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00시간(200일)의 봉사활동을 펼친 ‘우리가곡사랑회’ 손종열 대표

부천을 대표하는 사회봉사단체 향기네 무료급식소가 문을 연 지도 어느덧 22년이 지났다. 지난 20001, 부천시 송내동에 문을 연 향기네 무료급식소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배고픔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어르신들에게 매일 하루 한 끼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밥과 국, 그리고 밑반찬 서너 가지의 소박한 음식이지만 어떤 어르신에게는 하루 중 유일한 식사일 수도 있기에 임성택 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은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청결 상태를 유지하고 위생에도 최대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뿐만 아니라 봄, 가을에는 어르신 경로잔치도 열고 겨울에는 김장 나눔 행사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김장 나눔 행사만 진행했는데, 부천 · 인천 · 서울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까지 찾아온 어르신들에게 10들이 김장 300박스를 무료 나눔 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향기네 무료급식소가 지난 22년간 꾸준히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임성택 대표의 헌신이 절대적이지만, 그와 함께 후원회와 개별 후원자, 봉사자들의 노력도 컸다. 임성택 대표는 월 8백만 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꺼이 사재를 털었고, 이에 뜻있는 사람들이 후원회를 결성하여 우제남 후원회장을 중심으로 탄탄한 인적, 물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임성택 대표의 취지에 공감한 개별 후원자와 봉사자들도 적극 힘을 보탰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향기네 무료급식소는 매일 120명의 어르신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한 개인의 선의에서 비롯된 이 급식소는 이제 서울 · 인천 · 경기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사회봉사단체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83만 부천 시민의 자랑이자, 자부심이 되었다.

콩나물신문 더 피플이번 회의 주인공은 2021년 한해,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무려 800시간(200)의 봉사활동을 펼친 우리가곡사랑회손종열 대표이다.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 중인 손종열 대표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 중인 손종열 대표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THE PEOPLE입니다. 콩나물신문은 인권, 환경, 생명, 여성,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더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은퇴하신 지 10년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거의 매일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시는 그 열정과 신념에 경의를 표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는 한국전력 인천지역본부 근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직하고 향기네 무료급식소 봉사와 우리가곡사랑회 동호회 활동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손종열입니다.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데 날마다 이곳에 와서 봉사의 기쁨도 누리고, 또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 관리까지 하고 있으니 이런 기회를 주신 향기네 무료급식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향기네 무료급식소와는 인연이 꽤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향기네 무료급식소 임성택 대표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001크리스찬 쉼터라는 인터넷 모임에서입니다. 부천 송내역 근처에서 조그만 해장국집을 운영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부터 봉사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처럼 일주일에 4~5일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작년 코로나19가 시작될 때부터인데, 당시 자원봉사자 수가 급격히 감소해서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하는 일은 다양합니다. 공원에 가서 어르신들 오시는 순서대로 번호표도 나눠주고, 질서 유지도 합니다. 제가 전방부대에서 소대장 했었던 경험으로 강압적이지 않고 재미있게 질서 유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혹시 이름이 정렬아니냐고 농담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군대에서 좌우로 정렬을 많이 해보신 분들은 종열이라는 제 이름에서 정렬이 연상되시나 봐요.

급식소에서는 식당 외부 청소도 하고, 또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어르신들 손에 소독제도 뿌려드리고, 담배꽁초도 줍고 합니다. 어르신들이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안 들도록 최대한 청결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통 오전 930분에 시작해서 130분에 봉사활동이 끝나는데 그 이후에도 대표님과 같이 시장에 가서 다음날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하거나, 또 후원자들이 기증한 물품들을 수령해 오는 일을 하게 되면 저녁때나 돼야 집에 가기도 합니다.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 중인 손종열 대표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 중인 손종열 대표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시겠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사연도 많이 접하시리라 생각됩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흔히들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봉사활동은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내가 늘 겸손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삶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며,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나 자신을 위한 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주로 60~70대분들이 많고 여성과 남성의 성비는 6 : 4 정도 됩니다. 이곳에서 먹는 밥이 하루의 유일한 끼니인 분도 있고 또 그렇게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혼자 밥 먹는 게 외로워서, 여럿이 어울려서 식사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든 즐겁게 기쁜 마음으로 식사하고 돌아가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시력을 잃은 형님을 매일같이 모시고 오는 60대 동생분과, 허리가 기역 자로 굽은 노모를 모시고 오는 아드님이 있었는데 문득 그분들 생각이 납니다. 아드님은 식사를 하지 않고 어머님 식사하시는 동안에 골목 청소도 하고 담배꽁초도 줍고 했는데 아마도 이곳에서 밥 먹는 게 미안해서 그랬던가 봅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날마다 보이시던 분이 갑자기 안 보일 때라든가, 또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볼 때면 괜히 마음이 안 좋죠.

