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101]

숲에 온 누나와 동생이 있습니다. 누나는 8세 동생은 6세입니다. 낯설어하는 동생과 달리 누나는 잘 웃고 몸에 기운이 넘치는지 활기찹니다. 비탈을 오를 때는 동생의 손을 잡아주고 동생의 손짓에 빠르게 반응하며 대답합니다. 풀밭에 곤충을 볼 때도 잎끝에 달린 작은 꽃을 볼 때도 누나는 동생에게 보여주며 함께 활동을 합니다. 동생은 누나를 찾고 누나는 동생을 받아 줍니다.

숲에 온 오빠와 동생이 있습니다. 오빠는 8세 동생은 4세입니다. 오빠는 말수가 적습니다. 동생은 오빠 곁에 있지만 딱 붙어 있지 않고 나무, , 흙 등 이곳저곳을 보며 앉기도 서기도 합니다. 둘 다 호기심은 많아 보입니다. 오빠는 오빠의 놀이를 하고 동생은 때때로 오빠를 찾아가 말을 건넵니다. 오빠는 딱히 관심이 없는지 대답이 짧습니다. 동생은 오빠를 찾는데 오빠는 동생을 찾지 않습니다.

숲에 온 언니와 동생이 있습니다. 언니는 6세 동생은 4세입니다. 언니와 동생이 붙어 다닙니다. 언니가 무엇인가를 찾아 동생에게 보여주면 동생도 찾습니다. 동생이 찾아 언니에게 보여주면 언니도 찾습니다. 서로 보여주며 함께 하는 것 같은데 어쩐지 경쟁적입니다. 때론 같은 것을 못 찾아 뺏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언니와 동생은 서로 찾기도 하고 다투기도 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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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자매가 숲에 놀러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없이 아이들끼리 놀다 보면 형제, 자매간의 진짜 관계가 보이는 경우가 있지요. 보통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둘 중 하나가 억지로 보조를 맞춰줍니다. 보통 동생이 억지로 맞추는데 형, 누나, 언니 등 손위 아이가 억지로 맞추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두 번째는 둘 중 하나가 따릅니다. 보통 동생이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번째의 경우는 부모나 형제에게 과한 지시와 칭찬을 받은 경우이고 두 번째 경우는 부모나 형제가 적절한 거리두기를 한 경우입니다.

과한 지시나 칭찬으로 보조를 맞춰줬던 관계는 칭찬이나 지시자가 없을 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잦은 다툼이 생깁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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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부모 등 손윗사람의 말을 지시나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교육연구소의 전혜성 소장은 아이는 부모의 질문을 지시적으로 느낀다고 합니다. 부모가 질문하면 아이는 무조건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답하려 애씁니다. 지시를 받는 입장에서 거부는 두려운 것입니다. 두려움이 없어지면 아이는 보조의 반작용으로 다투게 되고 관계는 틀어집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형제, 자매간에 경쟁하는 관계가 만들어지면 부모의 눈에 있을 때는 관계가 좋아 보이지만 눈 밖에 나가면 쉽게 경쟁하는 관계가 됩니다. 제천간디학교의 이병곤 교장은 운전할 때 과속 카메라 촬영 범위만 지나가면 다시 과속하는 습관과 같이 경쟁하는 관계에서 성실성은 지속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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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는 관계가 되지 않으려면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깊은 관심으로 관찰하고 적절히 칭찬하고 필요할 때 훈계할 때 아이들은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 서서 서로 존중하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사람을 깊이 다치게 할까.

그것은 잘못된 칭찬을 받는 것이리라.

인간이란 타인에게 칭찬을 받으면 거기에 맞추려고 무리하는 법.

그래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린 케이스가 적지 않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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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칭찬뿐 아니라 지시에도 맞추려고 무리하게 됩니다. 무리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부모가 적절한 거리로 중심을 가질 때 아이는 덜 무리하게 되고 간혹 무리해도 다시 돌아오기 수월합니다. 만약 중심이 무너지고 왔다 갔다 한다면 아이는 더 많이 무리하게 되고 돌아오기 위해 더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자연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나무, , 바위, 다람쥐, 거미, 메뚜기, 지렁이 등등 모두 각자의 자리가 있습니다. 서로 칭찬하거나 지시하지 않습니다. 서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입니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에 들어섰습니다. 숲에 녹색 생명들이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겨울이라고 모든 것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 될 때 아이와 숲을 찾으셔서 관심을 가지고 새롭게 활동하는 자연을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 정문기 조합원(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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