쉬면서 충분히 치료받고, 원하면 다시 복귀해서 일하실 수 있도록

그 대안을, 방안을 찾는 것이 아파트 미화노동자분들께 희망 고문이 아닌 희망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 최현주(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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