 

‘지오아재’ 멤버들. 왼쪽 첫 번째가 손종열 대표다.
‘지오아재’ 멤버들. 왼쪽 첫 번째가 손종열 대표다.

 

이번에는 화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대표님께서는 향기네 무료급식소 봉사활동 외에 음악 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악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으며,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우리가곡사랑회는 어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는 교회에서 40여 년 동안 성가대를 지휘했었고요, 지금도 ROTC 15기 동기합창단 지휘와 배재고 동문 아펜젤러 중창단 지도를 맡고 있고, Classic 공연전문단체 ‘W-Classic’ 대표와 프로젝트합창단 ‘W콘서트콰이어단장도 맡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지오아재(G.O.Age)’라는 이름의 속칭 할배돌을 만들어서 KBS 인간극장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지오아재는 그린 올드 에이지(Green Old Age)의 약자로 노익장을 뜻하는 말입니다. 테너 박승호와 이규대, 바리톤 주정서와 저 손종열 그리고 베이스 서준석 이렇게 5명이 참여해 만들어 낸 그룹이며 창단 당시 다섯 멤버의 나이 합계는 336, 평균 나이는 67.2세였습니다. 멤버 리더 이규대는 1970년대 연가(戀歌)’라는 노래로 유명했던 혼성그룹 버블껌의 멤버이기도 합니다. 2021년에 새로 시작한 ROTC 15기 동기중창단과 클라리넷 앙상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곡사랑회는 주로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긴 가곡과 동요, 추억의 노래 등을 소개하고 부르는 가곡 동호회입니다. 주된 활동은 50~70대의 중장년 세대들을 대상으로 매주 1회 우리가곡부르기를 개최하는데, 1주는 압구정동, 2주는 인사동, 3주는 등촌동, 4주는 삼성동 이런 순으로 진행합니다. 부르는 노래들은 고향 생각’, ‘섬집아기’, ‘가고파’, ‘기다리는 마음’, ‘달밤등과 같이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불렀던 친숙한 노래들입니다.

예전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도 몇 년 간 가곡 부르기 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급식소가 한순간에 콘서트홀로 바뀌는 것 같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서울 역삼동 세일아트홀로 옮겨서 매월 둘째 토요일 우리가곡연주회를 진행하며 향기네 무료급식소 홍보와 후원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인사동 '시가연'에서 우리가곡부르기 행사를 진행하는 손종열 대표
인사동 '시가연'에서 우리가곡부르기 행사를 진행하는 손종열 대표

 

봉사활동도 하고, 노래도 하다 보면 아무래도 가정에 소홀할 것 같은데 특별히 가족을 위해서 이것만은 빼놓지 않고 한다라는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족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죠. 저는 아무리 바빠도, 은퇴한 사람에게 바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초등학생 손주 녀석과 놀아줍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둘째 아이() 집을 방문해서 3~4시간 정도 손주 녀석과 함께 종이접기, 구슬치기, 팽이 돌리기, 줄넘기, 킥보드 타기 등등 이런저런 놀이를 합니다. 요즘 꼰대라는 말이 하도 많이 유행해서 우리 손주도 할아버지를 싫어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학교에서 가족 소개하는 글에 우리 할아버지는 재미있다라고 썼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느덧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니 비록 권력이나 명예, 재력 등에서는 특별나지 않았을지라도 나름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과 교감하고 또 향기네 무료급식소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과 음악 활동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콩나물신문 가족 여러분 중에도 우리 향기네 무료급식소를 후원하시고, 또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자원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입니다. 남에게 주는 것보다 내가 얻는 기쁨과 보람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향기네 무료급식소를 적극 후원해주시고, 또 봉사활동도 많이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그것이 내 인생이라는 지오아재의 노래 한 곡 들려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2022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이종헌(편집위원장)

향기네 무료급식소 후원이나 자원봉사를 희망하시는 분은 전화 (032) 271-4508번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이주희 작가(캘리그라퍼) 글씨·그림
이주희 작가(캘리그라퍼) 글씨·그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