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부천) 활동을 마치며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2021년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부천지역) 사업을 경기도와 부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했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사업은 경기도가 안전전문가를 노동안전지킴이로 선발하여 경기도 관내의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줄이도록 안전점검 및 지도 등을 통해 사용자 및 노동자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이며, 2020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2년째 진행되고 있다.

올해 경기도 전역에서 104명의 안전지킴이가 활동했으며, 부천시에서는 2명의 안전지킴이가 부천시 관내의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안전지킴이 활동을 했다.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올해 부천지역 노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한 김영희 씨의 활동 후기와 점검 지도를 받은 부천시 원종동 소재 현장 시행사 대표의 소감문을 통해 건설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한다.

 

2020년도 초가을 즈음 우연히 경기도 노동안전 지킴이란 구인광고를 본 기억이 있다. 건설안전기사를 막 취득한 9월 초순경이었는데 내년에는 꼭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그 전에 먼저 꽤나 유명한 어느 건설현장에서 장비화재감시자로 안전관리 첫 경험을 하였다. 국내 최고 수준의 안전관리는 어느 정도인지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체득하고 싶었다.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입사 후 즉시 건강진단부터 시작하고 근무 투입 전에는 채용안전교육을 8시간 받고서야 현장 출입카드가 발급되었다. 현장 출입 시에는 반드시 안전보호구를 착용해야만 출입이 가능하였으며 혹여라도 미착용 근로자가 있을까 봐 별도로 출입관리 보안요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매서운 눈초리로 살피다가 안전모, 안전화, 안전대뿐만 아니라 보안경이나 각대조차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는 착용 후 입장토록 지도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 현장에서는 작업 시작 전 TBM을 실시하고 그날의 작업계획서에는 위험요인과 대책방안 및 도급사의 작업지시서가 있어야만 작업이 가능하였다.

매일 매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대로 반복되는 안전관리는 철두철미하였지만 수많은 근로자가 근무하는 현장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들은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도 현장에서 근로자가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사고는 발생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아차 사고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고소작업대 근로자가 일정에 쫓기어 급하게 작업을 하다가 실수로 작업장 바닥 트렌치가 있는 곳에서 바퀴를 빠트려 전복할 뻔했던 것을 확성기를 통해 소리를 치고 근로자에게 경각심을 주어 자칫하면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정말 그럴 때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게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쳐진다. 그래서 간혹 현장 내에서 응급차 사이렌 소리라도 들리면 오늘 또 누군가가 다쳤구나 생각하고 마음가짐을 다시 다잡곤 하였다.

 

2021년 부천지역 노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한  김진기 씨(좌)와 김영희 씨(우)
2021년 부천지역 노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한 김진기 씨(좌)와 김영희 씨(우)

 

드디어 올해 초 짧지만 굵었던 첫 경험을 뒤로 하고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로 채용되어 일주일간의 안전교육을 수료한 후 부천시 관내 안전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120억 이하 건설 현장에 안전 점검과 계도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미리 사전에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가 대규모 현장 안전관리와 비할 바가 없으리라 예상했지만 내가 본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는 예상 수준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프로선수와 유치원생 같은 정도의 차이였다. 근로자에게 안전모란 귀찮은 존재이며 2m 이상의 고소작업에서도 안전대 착용은커녕 맨손 맨몸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로 근무하는 현장이 다반사였다.

비계 작업 발판에는 늘 부자재가 쌓여있고 일부에는 안전난간뿐만 아니라 부자재 인양을 위해 작업 발판까지 해체되어 있는 경우가 빈번할뿐더러 근로자의 작업 현장 접근을 위한 통로마다 거푸집과 동바리가 해체되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어 어디를 밟고 지나가야 할지 늘 징검다리 건너듯 하며 또 안전모 위로는 철근 또는 강관들을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어야 했다. 8개월이 지난 이제는 제법 그런 현장에서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몸으로 체득되었는지 징검다리도 쉽게 건너게 되었고 취권처럼 몸을 뒤틀어가며 요리조리 다니는 데도 익숙하게 되었다.

