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102]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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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4~5세 아이들과 어머님들이 숲에 왔습니다. 어떤 어머님은 아이와 겨울 들어 처음 나온 외출이라며 추위가 걱정되었는지 옷을 많이 입었습니다. 아이가 동그랗게 보입니다. 상의가 둥글게 빵빵해서 다리가 짜리몽땅해 보입니다. 마치 솜사탕에 막대 두 개를 꽂아 놓은 모습 같습니다.

처음 숲에 왔으니 출발 전 사전 안내를 하고 천천히 숲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공기는 차갑지만 바람도 적고 구름이 없어 햇볕도 따스하게 좋습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친분이 있는지 걸으며 재잘거립니다. 오랜만에 바깥 활동이라서 인지 맑은 날씨 영향인지 아이들은 신이나 보입니다. 엄마 중에 한 분이 아이를 자주 부릅니다. 무슨 내용인가 들어보니

 

길동아. 손 시려워?”

“...”

손 안 시려워? 시렵지?”

네 시려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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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반복되는 물음에 아이는 마침내 대답을 하고 엄마는 아이의 대답을 듣자마자 신속하게 가방에서 장갑을 꺼내서 끼워줍니다. 아이는 장갑을 끼는 동안 엄마를 쳐다보고 손을 쳐다보고 주변에 놀고 있는 아이들을 번갈아 봅니다. 손에 장갑이 다 끼워지고 아이는 다른 아이들 곁으로 달려갑니다. 장갑을 꼈으니 잠시나마 엄마의 방해는 멈출 겁니다.

살얼음이 언 물웅덩이에서 노는 아이들은 발이 물에 빠지기 쉽습니다. 단단한 줄 알았던 얼음이 순식간에 깨져서 신발이 물에 젖는 경우가 많지요. 부모들이 놀이하는 근처에 있다면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안 돼.”, “하지 마!”라고 놀이를 방해하고 그래도 아이들이 놀다 빠지면 신속하게 처리합니다. “발 시렵지? 신발이 젖었네. 벗어. 갈아 신자.” 그리곤 놀이터를 떠납니다.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는 끝납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추위는 체감적으로 더 춥게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실내에서 생활을 주로 하기 때문에 차이가 더 큽니다. 밖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초보 부모 입장에서는 매우 두려운 환경입니다. 새로운 환경은 호기심도 있지만 두려움도 큽니다. 호기심이 크면 활력이 되지만 두려움이 크면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려면 더 많은 의지와 힘이 필요합니다.

인터넷 동영상이나 뉴스에서는 동상, 저체온증 등 겨울에 생길 위험한 내용들이 넘쳐납니다. 부모는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가능하면 덜 준비하기보다 더 준비하는 것을 택합니다. 아이의 옷을 두껍게 입히고 장갑, 모자, 털신, 핫팩 등 모든 방한용품을 구비합니다. 더 많이 준비하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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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각보다 추위에 강합니다. 활동하는 사람은 더 추위에 강합니다. 아이들은 놀이하며 활동합니다. 활발히 활동하는 아이들은 추위에 강합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추위에 약합니다. 활동하지 못하는 아이도 추위에 약합니다. 아이가 움직이기 힘든 두꺼운 옷과 물건들은 필요 없는 준비물이 됩니다. 움직이면 체온이 올라 추위를 이길 수 있지만 못 움직이면 체온은 낮아져 동상 등의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아이들이 놀 때는 추위를 잊습니다. 부모가 손 시려워?”, “발 시렵지?” 등으로 묻지 않으면 안 추울 수도 있습니다. <질서 너머>의 저자 조던 피터슨은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면 바로 당신이 아이의 위험이 된다고 했습니다. 젊은이에게 책임보다 권리를 강조하는 문화가 정신을 나약하게 만들어 쉽게 자아를 상실한다고도 했습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한다면 아이는 스스로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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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호흡합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교육력>에 좋은 교사는 아이 스스로 긍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첫 번째 교사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따라 할 수 있게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좀 더 추위와 위기에 대범한 부모가 돼 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이가 요청할 때까지 기다려 보면 어떨까요?

차가운 겨울입니다. 추위를 피하기보다 즐기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아이와 함께 겨울 숲에 가보시길 권해봅니다.

 

| 정문기 조합원(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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