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YMCA ‘진단과 전망’

2015년 어느 날씨 좋은 봄날의 저녁, 필자는 부천YMCA 시민사업위원회 위원분들과 회의를 마치고, 근처 호프집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부천시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때, 한 위원께서 우리가 열심히 정책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부천시 발전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작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과연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향이 시민을 위한 방향인지에 대하여 어떨 때는 고민이 되기도 한다. 시민단체의 운동이 이제는 한 걸음 나가서 근거 중심으로 운동이 펼쳐지고, 그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며 제안하여 주신 것이 바로, 오늘 4(2년마다 실시)에 이른 부천도시지표조사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주민의식 조사나, 도시지표 조사는 있었고, 부천시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관 주도가 아닌, 시민단체가 조사를 주도하여 대규모 표본을 수집하고, 시민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에 관한 생각과 공동체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조사는 -부천YMCA와 가톨릭대 정부혁신생산성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본 조사가 한국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4회를 맞는 2021 부천 도시지표조사는 코로나19 관련 시민의식 조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어쩌면 부천시가 정책 설계 및 근거 마련을 위하여 추진했어야 할 조사였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특별보고서로 명칭된 금년 조사는 예년과 달리, 코로나19에 대한 주민 인식(감염가능성, 거리두기, 일상의 변화),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방역 및 대응에 관한 인식,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변화(고용, 소득, 경제활동),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재난지원금 등)에 대한 인식, 코로나19 백신 관련 인식에 대하여 조사하였고, 그 외에 기존 3회 조사에서와 동일하게 부천 공동체에 관한 인식, 공공문제 및 도시정책에 관한 사항, 사회적 신뢰 수준, 소득과 경제 인식, 정치적 이념과 복지정향, 부천시 및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 등을 담았다.

특히 금번 조사는 충북연구원 북부지원의 협력 연구가 함께 진행되어, 제천시와 단양군에서도 동일한 지표와 문항으로 조사가 시행되었으며, 이에 따라 부천, 제천, 단양 시민들 사이의 인식 차이, 도시 특성이 갖고 있는 주민 삶의 차이 등을 살펴볼 귀중한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인식 조사에서 부천 시민들은 감염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기 자신이 감염되는 것보다도, 나 자신이 가족이나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더욱더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확진이 될 경우, 주변으로부터 비난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서도 다수가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치료와 완쾌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80% 이상으로 나타나, 공적의료체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쓰기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시민이 60~70%로 나타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마스크를 잘 써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최근 백신과 관련하여 불안감을 자극하는 뉴스 기사가 양산되고 있는데, 과반수 이상의 조사 대상자들이 백신을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백신을 접종하였거나 맞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불신과 관련하여서는 언론의 보도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의 자극적이고, 과장·왜곡된 백신 관련 기사들의 문제점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겠다.

전반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에 대하여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감염병 의료체계와 관련하여서도 부천 시민들은 80% 이상 우수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 코로나19 관련 정보제공 등에 관해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코로나19를 통하여 국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비율이 부천에서 89%로 나타나(제천 81.4%, 단양 78.7%), 코로나19를 통해 국가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 관련 경제활동에 관한 조사에서는 경제적 불균형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인식이 85% 이상 나타났으며, 단양의 68.5%, 제천의 72.6%보다 높게 나타나, 부천 지역의 불평등 인식이 더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부천 조사 대상자 85% 주민들이 일자리 여건이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소득이 낮은 집단에서 코로나19 휴직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고, 경제적 여건 악화(소득 감소, 근로시간 감소 등)에 대한 목소리가 포착됨에 따라,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의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보다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며, 포용적 회복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가활동 변화에 있어서 다중이용시설이나 외부 실내활동(: 목욕, 사우나, 친교모임, 이성교제, 문화활동, 스포츠 관람 등)은 대폭 감소한 반면, 가정 내에서의 활동(: 인터넷 활동, SNS, 온라인 게임, 온라인 쇼핑, TV, 모바일 콘텐츠, VOD 시청 등)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일상의 변화로 볼 수 있으며, 동시에 관련 업계의 흥망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회복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관련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제적 데이터를 근거하여 보상과 회생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65%가 넘는 부천 시민들은 추가적인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재난 지원 방식에 대하여서는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으며,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보편지원보다는 선별지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취약계층일수록 정부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조사 외의 조사 결과에서도 다양한 특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성과 관련하여서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났으며, 성별이나 학력 등으로 인한 임금 격차 등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과반수 이상이었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재분배 정책의 강화에서도 60% 이상의 응답자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복지 강화에 있어서도 부천의 경우 80.9%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57% 응답자가 복지를 위하여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여, 포용적 성장에 대한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최근 가장 큰 정책 이슈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과 관련하여 68% 부천 응답자가 알고 있으며, 부천 응답자 중 59%가 찬성의 입장을 밝혀,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고, 향후 정책화되었을 때, 상당히 시민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정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기본소득 관련된 논의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공동체와 관련된 조사에서 코로나19 , 경제침체와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그다음으로 환경파괴 및 기후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치지 않고, 환경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천은 살기 좋은 도시인가에 대하여 100점 만점에 평균 69.24(단양 70.14, 제천 75.10)이 나타났으며, 부천시장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에 평균 58.71, 시의회는 54.71점으로 나타나 보통 내지는 보통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부천의 지역 개발 관련하여서는 상동영상단지의 경우 54(100점 만점), 대장동의 경우 51(100점 만점)으로 조사되어, 보통 내지는 보통 이하의 긍정도를 보였으며, 정책적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속에서 조사가 진행되어 어려움이 많았지만, 코로나19 속에서 시민들이 갖고 있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다양한 생각,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고,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공동체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정부가, 부천시가 해야 할 조사일지도 모르나, 시민단체가 주도하여 코로나19와 관련된 시민조사를 진행하였다는 것이 어쩌면 또 다른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 낸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초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 삶을 돌아보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살아가고 싶은지, 또 우리가 바라는 우리 부천의 미래는 어떠한지를 조사하고, 이를 통하여 우리 부천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초자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너무나 기쁜 일이고, 그 과정 속 일원임을 참으로 감사하고,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우리는 분명히 극복할 것이고, 또 다른 일상을 맞이할 것이다. 2021 부천 도시지표조사가 새롭게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우리의 모습과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되고, 정책 담론의 근거로 활용되기를 희망해 본다.

 

| 정종원(부천YMCA 회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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