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성 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우리는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하늘은 왜 파란 것일까? 석양의 노을은 왜 빨간색일까? 이런 문제를 우리는 그저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자연에는 심오한 진리가 들어 있기 마련이다.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이제까지 15년 넘게 물리학을 가르쳐 왔지만 이러한 질문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학생들이 어릴 적부터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루가 24시간으로 나뉘는 이유는 우리의 생활과 가장 관계있는 태양의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태양을 기준으로 결정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24시간일까? 그것은 하루에 태양이 우리를 기준으로 원을 한 바퀴 돌고 있는 것과 관계된다. 즉 하루가 24시간으로 나눈 것은 원의 분할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누가 하루를 24시간으로 처음 나눈 것일까? 그것은 알 수가 없다. 너무나 오래전부터 그러한 것을 사용해 왔기 그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러한 것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기 위하여 그러한 것을 결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원을 분할할 때 몇 도로 나누는 것이 가장 편할까? 사실 24로 나누었다는 것은 수학의 24진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24진법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로 나눈 이유는 그것이 결국 우리에게 더 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10진법이 편하다고 하여 원을 10으로 분할한다고 가정해 보자. 원의 둘레는 360도이므로 10으로 나누어 버리면 우리는 360도를 10으로 나눈 36도로 작도하고 계산해야만 한다. 36도가 기본 단위가 된다면 이는 사용하기에 너무나 불편한 결과만 초래하므로 아예 그렇게 나누지 않는 것이 낫다.

 

 

일상생활에서는 누구나 편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목적이 무엇일까? 오로지 우리 백성 누구나 편하고 쉽게 글씨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세종대왕과 한글의 위대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원을 분할할 때 사용하기 편한 분할각은 얼마일까? 360도이기 때문에 60도나 30도 또는 15도로 분할하는 것이 우리가 사용하기에는 가장 편하다. 그리고 이러한 것 중에 하나를 고르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하루 360도를 60으로 나누면 6, 이것은 시간 간격이 너무 크다. 하루에 6개의 분할된 시간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0으로 나누면 12, 이것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하다. 조선 시대 우리 선조들이 십이지인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이용해 하루를 12시간 간격으로 나눈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12시간 분할을 사용하다 보면 그것도 시간 간격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360도를 15도로 나눈 24시간이 우리가 가장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기에 그렇게 나누었던 것이다.

그럼 한 시간을 왜 60분으로 나누었을까? 그것은 60이라는 숫자가 많은 약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601, 2, 3, 4, 5, 6, 10, 12, 15, 20, 30, 60이라는 우리가 사용하는 숫자 중에 많은 약수를 포함하고 있기에 사용하기 너무나 편리할 수밖에 없다. 만약 한 시간을 10으로 나누면 약수는 1, 2, 5, 10밖에 되지 않으므로 사용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너무 당연한 것 같아 보이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다 존재한다. 이것은 바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 정태성(한신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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