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성 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쇼펜하우어는 가장 염세주의적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으며 세상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이 부질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염세주의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에 죽을 때까지 세상과 인간에 대해 혐오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도 알았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세상에서 고통을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자기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만약 이러한 욕망을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우리가 겪게 되는 많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 욕망에 사로잡혀 계속해서 살아간다면 고통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리고 만다. 자신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기에 주위의 사람들이나 세상에 대해 불쾌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나 이외의 다른 인간이나 세상이 나의 욕망을 방해하는 장애물에 불과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나 세상은 절대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거기로부터 오는 고통이 나를 삼켜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즉 그는 우리가 욕망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는 한 세상은 고통스럽다고 본 것에 불과하다.

 

 

쇼펜하우어가 20대 청년이었을 때 자신보다 약 40살이 많은 괴테를 만나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당시 쇼펜하우어가 세상에 대한 염세주의적인 말을 괴테에게 했을 때 괴테는 쇼펜하우어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당신이 자신의 가치를 즐기고자 한다면,

당신은 세상에도 가치가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괴테는 세상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보는 사람만이 자기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도 의미가 있고 가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세상은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가치의 존재 유무는 오직 보는 사람에 달려 있을 뿐이다. 세상은 그저 주어진 것에 불과하다. 세상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오직 그 안에서 사는 우리들의 생각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세상이 아름답다고 보는 사람은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은 아무런 가치가 없을 수밖에 없으며 그런 세상에서 사는 사람은 자신의 삶도 가치 없고 의미 없는 부질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 뿐이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 중에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 잘못된 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기 마련이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을 가치 있게 바라보면 그는 좋은 사람일수 있지만, 그의 단점만 바라본다면 그는 나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되고 만다. 그 사람을 인정을 해주면 그는 또 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에게 따뜻하게 대하면 그도 나를 따뜻하게 대하게 된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내가 하는 만큼 그도 나에게 하기 마련이다.

쇼펜하우어는 철학자였지만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오랜 겨울밤은 끝나려고 하지 않는다

제발 겨울밤이 끝나고, 햇빛이 머물 수 있다면

폭풍이 올빼미와 함께 경쟁하듯 울고

허물어진 벽가에서 무기들이 철렁거린다

 

무덤이 열리며 자신들의 유령들을 보낸다

이들은 내게로 와 원을 돌리려 하고

내 영혼은 치유될 수 없음에 깜짝 놀란다

그러나 나는 이것에 시선을 돌리지 않겠다

 

, 낮을 나는 크게 알리고자 한다

밤과 유령들은 한낮 앞에 달아날 것이다

이미 새벽 별은 낮을 알린다

 

곧 밝아질 것이다, 아주 깊은 근원으로부터

세상은 광채와 색으로 덮일 것이다

깊은 푸르름이 무한하게 먼 곳까지

 

추운 겨울과 어두운 밤은 우리가 욕망에 사로잡혀 진정한 삶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기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면 따뜻한 봄과 햇살 가득한 낮이 찾아온다. 삶은 오직 나에 의해서 많은 것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 정태성(한신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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