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 변호사의 ‘인권 칼럼’

국가인권위에는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분들이 퇴원을 원하니까 도와달라는 사건이 자주 들어온다. 현 정신건강법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입원이 될 수 있는 강제입원으로 동의입원과 보호입원, 행정입원이 규정되어 있다.

동의입원은 환자 스스로가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입원이다. 환자가 보호의무자 동의를 받아서 퇴원 요구를 하면 즉시 퇴원시켜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자의입원과 비슷하다. 그러나 보호의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의사 진단에 따라 퇴원이 거부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입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보호입원과 행정입원은 보호의무자 2인이나 지자체장이 정신과 의사 진단을 받아 질환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입원을 시키는 제도로서 전형적인 강제입원이다.

과거에는 정신건강법에 보호입원과 행정입원만 규정이 되어있었는데 인권침해 논란이 커서 2016년에 계속입원 요건을 강화하고 자의입원과 강제입원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 동의입원제도를 신설하는 등 제도개선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제도는 강제입원 같은 격리가 중심이다.

정신질환자 중 대다수는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우리사회와 같이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거나 바삐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는 가족들이 이들을 돌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회 속에서 보호받으면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도 거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신질환자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정신병원에 맡기고 가급적 오래 병원에 있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영화 '날 보러 와요' 스틸 컷
영화 '날 보러 와요' 스틸 컷

 

그런데 적지 않은 정신질환자들에게 강제입원은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긴다. 국가인권위원회 단골인 OOO 씨는 10년 전 강제입원 기억 때문에 지금도 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있다. 이분이 요구하는 것은 조사도 아니고 구제도 아니고 오로지 인권위가 자신이 낸 사건을 들고 있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인권위에 진정 사건이 제기된 상태로 있기만 해도 강제입원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 완화되기 때문이다.

퇴원을 원한다는 진정인들은 담당조사관이 전화를 해서 인권위가 퇴원시켜드릴 권한이 없고 스스로 국립정신병원에다 하는 입원 적합성 심사청구나 지자체장에게 하는 퇴원 심사청구, 법원에 하는 인신 보호 청구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면 대부분 진정을 취하한다. 조사관이 처리하기는 쉽지만 당사자로서는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는 사건인 것이다.

퇴원을 위한 제도가 있고 이 제도를 활용하면 퇴원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질환자들이 사회에 나오더라도 대부분의 가정이 돌보기 어렵고 달리 받아주는 데가 없으니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서 병원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병원 밖 사람들로부터 잊혀진다.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가 20년에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던 〇〇병원인 것이다. 〇〇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사태를 통해 장기입원 환자들의 영양상태와 건강상태가 얼마나 부실한지 그리고 병실이 환기도 제대로 안 되는 밀폐된 감옥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신질환은 아직 발병 원인이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다. 또한 중세유럽에서 남편에게 복종적이지 않은 여성을 정신병자로 취급한 사례나 소련 시절에 정치적 반대자들을 정신병자로 취급하여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킨 사례를 보면 이 질환이 사회가 정상이라고 정해놓은 규범적 기준에 대한 일탈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정신질환자들은 사회구성원들이 가장 기피하고 공포스러워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정신질환자들은 스스로는 취약하면서도 타인에게는 두려운 존재이고 그래서 인권적으로는 가장 위태로운 존재이다.

우리 사회는 하층으로 내려갈수록 룰도 없는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피폐화된 사람들의 정신질환 유병률이 무척 높은 사회이다. 17년 기준으로 성인 4명당 한 명 꼴로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사실상 정신이 건강한 사람과 질병 상태인 사람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은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유럽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에 저항하는 정신병 부정론자와 강제 입원 폐지론자들이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제도 폐지를 위해 격렬히 투쟁하고 사회 전반적인 인권의식이 향상하면서 강제 입원제도는 대부분 사라졌다. 우리 사회의 경우 최근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 내 치료시설도 도입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경기도 내 사회 내 치료시설이 3곳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은 시작 단계이다. 이제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격리와 배제 중심의 제도를 과감히 바꾸어 사회 내에서의 치료와 포용 중심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김원규 변호사(부천이주민법률지원센터 모모센터장)

김원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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