한번은 현장 소장님에게 안전관리비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여쭈어보았다. 소장님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관리비와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안전관리비에 대한 차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시었고 안전관리비 사용을 위해 꽤나 노력하시는 분인 듯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실적이 낮은 이유가 시공 관련 부자재와 안전관련용품이 본사 협력 자재공급업체와의 거래관계로 계산서가 일괄적으로 발행되어 구별할 수 없다는 점도 있다는 말씀을 듣고 조금 더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 원인에 대하여 눈을 뜨게 되었다. 아주 사소한 일까지 현장과 관련된 모든 것을 현장소장이 도맡아 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공정계획에 따른 부자재 발주업무와 검수업무, 전표 정리도 하고 있으며 인력공급업체와는 또 작업별로 기능인력 수급관리 업무도 책임져야 하고 장비임대업체와는 진행되고 있는 공종과 공정에 따라 장비 조달업무까지도 수행해야 하는 마당에 매일 매일 진행되고 있는 작업이 종료되기 전에 문제점은 없는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일일이 혼자서 다 확인도 해야 하고 다음 작업을 위한 시방서도 늘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그야말로 슈퍼맨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장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현장대리인에게 맡겨지는 업무는 과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현장대리인에게 요구되는 온갖 종류의 서류작업들은 대규모 현장이나 다를 바 없이 같다는 것도. 이렇듯 과중한 시공 관련 업무도 벅찬데 안전관리 업무까지도 혼자서 다 수행하기에는 무리이다 싶고 업무추진실적 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견뎌내고 준공까지 잘 마무리하시는 현장대리인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연말이 되어가는 12월 초 이제는 제법 소규모 건설 현장 어디에 가도 누가 시키지 않은 것 같은데도 안전모를 쓰고 작업하시는 근로자분들이 조금씩 보이고 안전 점검을 해보면 초창기에 비해 계단, 거실창, 승강로 등에 안전난간이 잘 설치되어 있으며 이동통로는 깨끗하게 비워둔 상태로 그 옆으로 동바리를 차곡차곡 정돈된 상태로 쌓아두고 비계에도 벽이음이나 작업발판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모습을 간간이 보면서 내가 조금이나마 무언가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배시시 미소가 스쳐 지나가곤 한다.

경기도에서 왜 노동안전지킴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이제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현장 근로자나 관리자만큼 알 수는 없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소규모 건설 현장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 건설 현장에서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깊은 성찰과 노력이 있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건설안전관리자로서 이번 기회를 빌려 경기도와 부천시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건설 현장 안전관리와 관련하여 국회 또는 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과 제도와 관련된 문제, 하도급과 관련된 갑을 관계의 불공정 문제, 근로자의 안전의식과 관련된 교육 문제 등 수많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현실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의 건설 현장 재해예방을 위한 노동안전지킴이 활동은 그야말로 소규모 건설 현장의 근로자에게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다만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끝내가는 시점에서 아쉬웠던 점이라면 지자체에서는 관내 5층 이하 공동주택(12억 이하의 공사규모 수준)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위해 안전 점검과 계도뿐만 아니라 안전 인증을 필한 표준안전난간, 가설계단, 개구부덮개, 추락방호망, 낙하물방지망 등 안전관리용품 지원사업이 있었다면 안전관리 수준과 시공품질 수준을 한 단계 진일보 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올해보다는 나은 내년도 노동안전지킴이 활동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1년 동안 건설 현장 안전 점검과 계도에 협조하여 주신 모든 현장소장님들과 건설근로자님들에게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아울러 저와 노동안전지킴이 활동을 함께 하셨던 김진기 팀장님에게도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김영희(부천지역 노동안전지킴이)

 

김진기 씨와 김영희 씨가 현장을 방문해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진기 씨와 김영희 씨가 현장을 방문해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업안전 관리를 받으며

 

저희 현장에서는 약 4회 정도 산업안전관리를 받았습니다. 노동안전지킴이 분들의 계도를 통해 사업자를 위해서도, 근로자를 위해서도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안전관리를 통해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최소한 목숨을 잃는 일은 막을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가장 인상 깊습니다.

사실 현장에 근무하면서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귀찮다고 묵과되는 일, 편의를 위해 넘어가는 일, 모르고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많았습니다.

저희 현장은 호이스트 설치도 안 돼 있어 12층까지 올라다니기가 힘든 곳인데도 불구하고 하루에 찾아다니는 현장이 엄청나실 텐데도 현장에 오셔서 1층부터 12층까지 다 둘러보시더군요.

그러나, 여러 지적 사항이 나올 때마다 안전난간을 했는데 누군가 해체했네요”, “작업자분들이 불편하다고 안 하시네요”, “날씨가 ~~~”, “작업 지시했는데, 아직이네요이런 식의 변명을 하고 있는 저에게 혼내거나 과태료 물리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닌 진단과 개선 방향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말씀해주시며 개선 방향도 말씀해주시고 기술지도도 자세히 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터에서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안일했던 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사고 없이 공사가 진행되는듯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부천시 원종동 현장 시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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