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유아교육진흥원 폐지 소식을 듣고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은 민선3기 주요 교육정책의 안정적인 추진과 학교현장 중심의 교육행정 지원체제 구축을 위해 2015년 3월 1일자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의 조직개편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교육청 안팎으로 개편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개편안이 업무 특성에 대한 고려 부족,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통·폐합이 이뤄진 탓에 혼란을 초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중심을 실현하기 위해 본청 부서 일부를 신설・폐지하고 유사업무를 통・폐합하는 등 기능 조정 및 인력 재배치를 통해 현재 1실 4국 29과(담당관) 115담당의 본청 조직을 1실 4국 29과(담당관) 105담당으로 조직 및 인력을 슬림화하여 감축인력 77명을 교육지원청 및 학교 등으로 재배치하고 학교시설통합콜센터를 시범운영하는 등 학교현장 지원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란다. 새로운 교육행정 수요에 따른 조직기능 강화라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 조직개편 계획(안) 설명회에서 축소, 개편 소속 공무원, 관련자들이 설명회장을 채웠다. 썰렁한 분위기다. 업무스트레스로 10명 직원 중 6명이 암으로 돌아가셨고 한 명 또한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현장을 모르고 탁상으로 조직 개편을 나선 것에 울분을 토하며 눈물을 흘리는 참석자를 볼 수 있었다. 공무원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설명회였다.
 
유아교육과 특수교육의 전문성 확보 및 지원체계를 강화하고자 유아교육과와 특수교육과를 분리 신설한다는 것이 눈에 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도회는 유아교육과 신설을 환영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도회 이음재 회장 및 유아교육자들은 끊임없이 유아교육과 신설을 요구했었다. 유아교육자의 요구가 실현돼 기쁨도 잠시, 경기도유아교육진흥원 폐지가 웬 말인가.
 
유아교육진흥원을 폐지하고 신설하는 유아교육과에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유아교육진흥원의 고유 업무가 있는데, 조직을 슬림하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아교육과 신설로 인해 유아교육진흥의 유사기능을 도맡아 유아교육현장에서 필요한, 행정,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유아교육과와 유아교육진흥원이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유아교육을 더 이상 홀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재정 교육감은 현장중심의 교육행정조직 개편이라고 하지만 유아교육 현장 중심 교육행정조직 개편이라고 볼 수 없다.
 
경기도 교육청 자유게시판에는 경기도유아교육진흥원 폐지 반대의 글이 올라와 있다.

<「경기도유아교육진흥원」은 유아교육법 제6조에 의거 설립되었으며, 유아교육발전 5개년 및 경기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서 유아교육진흥원의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2015년 조직 개편에 유아교육과를 신설하여 주신다는 것은 아주 뜻 깊은 일이며 유아교육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특화시키기 위함으로 알고 많은 박수와 감사함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유아교육진흥원과는 엄연히 업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유아교육진흥원 존속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지며 경기도유아교육진흥원을 통해 경기도의 유아교육이 많이 발전하였으며 교사들은 다양한 연수와 연구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우리와 가까이 있는 서울특별시의 경우 유아교육과가 있지만 유아교육진흥원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있는 추세입니다.
유아중심(학생중심)지원 행정을 펼치시는 교육철학으로 한 아이 한 아이를 소중히 여기시는 존경하는 이재정 교육감님! 경기도유아교육진흥원을 다시 한 번 살펴주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경기도교육청 조직개편 계획(안) 설명회에 참석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총연합회 경기도회 이음재 회장은" 조직개편 필요성을 인정한다. 예산 부족으로 조직 슬림화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유아교육진흥원 폐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줬으면 한다"며 유아교육자로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설명회가 요식행위로 끝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부탁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경기 유아교육의 발전을 위한 역할을 위해 유지·통합돼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 같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능을 조정하고 기구와 인력을 재구성함으로써 교육현장을 섬기고 지원하는 교육행정체제를 구현하여 실질적인 현장지원중심의 조직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지만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학교현장을 섬기고 지원하는 교육행정체제 구현한다는데 학교 현장에는 유아교육현장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유치원은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온갖 간섭과 통제는 학교 수준이다. 학교처럼 지원을 교육청에서 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경기도유아교육진흥원 폐지도 만만한 게 유아교육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 같아 심히 불쾌하다. 조직 개편 설명회에서 느끼는 것은 조직개편 대상 우선순위는 유아교육 기관이며 지원, 혜택 후순위는 유아교육현장이라는 것이다.
 
학교 교육현장만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유아교육 현장을 섬기고 지원하는 교육행정체제를 유아교육자들은 기대한다. 유아교육현장을 외면하고 홀대하는 정책, 행정에 유아교육자들은 가슴에 피멍이 든다.
 
경기도교육청 조직개편을 통해 ‘학교현장을 섬기고 지원하는 교육행정 체제’라는 슬로건을 실현하기에는 매우 미흡하고 혁신교육의 성공적인 정착을 바라는 교사와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는 분위기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조직개편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조직 개편 필요성을 누구나 인정하지만 조직 개편 과정이나 개편안이 미흡하기 짝이 없다.
 
조직 개편 설명회에서 터져 나온 불만과 대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 지켜봐야겠다. 추운 날 설명회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호소한 당사자들의 입장이 반영되었으면 한다. 잘라내는 고통, 축소하는 담당자의 고뇌 이해는 되나 ‘갑질’로 보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정치 논리, 힘의 논리에 의한 조직 개편이라는 불만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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